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새 사령탑, 누가 될까

입력 2021. 12. 2. 06:01 수정 2021. 12. 2. 11: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태 회장 내년 3월 임기 만료 전망
'포스트 김정태' 함영주‧지성규‧박성호 각축

[비즈니스 포커스]

하나금융 명동사옥 전경. 사진=하나금융지주 제공



12월부터 시작되는 연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 시즌을 앞두고 업계 3위를 달리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금융감독원장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연임 의사 질문에 추가 연임을 하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분명히 하며 용퇴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1952년생으로 내년에 만 70세가 되는 김 회장은 나이 제한으로 임기를 더 이어 가는 게 불가능하다. 하나금융 정관상 재임 중 만 70세가 되면 최종 임기는 해당일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 주주 총회일까지다. 

김 회장이 떠나면 하나금융은 10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된다. 

 

 함영주, 사법 리스크 해소 기대감

‘포스트 김정태’의 윤곽은 이르면 내년 1~2월께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3월 정기 주주 총회 한 달 전에는 최종후보군(쇼트 리스트)을 추려야 한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은 늦어도 내년 1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회추위는 그룹에서 관리하고 있는 회장 후보들을 포함해 후보자군(롱 리스트)을 추린다. 이후 후보 평가를 진행해 3~4명의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등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 1인을 확정, 주주 총회에서 의결을 통해 선출한다. 

안팎의 변수들로 후임자는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금융권에선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함영주 부회장과 지성규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을 꼽는다. 

함 부회장은 채용 비리 관련 재판과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해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올해 8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DLF와 관련 문책 경고 등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했고 부정 채용에 관여한 의혹으로 재판을 받아 온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이달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함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김 회장은 ‘4연임에 뜻이 없다’는 의견을 대내외적으로 피력해 왔다. 하지만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였던 함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엮이며 대안 부재론 속에 4연임까지 맡게 된 것이다. 함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다른 후보자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회추위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전까지 김 회장이 연임하는 분위기가 하나금융 내부에 조성됐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함 부회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1980년 서울은행에 텔러(창구 전담 직원)로 입사했다.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후 초대 행장에 취임해 전산 시스템과 노조 등을 성공적으로 통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그는 업계 최고 ‘영업통’답게 취임 당시 1조원대에 머무르던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을 1년 만에 2조원대로 끌어올렸다. 2016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에 올랐고 2018년부터 단독 부회장으로 그룹 안살림을 맡으며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자로 꼽혀 왔다. 현재는 그룹 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왼쪽부터), 지성규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그래픽=송영 기자


 

 디지털‧글로벌 전문가 지성규, 박성호

하나금융은 지난해 하나손해보험(구 더케이손해보험)을 열넷째 자회사로 편입하며 종합 금융 회사로 거듭나는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은행을 비롯해 보험·여신·자산운용·정보기술(IT) 등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완비한 하나금융의 다음 과제는 ‘디지털 전환’과 ‘해외 확장’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초대형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이 본격화하고 기존 금융사 간 경쟁도 매우 치열해지고 있어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또 주요 금융지주들은 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 금융 시장을 넘어 성장성이 높은 해외에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해외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2025년까지 그룹 총수익의 40%를 해외 수익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글로벌 254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 비은행 부문 계열사들의 해외 사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지 부회장과 박 행장은 현 금융 산업의 트렌드에 적합한 인물로 지목된다. 이들은 ‘해외통’, ‘디지털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 부회장은 중국에서만 20년 가까이 지낸 인물로, 성공적인 현지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그는 중국 등 해외 법인에서 근무할 당시 ‘디지털 현지화’ 로컬 전략을 펼쳤고 하나은행장 재임 시절엔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 하나원큐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은행권 처음으로 얼굴 인증 서비스, 대환 대출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디지털 채널의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부터 그룹 디지털 부회장직에 올라 하나금융 통합 데이터센터가 있는 인천 청라와 서울을 오가면서 그룹 디지털 전략을 챙기고 계열사 사이 협업을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 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밀양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한일은행에 입사한 뒤 1991년 하나은행 영업 준비 사무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하나은행에 몸을 담았다.

박 행장은 하나금융 IT 전문 관계사인 하나금융티아이 대표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 통합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장을 지내는 등 디지털과 글로벌 양쪽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초 회추위에서도 회장 후보로 꼽힌 바 있다.

박 행장은 1964년생으로 유력 후보 3명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36세의 나이에 지점장을 맡아 영업 실무와 관리 업무를 수행했고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 및 디지털리테일그룹 부행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돋보기
하나금융 10년 역사 쓴 김정태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현재 5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서도 맏형 격이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했고 1986년 신한은행에 잠시 몸담은 뒤 1992년 하나은행으로 옮겼다. 이후 하나금융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다. 
 
초대 회장인 김승유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2012년 그룹 회장직에 오른 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청라 하나드림타운 조성·더케이손해보험 인수 등의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진행, 현 하나금융을 만든 주역이다. 특히 김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 통합을 위해 직접 노조와 밤을 새우며 대화하는 등 과감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김 회장의 포용 리더십이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하나은행의 실적 향상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2019년엔 베트남 자산 규모 1위 은행이자 4대 국영 상업은행 중 하나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15%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당시 1조원 정도를 투입했는데 이는 베트남 은행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로 기록된다.

이 같은 성과로 김 회장은 2015년(3년), 2018년(3년), 2021년 3월(1년) 등 4연임에 성공하며 2012년부터 하나금융을 이끌어 오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