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리치'에 공들이는 은행들

2021. 12.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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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억원 이상 자산가 증가
특화 점포 확대, 가업 승계 서비스는 필수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셔터스톡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가 금융업 참여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은행권에서 ‘슈퍼 리치’ 영업이 주목받고 있다. 상대해야 하는 고객 수는 적지만 이들이 금융회사에 기여하는 부분은 그 어느 고객보다 높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시중 은행들이 금융 자산이 30억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VVIP)들을 겨냥한 특화 센터 확대 경쟁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이들은 금융 노하우를 앞세워 투자 자문은 물론 상속, 증여 및 가업 승계, 세무, 부동산 등에 대한 개개인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와인 시음회, 자녀 소개팅 주선, 농촌 체험 등 비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귀족 마케팅’에 공을 쏟고 있다.

 

 VVIP 특화 점포 늘리는 은행들

그렇다면 시중 은행 슈퍼 리치 고객들은 어떤 서비스를 받고 있을까. 올해 자산 관리(WM) 실적을 가장 많이 거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WM의 수수료 수익은 4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었다. 

KB국민은행은 ‘스타 프라이빗뱅커(PB) 센터’를 중심으로 슈퍼 리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강남스타PB센터·도곡스타PB센터·압구정스타PB센터·명동스타PB센터 등 총 4곳을 운영한다. 스타PB센터는 금융 자산 30억원 이상 자산가가 주 대상이다. 이들 센터는 전국의 7개 자산 관리 자문센터와 내부 전문가 WM 스타자문단 등을 통해 금융 상품,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또 법인 고객에 특화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십 PB’도 운영 중이다. 

내년 7월엔 그룹 차원에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를 열고 운영할 계획이다. 이 지역은 고액 자산가들이 집중 거주하는 곳이다. KB금융은 이곳에 팀 단위의 PB 고객 관리 모델을 도입한다. 스타급 PB 15명과 센터에 상주하는 세무·부동산·법률·신탁·투자 전문가 10명 정도가 협업해 고객의 자산을 팀 단위로 관리한다. 인력이 가장 많았던 강남스타PB센터의 PB가 8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규모를 확장한 셈이다. 여기에 투자금융(IB)과 연계한 구조화 상품, 랩(Wrap) 상품 등을 제공하기 위해 KB증권 인력 20여 명도 배치한다. 

이와 함께 KB형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한다. KB형 패밀리오피스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상속, 증여·가업 승계 등 자녀 세대로의 부의 이전까지 고려한 신탁 기반의 초개인화 자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4년 만에 프리미엄 자산 관리 브랜드 클럽원(Club1) 2호점을 서울 한남동에 개점했다. 클럽원 PB센터는 2017년 서울 삼성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하나은행의 PB센터와 하나금융투자의 WM센터가 결합한 복합 점포로, 금융 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원스톱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럽원 한남은 그룹 내 해외 24개국 214개의 점포와 상시 교류해 글로벌 투자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PB들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활용해 국내·해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가업 승계 솔루션을 선보이기 위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도 도입한다.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IB 업무와 법인 자산 관리도 지원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 라운지·상담실·와인바 등을 디지털 시설과 연계해 배치했으며, 내부를 휴양지처럼 꾸몄다”며 “나인원한남·한남더힐·유앤빌리지 등에 거주하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플랫폼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올해 7월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대상 특화 점포인 ‘투체어 익스클루시브(TCE)’ 본점센터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TCE강남센터 개점에 이어 둘째 TCE 영업점이다. 

TCE센터는 PB 업무와 기업투자금융(CIB)을 결합한 PCIB 영업 모델을 적용했다. PCIB 모델은 개인 고객의 자산 관리뿐만 아니라 법인 고객의 자산 관리와 세무 컨설팅, 자금 조달 등을 통합 지원하는 종합 금융 솔루션이다. 특히 본점센터는 기업 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기업·오너 자산 관리, 가업 승계 컨설팅도 제공한다.

또한 우리은행은 부산·잠실·청담·대치·가산에 이어 올해 서울 압구정과 이촌에도 ‘투체어 프리미엄(TCP)’을 추가 개점했다. TCP센터는 금융 자산 3억 이상의 고액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 점포다. 해당 지역별 자산 관리 영업 거점 역할도 맡는다.


KB금융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 조감도(왼쪽)와 클럽원 한남 PB센터 내부 이미지. 사진=각 사 제공


 

 자녀 소개팅·농촌 체험 등 비금융 서비스 봇물

KB국민은행과 리딩 뱅크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신한은행은 고객 자산가를 대상으로 신한PWM센터를 운영 중이다. 신한PWM은 신한은행 PB 사업의 ‘간판’이다. 최소 5억원 이상(지점별 상이) 자산을 보유한 고객이 대상이다. 2011년 금융권 최초로 은행과 증권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 각 분야 전문가 그룹이 고객 니즈에 맞는 차별화된 자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금융 복합 점포 모델이다. 하이브리드형 PB 개념의 원조 격인 셈이다.

서울 강남과 강북 지역에서 각 1곳씩 운영하고 있는 프리빌리지(PVG) 센터는 50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9년 말 PVG 강남센터 내 신한PWM PIB센터를 개점했다. PIB센터는 PVG 센터 중 기업가 오너를 위한 특화 센터다. 투자컨설팅센터(ICC) 전문가들이 투자 상품·포트폴리오·IB·법인 회계·세무·부동산 등 자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PVG·PIB센터 고객에게 중국차(茶) 소믈리에 클래스 등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며 “고객의 자녀 중 미혼 남녀의 일대일 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는 2006년부터 시행했는데 총 42쌍의 성혼 커플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WM사업부 내 NH All100자문센터를 확대 개편해 영업점 우수 고객에 대한 종합 자산 관리 컨설팅을 밀착 지원한다. NH All100자문센터는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 은퇴 설계 전문가 등 자산 관리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다. 현재 26개소를 운영 중인데 내년에 48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농협만의 특색 있는 WM 서비스도 있다. 농민신문 월간지인 전원생활 무료 구독, 5월 가정의 달맞이 우수 고객 대상 한우 세트 제공, 농촌 생활 체험 병행 부동산‧세무 세미나 초청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유튜브 채널로 MZ 홀리는 은행들

최근 시중 은행들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을 겨냥해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자산 관리 서비스도 속속 내놓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자산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한 짧은 분량의 자산 관리, 세금, 부동산 상식‧투자 정보 제공은 물론 웹 세미나를 통한 심층적 소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개인 자산 종합 관리 서비스 ‘NH자산+’와 연계한 ‘디지털 WM’ 사업을 신설했다”며 “비대면 채널에서 유입되는 고객을 본부와 영업점의 전문 인력이 자산 관리 화상 상담 서비스를 동시 지원하는 하이브리드형 자산 관리 신 영업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올해 7월 ‘원(WON)컨시어지영업부’를 신설하고 비대면 선호 고객을 위한 맞춤형 밀착 관리 서비스인 ‘WON컨시어지’를 선보였다. 서비스 대상은 우리WON뱅킹을 주로 이용하는 20~40대 우수 고객이다. 우리은행은 ‘WON컨시어지’를 통해 전담 직원이 고객과 일대일로 매칭해 금융 상담부터 상품 추천, 상품 가입까지 영업점과 동일한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계 큰손들을 공략하기 위해 전용 자산 관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한편, KB금융그룹이 11월 발간한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는 2020년 말 39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9000명(10.9%) 증가했다. 지난 5년간 금융 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한국 부자 수는 2016년 27만1000명, 2017년 31만 명, 2018년 32만3000명, 2019년 35만4000명, 2020년 39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금융 자산 규모(2618조원)는 5년 전과 비교해 1.4배 증가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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