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등장에.. 메모리 반도체의 겨울, 예상보다 길지 않을 수도
장기 불황이 예상됐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당초 우려보다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D램 가격이 올 4분기부터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지난달 일부 D램 제품은 가격 하락을 멈추며 바닥을 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비대면 수요가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이르면 내년 1분기 메모리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 임원은 “올해 상반기와 같은 메모리 시장 호황이 바로 나타나긴 어렵겠지만, 당초 전망처럼 ‘반도체 겨울’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말했다.
◇“메모리 겨울 짧아지나” 기대감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1월 PC용 D램(DDR4 8Gb 기준)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3.71달러로 지난 10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할 때 미리 계약하는 도매가격을 말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90% 이상이 고정거래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시장 업황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가 된다. 지난 10월 전달보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예상보다 일찍 하락세가 멈춘 것이다.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지난달 고정거래가격(4.81달러)도 10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부정적으로 예측했던 주요 증권사들도 바뀐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 투자사 모건스탠리는 지난 8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전 세계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었지만 지난달엔 “4분기 메모리 가격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운사이클(가격 하락) 기간이 당초 전망보다 짧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시티그룹도 지난달 “D램 가격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내년 1분기에 D램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오미크론에 비대면 수요 다시 증가
불과 몇 개월 사이 D램 시장 전망이 크게 바뀐 것은 코로나 상황에 따라 글로벌 시황이 수시로 바뀌면서 반도체 산업 사이클의 주기도 짧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래 반도체 시장은 1~2년 주기로 상승과 하락 사이클이 반복되며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는데 최근 들어 이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SK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비대면 수요 감소를 예상하고 지난 10월 이후 메모리 반도체 공급량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비대면 수요 증가로 돌아서면서 다시 D램 수요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택근무 병행을 택하는 기업이 늘면서 주요 PC 제조사들의 D램 재고도 줄어들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클라우드(가상 서버) 업체와 델·HP 등 PC 업체들의 4분기 D램 주문량은 기존 예상치를 30%가량 웃돌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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