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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도 정치력도 없다"..맨살 드러낸 윤석열 리더십[뷰&인사이트]

구경우 기자 입력 2021. 12. 02. 17:38 수정 2021. 12. 0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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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기질 尹, 원톱 권한쥐고 인사
'3金 체제' 불발 첫단추부터 삐걱
과거 인물로 인선..상징성도 잃어
정치 '갈등조정'인데 분열 봉합 못해
전문가 "내분 수습 최우선" 지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지인과의 오찬을 위해 식당을 찾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인사차 잠시 방문한 뒤 식당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경제]

2일 발표된 대선후보 설문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4자 대결)는 1%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11월 둘째 주에 조사에서 7%p까지 벌어졌던 조사는 턱밑까지 따라 잡혔다. 여타 조사에서도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는 오차 범위 내 앞서거나 심지어 역전 사례도 있다.

‘윤석열호’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는데도 태평하다. 인사의 감동은 없고, 정책에 대한 비전도 안 보인다. 심지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에 이어 이준석 당 대표와의 마찰도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 후보의 리더십은 눈에 띄지 않는다. 윤 후보는 지난달 5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당헌에 따라 당무 우선권을 쥐고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주도했다. 결과는 이 대표와 등을 지는 극한의 내부 분열로 귀결되고 있다. 윤 후보가 선대위에 새 인물이 아닌 과거 인사를 세우고 현실과 동떨어진 인선으로 정치 신인으로서의 상징성마저 잃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로들은 이날 윤 후보 면전에서 “인기란 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신경식 고문)”고 질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경선 이후 28일 째 선대위 인선을 두고 내홍이 지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째 서울 사무실을 비운 채 지방을 순회하고 있다. 경선 후 ‘원팀’은커녕 다중분열 상황이다.

중심에는 윤 후보가 있다. 하지만 윤 후보가 구상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을 전면에 세우는 ‘3김(金)’ 체제 구축이 약 20일 간 내분만 키우며 불발 됐다. 당권을 쥔 윤 후보가 선대위 초기 조정에 실패하며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윤 후보의 상징인 ‘공정과 상식’ 조차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 안팎에서는 대선 본선을 위한 선대위는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는 조언이 빗발쳤다. 하지만 윤 후보는 자녀 문제로 홍역을 겪고 있는 장제원 의원의 인사 문제를 스스로 정리하지 못했다. 청년보좌역 공개모집도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후보 본인과 각 본부장 등 선대위 실세 7인의 청년보좌역은 임명을 한 뒤 각 본부 산하 조직에 배치할 인원은 공개모집을 하면서다.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에 참석해 원로들과 인사하고 있다. /권욱기자

선대위의 ‘간판’인 공동선대위원장 인선조차 신선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윤 후보는 ‘파격 인사’로 사할린 강제이주 동포의 손녀이자 무역회사 대표인 스트류커바 디나씨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선대위는 ‘워킹맘’을 내세웠지만 곧바로 대표성 문제가 불거졌다. 우리나라 워킹맘 대부분은 회사 대표가 아닌 기혼여성취업자(4월 기준 약 260만 명)다. 당내 관계자는 “선대위에 사할린 동포를 영입하는 것을 옳다”면서도 “다만 선대위 간판인 선대위원장에 왜 오르는지는 누구도 설명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이수정 교수도 새 인물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는 미래통합당(과거) 성폭력대책특위에 합류했고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 캠프에서 활동했다. 설명이 불가능한 인사 탓에 “후보가 러시아 문학을 좋아한다”, “후보 동기의 와이프” 등 낭설만 퍼지는 상황이다.

윤 후보가 당내 정치에도 실패하고 있다 주장도 아픈 대목. 당 소속 의원들이 선출한 김기현 원내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 인선은 첫 인사발표인 25일이 아닌 29일에야 나왔다. 한 의원은 “당연직인데도 인선이 늦어지면서 이상한 모습을 연출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을 윤 후보의 측근들로 알려진 ‘친윤계’ 중진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난 30일 초선들이 긴급 회동을 갖고 “정권교체라는 절대명령을 받고 있는데 ‘문고리’라는 얘기가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 ‘패싱’ 논란도 윤 후보 주변의 강성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이 대표는 당규에 따라 대선 대책기구 총괄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인사는 30대 당 대표를 향해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특히 윤 후보가 “정신머리부터 바꿔야 한다"며 끊임없이 쇄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측근들만 챙긴다는 당내의 비판도 팽배한 상태다. 측근들에 둘러싸여 윤 후보가 상상력을 잃고 선명한 비전과 신인으로서의 가치마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분이 지속되면 윤 후보의 정치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치의 본질이 갈등 조정인데 윤 후보가 당조차 수습하지 못한다는 질타를 받을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내홍의 본질은 다 이긴 선거라고 보고 (선대위 인사를) 국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절박감이 없다는 것”이라며 “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윤 후보의 정치력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구경우 정치부 기자./서울경제DB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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