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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cm흉기 휘두르자 '권총'으로 제압..경찰청장 나서자 달라진 경찰

김성진 기자 입력 2021. 12. 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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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지혜 디자이너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1일 경찰이 70cm 길이의 흉기를 휘두르는 50대 남성에 실탄을 쏴 제압했다. 2주일 새 경찰의 대응이 달라졌다. 최근 김창룡 경찰청장이 '경찰의 과감한 물리력 행사'를 주문한 후부터 일선 경찰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김해서부경찰서는 이날 공장에 무단 침입해 출동한 경찰에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 A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4시48분쯤 경남 김해시 주촌면 덕암리에 있는 한 설비 공장 정문으로 들어와 사무실 건물 1층 문을 강제로 열려 했다.

이를 2층 사무실에서 CCTV로 보던 직원은 경찰에 "한 남성이 쇠파이프를 쥐고 들어오려 한다"고 신고했다.

A씨가 쥐었던 건 쇠파이프가 아니라 알루미늄 재질의 은색 철판을 그라인더로 갈아서 자체 제작한 70cm 길이 장도(長刀)였다. A씨는 장도 한쪽 끝을 청테이프로 감아 손잡이를 만들고 오른손에 쥐고 있었다.

장도 말고도 A씨는 철판을 갈아 30cm, 40cm 흉기를 두개 더 만들고 청테이프를 이용해 양쪽 팔에 고정한 상태였다.

인근 지구대에 속한 경찰관 2명은 현장에 즉시 출동해 정문에 주차된 차 안에서 A씨를 발견했다.

검문하려 하자 A씨는 경찰에 돌연 흉기를 휘둘렀다. 차에서 내린 A씨는 사무실이 있는 건물으로 다시 향했다.

경찰이 "멈추지 않으면 테이저건을 쏘겠다"고 경고했지만 A씨는 듣지 않았다. 이에 경찰이 테이저건을 한발 쐈지만 A씨가 입은 잠바가 두꺼운 탓에 효과가 없었다. A씨가 흉기를 휘두른 탓에 테이저건과 철심을 이은 줄이 끊어지기도 했다.

/사진=뉴스1


A씨는 흉기를 휘둘러 사무실 건물 1층의 유리문을 깨부수고 2층에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멈추라고 경고해도 A씨가 듣지 않자 A씨는 공포탄 한발을 쏜 후 실탄 2발을 쐈다.

A씨는 총상을 입고도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경찰은 세번째 실탄을 쏴서 결국 A씨를 제압했다.

A씨는 즉각 병원에 이송돼 총상 입은 부분을 치료받았다. 진단 결과 경찰이 쏜 첫 두발은 A씨의 오른쪽 허벅지를 관통했고 마지막 한발은 오른쪽 허벅지에 박혔다. A씨는 수술을 받아 파상풍을 예방하고 총탄을 제거한 뒤 회복 중이다.

경찰이 쏜 실탄이 모두 A씨 허벅지를 향한 점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생명도 소중하기 때문에 실탄 권총은 대퇴부 아래를 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가 경찰에 흉기를 휘두르고 시민들에게 향하는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지침에 따라 총기를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당시 A씨가 술에 취한 것은 아니었다. 경찰은 A씨가 공장에 기계 제작을 의뢰했다가 대금 지급 문제에 마찰을 빚고 앙심을 품어 공장에 침입했다고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진술할 몸 상태를 회복하면 피의자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 밝혔다.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구속된 4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4일 검찰에 송치됐다. /사진=뉴스1


그동안 경찰 내부에서는 위급한 상황이 벌어져도 물리력을 사용했다가 사후 '과잉대응'이라며 징계를 받을까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은 "나중에 질책받을까 걱정돼 테이저건을 쏘기 전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사후 징계의 부담은 경찰은 소극적인 현장 대응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인천 층간소음 살인미수' 사건 현장에서 출동 경찰관은 흉기를 휘두른 40대 남성을 제압하지 못했다. 당시 경찰관 2명은 실탄 권총과 테이저건, 삼단봉으로 무장했지만 장구를 사용하지도 못했다.

이후 현장 경찰관이 문책을 걱정해 물리력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김 청장은 지난달 24일 전국 경찰에 서한을 보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면 필요한 물리력을 과감히 행사하라"고 주문했다.

국회에서도 경찰관의 '면책 특권'을 규정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날 경찰의 현장 대응이 '인천 살인미수' 현장과 달랐던 것은 물리력을 지침에 맞게 행사한다면 문책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경찰 내부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므로 절차에 맞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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