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 대란으로 본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

이한얼 기자 입력 2021. 12. 1. 16:30 수정 2021. 12. 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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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요소수 비롯 글로벌 에너지 밸류체인에 이상 징후 감지

(지디넷코리아=이한얼 기자)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는 에너지 안보가 자칫 나락으로 갈 수 있었던 단적인 사태다. 미중 패권갈등, 탈석탄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원인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자원을 특정 국가에 전량 의존 하는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말해줬다.   

요소수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7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요소수 진열장이 텅 비어 있다.

특히 요소수 수급 부족 현상 뿐만 아니라 하나로 묶여있는 글로벌 에너지 밸류체인에 불어오는 이상 징후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항간에서는 대대적인 글로벌에너지 공급위기가 불어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요소수 품귀 현상 왜 일어났나? "요소 수요 증가와 중국내 석탄 감축"

이번 요소수 품귀 현상은 요소수 수요 증가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해석이 많다. 지난 2008년 유럽 배출가스 기준의 유로4 등급부터 일부 대형 화물차 등 고출력 디젤 엔진에 SCR이 적용되면서 요소수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2050 탄소중립을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중·소형 화물차까지 확대돼 적용됐다. 사실상 현재 출고되는 대부분의 경유차에 필수 에너지원이 됐다. 

석탄을 통한 수소 생산 역시 요소수 품귀 현상에 기름을 끼얹었다. 특히 중국이 세계 절반의 석탄을 보유해 전세계가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마지막으로 전남 화순탄광이 문을 닫았고, 석탄 생산이 중단됐다.

(사진=픽사베이)

한편, 중국은 세계의 절반에 해당하는 석탄 생산량을 지속해서 감축하고 있지만 석탄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중국당국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녹색성장의 선도국임을 뽐내겠다며 '푸른 하늘 계획(청천계획)'을 시작하고 석탄 생산을 줄이기 시작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월엔 산서성 대홍수로 중국 내 석탄 채굴장이 침수돼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중국 석탄 부족은 전기 생산과 겨울철 가정 난방과 화학산업에 차질을 불러왔다. 게다가 국제 요소 비료 가격이 계속 오르자 중국 업체들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요소 비료를 수출하면서 요소 재고량도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수출입 통관 업무를 총괄하는 해관총서를 통해 요소를 포함해 29개 화학 비료 관련 원료 품목들에 대해 검사 절차를 추가하는 규제를 신설하고 지난 10월 수출을 통제하기에 이른다. 특히나 중국에 요소수입을 90% 의존하고 있던 한국은 직격탄을 맞게된 셈이다.

■ 글로벌 에너지 벨류체인에 이상징후? 에너지 폭등 심상치 않아

미국 가솔린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50%이상 올랐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역시 같은 기간 500퍼센트까지 수직상승했다. 하나로 묶인 글로벌 에너지 벨류체인에 이상징후가 감지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배럴당 43.21달러였던 브렌트유는 올해 3월 65.70달러로 상승했고 8월에는 70.51달러까지 올랐다. MMBtu(100만Btu)당 동북아 천연가스 가격(JKM) 역시 지난해 3.83달러에서 올해 3월 8.26달러, 8월 12.97달러로 폭등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영국은 에너지 수급 불안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극심한 전력난으로 31개 지역 중 산둥·장쑤성 등 20개 지역에 전력 소비 제한 조치를 시행 했다. 이로 인해 도시 곳곳에서는 신호등이 갑자기 꺼지는가 하면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공사 영국 자회사 다나의 북해 더라위터르 플랫폼. (사진=한국석유공사)

영국은 초대형 비료생산업체가 고가의 에너지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공장 두 곳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앞으로 다른 에너지 분야에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에너지 수급 불안 원인은 에너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데서 오는 영향이 크다. 즉, 수요-공급 사이의 불균형이 극심한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 거기다 최근 예측 불가한 날씨 역시 글로벌 에너지 밸류체인에 치명상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확실한 공통요인은 2050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많은 국가가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대폭 축소됐다. 현재로선 화석연료를 대체할 그린에너지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막을 내린 제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전세계 정상들은 화석연료 감축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 화석연료 감축은 장기적으론 분명 가야하는 길이다. 다만, 현재 처한 에너지 수급 불안을 해결할 묘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원자재 전략 물자화 국내에 영향 없을까?

일각에서는 이번 요소수 사태는 자연적인 원자재 수급불균형 문제가 낳은 측면도 있지만, 미중 무역 분쟁의 부산물이었다고 지적하는 이도 적지 않다. 최근 긴장이 고조되는 양안관계를 비롯해 대중국 봉쇄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미 정부의 공세 기조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특히 요소처럼 전세계가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은 중국 정부가 수급 제한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밸류체인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로인해 정부는 미중 패권 다툼과 관련이 있는 원자재와 에너지 수급책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최근 배터리가 4차산업혁명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 핵심 요소로 분류되는 전구체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국내 배터리 3사는 삼원계 배터리를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고 북미와 유럽시장을 공략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 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전구체는 양극재를 만들기 위한 핵심재료로 니켈·코발트망간· 등이 사용된다. 중대형 전지 원가의 43%는 양극재이지만 양극재 재료비의 70~80%는 전구체가 차지하고 있다. 양극재는 음극재와 함께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배터리 종류와 성능을 좌우하는데, 전구체에 따라 품질이 결정될 만큼 중요도가 높다.

실제로 전구체 수입량은 지난 1월 기준 1만4699톤으로 전년동월 보다 57.9% 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89%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초 2021년 할당관세 적용품목 60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신산업 육성 차원에서 이차전지 분야 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소재 등 11개 품목이 신규로 지정됐다. 여기에는 전구체도 포함됐는데 기존 8% 관세가 사라졌다.

중국 의존이 높은 상황에서 관세를 삭감해주는 정책은 에너지 주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산업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관련 원자재 중 수입 의존도가 가장 큰 항목이 전구체다"고 했다.

박 교수는 "만일 중국 당국이 외교카드로 전구체를 강제로 수급을 중단하면 우리 정부는 어떤 카드를 쓸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만약에 국가 차원에서 전략자원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올초 있었던 전구체 관세 삭감과 같은 정책은 국내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대놓고 중국에 가지고 가라고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한얼 기자(eo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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