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정부 비판 언론에 광고 축소 유도"..국정원 문건 공개

김윤주 2021. 12. 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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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정보기관 민간인 사찰 중간보고 발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일 공개한 세월호 유족 사찰 정황이 담긴 국정원 문건. 사참위 유튜브 채널 갈무리

지난 1월부터 세월호 참사 관련 국가정보원 문건을 열람해온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일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과 언론 등을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 내용을 공개했다.

사참위는 2일 제114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조사 조사결과보고서 중간보고’를 발표했다. 사참위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 티에프(TF)와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지만, 그동안 사참위가 국정원 자료에 대해 열람한 결과 이와 다른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사참위가 지난 1월20일부터 열람한 국정원의 세월호 관련 전체 자료 목록 등을 바탕으로 국정원·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경찰 등 정보기관의 세월호 관련 사찰에 대한 조사한 내용의 중간보고다. 사참위는 내년 6월10일 조사 활동을 마무리한다.

사참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작성된 국정원 문건인 ‘진도여객선 ‘세월호’ 사고 관련 사후 수습방안(○○○)’에는 “향후 수습방안”으로 “민심·여론 관리→‘정부 책임론’으로 비화 방지”, “피해자 가족·주변 관리→선제적 조치 등으로 불만 최소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같은 달 20일 국정원이 작성한 ‘세월호’ 문건에는 유가족의 장례와 관련해 “시신이 발견될 때마다 개별적으로 장례를 치르도록 해 집단선동행위를 분산”해야 한다는 제안이 담겼다. 다음날인 21일 작성한 ‘세월호 대책1’ 문건에도 “순수유가족들로 ‘대책위’를 구성토록 해 대화채널 일원화, 비판 세력의 ‘중재’, ‘대변인 역할’ 등 끼어들기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제안과 “공식 ‘유가족대책위’ 부재로 사안 발생 시 외부세력 배후 조종에 쉽게 휩쓸리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담겼다.

이 밖에 유가족들의 성향과 관련해 “욕을 입에 달고 산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집회 참석 시 국회 및 경찰 관계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친절하게 대하는 온순한 스타일이라는 평” 등 정보를 정리한 문건도 있었다. 국정원 문건에는 “사고 직후부터 유가족 심야귀가 지원·식사제공 등 봉사활동을 했던 자총 안산지회와 단원경찰서, 안산시수습지원단 관계자들과 긴밀히 공조해 유족 특이 동향 파악 및 건전 유족을 통해 좌파와 조직적 연계를 차단했다”는 언급도 있다.

또 2015년 3월4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엘에이(LA)총영사관 앞에서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연 것과 관련해 국정원이 “‘한국에서 보상이 진행되는데 LA까지 와서 뭘? 돈을 더 달라고? 국가망신 시키지 말라’는 등 훈계조로 추궁, 위축시키고, 유가족을 초청한 인물들의 그간 종북 활동 사례를 조목조목 제시, 현장 분위기를 반전” 등이라고 기록한 문건도 있었다.

국정원이 언론의 내부 동향을 파악하고 세월호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한 매체에는 압박을 가하고, 보수언론의 세월호 보도분량 축소 내용을 파악한 정황도 드러난다. 사참위는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참위가 공개한 국정원 문건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공공기관·대기업 대상 선심성 광고발주·협찬금 축소 유도”라는 표현이 있다. 한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는 “3기 방통심의위에서 ○○○○ 다이빙벨 혹세무민 방송에 대해 보도부문 최초로 최고 중징계인 과징금을 부과, 정부가 더 이상 ○○○○ 막장선동 보도를 좌시하지 않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있다.

반대로 국정원 문건엔 한 신문 1면 톱기사와 관련해 “○○일보 1면 톱기사 청와대→선원 변경 관련 1면 톱 교체 배경에 대해 ○○○사회부장은 (중략) 정부 입장에서 보면 1면 톱이 바뀐 것이 다행스러울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등 해당 언론사 내부의 반응도 담겼다. 또 국정원이 2014년 4월23일 작성한 문건에는 “신문사들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해 너무 많은 지면과 자극적 보도 등으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보도분량 축소 및 자극적 보도 자체 등을 요청받고 있다며 수용 방침”이라는 언급도 있었다.

김윤주 장현은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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