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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또케'라는 조롱에 남녀 경찰관 모두 허탈하다

CBS노컷뉴스 임민정 기자 입력 2021. 12. 01. 15:03 수정 2021. 12. 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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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찰 혐오 담론 분석' 경찰 발주 연구용역 발표문 입수
일선 경찰관 47명 인터뷰.."악의적 영상 촬영, 조롱으로 현장 대응 어려움"
"경찰=물리력 행사=남성이란 도식은 경찰 조직 스스로가 만들어온 것"
이한형 기자

"주변에 지나가는 20대 남자들, 이런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냥 저를 보고 신고 처리하고 있었을 뿐인데 '오또케', '오또케' 이러면서 지나가더라고요."

"상황을 봐 가면서 하기는 하는데 이제 주취자들한테 괜히 막 소리 지르고 약간 쇼맨십이 있는 것처럼 더 일하게 되고 그런 경우가 특히 많은 것 같아요. 그게 주변에 있는 다른 일반 시민들 신경을 쓰느라 제가 그런다는 게 회의적일 때도 있고…"

"제가 만약에 그 현장에 있어서 채증하는 장면이 찍혔더라면 이 정도까지 이슈가 됐을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단순히 여경이어서 그렇게 된 게 없지 않아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달 30일 경찰청이 개최한 '경찰 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한 젠더 의제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일선 경찰관들의 목소리가 공유됐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한 부실 대응 논란을 계기로 일각에서 '여경 혐오'가 일자 대응 모색 차원에서 열렸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성평등 경찰 혐오를 넘어선 협력으로'란 제목의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찰청 의뢰로 '남녀 경찰관 초점집단 면접조사(FGI)'를 진행했다. 조사는 일선 경찰서, 지구대, 기동대 경찰 등 실무자 남성(21명), 여성(20명), 관리자 남성(3명), 여성(3명) 등 총 4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우선 추 교수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여경 혐오 담론'이 경찰행정서비스의 질을 저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 남성 경찰관들조차도 물리력 행사의 어려움, 악의적 영상 촬영과 조롱으로 인한 현장 대응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며 "주변을 의식해 현장 대응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비난을 우려해 불필요하게 억압적 방식의 제재를 취하게 된다"라는 경찰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어 "이런 담론은 여성은 물론 남성 경찰관들의 직무 몰입이나 헌신도를 떨어뜨린다"며 "여경 무용론'과 이에 따른 조롱과 비난이 경찰행정서비스의 질을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조사에서는 남성중심으로 구성된 경찰 조직에 여성들의 진입이 확대되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여경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토로하는 사례자도 있었다.

실무자급 한 여성 경찰관은 "경찰 내부 직원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며 "익명성 보장이 되다 보니 더 날것으로 표현을 하는데 여경을 네티즌처럼 평가하는 글이 많다"며 "내가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이렇게 생각하나 할 정도로 여경들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퍼져있는 여성 경찰관에 대한 이야기가 부적절하단 평가가 경찰 내부에서 압도적이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유사한 생각을 하는 남성들이 있다는 의견이다.

심사 승진이나 표창, 근무 평정과 관련해 여경들에게 더 많은 기회들이 마련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무자급의 한 남성 경찰관은 "업무 강도 차이가 나는데도 여경은 별것도 아닌데 더 부각돼 사회 이슈로 떠오른다"고 하며 "이건 남경이 했으면 받을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봤다"고 답했다.

이에 관리자급 경찰들은 "실적대로 평가가 이뤄졌지만 여성이라 편의를 봐준 것처럼 오해받은 적이 있다"며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평가가 더 낮은 남성을 심사 대상에 포함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 경찰관은 "사회가 너무 갈등이 심화 돼 있다 보니까 여성에 대한 갈등, 성 갈등이 여경한테도 간다"며 "뭔가 남초 조직에 있는 여성의 직업에 대해서 편견 같은 게 강해지고 관심이 아닌 비판을 하기 위한 비판을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여경 혐오'는 어디서부터 왔나

황진환 기자
이날 추 교수는 여경 혐오 담론의 외부 요인으로 △스마트폰 활용 증가 및 시민에 노출되는 경찰 업무의 성격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관행 △여성 경찰관의 증가를 꼽았다.

내부 요인으로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체력 검정기준 △남성들의 역차별 인식을 강화하는 제도적 관행 △동등한 참여를 배제하는 관리자 △시민 성별에 따른 대응을 "인권 보장"의 유일무이한 수단으로 여기는 획일적 지침과 성별 직무분리 등을 제시했다.

'동등한 참여를 배제하는 관리자'가 있다는 문제 제기에 한 경찰관은 "오히려 먼저 나섰을 때 혼났다"며 "네가 먼저 나서서 다치게 되면 우리가 다 문제가 된다. 그러니까 먼저 나서지 말라고, 그런 거에서 조금 빠져 있으라고. 여경이라는 것도 있지만 남자가 두 명 있을 때도 체격이 왜소한 남경한테 선배님들이 또 그런다"고 답했다.

이에 추 교수는 "현재 청년 경찰관들 대다수는 이런 전통적 성역할규범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여성에 대한 온정적 성차별을 한편에선 '배려라는 이름의 배제'로 다른 한편에선 '역차별'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물리력 행사=남성'이란 도식은 경찰 조직 스스로가 만들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남성과 여성의 관계 맺기를 어렵게 만드는 언설들이 경찰 지침이나 관행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는 건 아닌지 짚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구 인터뷰에 참석한 남성 경찰관들은 "기동대 근무의 고됨을 호소하면서도 막상 여성과 함께 기동대 근무를 하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실무자급의 한 남성 경찰관은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 남녀가 같이 있다는 것부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라며 "환경이 너무 다르니까 그리고 저희가 이제 버스 안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도 많이 있는데 그것부터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이 쓰이고 하면…"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 경찰관들은 남성들과 마찬가지 형태의 기동대 근무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관리자급 여성 경찰관은 "필요하면 예산을 써야 한다"며 "여자들을 위한 시설을 더 만들어야 해서 돈이 더 들어서인가. 사실은 다 핑계"라고 지적했다.

여성 경찰관들의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체력 검정 기준에 대해서도 경찰들은 현장 대응에 필요한 수준이되, 동일 기준으로 기준이 변경되는 점에 찬성했다. '경찰 남녀통합선발 체력검사'는 2023년부터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선발 과정에 적용될 예정이다. 그간 성별 구분 채용과 상이한 체력 선발 기준으로 여성 경찰관들의 체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었고 '무릎 꿇고 팔굽혀펴기'에 대한 조롱이 이어졌다.

추 교수는 경찰 내부 성별 갈등과 관련해 △정당한 직무수행 환경 조성 △대국민 인식 개선 활동 △제도 및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관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개인에게 요구하기보다 지속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양성 경찰활동에 있어 핵심은 동료와의 협업이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여성경찰 혐오 담론의 특징과 구조' 연구를 맡은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 보도가 맞물려 여경 혐오를 키웠다는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마 연구원은 "2015~2018년 언론의 여경 보도는 주로 경찰 조직 내 여성폭력을 다룬 게 대부분이었지만 2018년 하반기 '여경 확대방안'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를 비난하는 커뮤니티 게시글에 언론이 반응했고 '여경 무용론'이 공론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9년 5월 서울 구로구 대림동에서 경찰이 취객을 체포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여경을 비난하는 커뮤니티 글이 증가하고 언론이 이를 근거로 삼은 보도를 하면서 일반화됐다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 임민정 기자 fores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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