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테니스 투어, 펑솨이 의혹에 중국 모든 대회 개최 보류

여자프로테니스, WTA 투어가 중국 고위 관리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뒤 행방이 묘연해진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의 안전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들의 개최를 모두 보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로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의 개최를 보류하기로 했다"며 "펑솨이가 자유롭게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의 성폭행 의혹을 밝히는 것에 압력을 받는 곳에 우리 선수들이 가서 경기하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35세인 펑솨이는 지난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복식 우승자로 2014년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입니다.

지난달 초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장가오리 전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으나 돌연 이 계정이 사라지고 이후로는 행방도 묘연해져 국제 사회에 큰 논란이 됐습니다.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이 성폭행 의혹을 부인하는 펑솨이의 메일과 근황을 담은 사진을 보도했고, 특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펑솨이와의 영상 통화 사진까지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바흐 위원장이 중국의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장가오리 전 부총리와 가까운 사이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여성프로테니스 투어는 펑솨이와 바흐 위원장의 영상 통화 사실이 공개된 이후로도 "여전히 펑솨이의 안전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고, 이번에 "중국은 이 문제를 적절한 방법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중국 대회의 개최 보류를 선언했습니다.

중국은 시즌 최종전인 WTA 파이널스를 2030년까지 개최하게 되어 있으며 이 계약 규모는 10억 달러, 약 1조 1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WTA 파이널스 이외에도 10개 안팎의 다른 대회들도 해마다 열리기 때문에 WTA는 중국 대회 개최 보류로 최소한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감수한 셈입니다.

WTA 투어의 결정에 미국테니스협회도 "매우 용기 있는 리더십"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특히 '여자 테니스의 전설' 빌리 진 킹도 "사이먼 대표의 인권 수호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런 결정이 여자 테니스가 여성 스포츠의 리더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글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렸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2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여러 차례 관련 입장을 설명했다"며 '스포츠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는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WTA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 연합뉴스)

김경희 기자kyu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