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첫 오미크론 확진자 "걱정돼 택시 거짓말..선교 아니었다"

심석용 입력 2021. 12. 2. 20:10 수정 2021. 12. 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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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의 한 병원 음압치료병상 출입구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뉴스1

“저로 인해 이렇게 돼 모든 사람에 죄송하다”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뒤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은 A씨(40대·여)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특별한 증상은 없다”면서도 인터뷰 동안 간간이 기침을 했다.

A씨는 남편과 함께 지난달 14~23일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뒤 24일 오후 국내로 돌아왔고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귀국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현지에서 받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입국 뒤 거주지 근처 보건소에서 검사한 결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왔다. 지난 1일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로 최종 확인됐다.

입국 당시 A씨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지인 B씨(30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항에서 자택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초기 역학조사에선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6일가량 밀접접촉자 격리가 지연됐다. A씨가 거짓 진술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역 당국은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의 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비난 여론에 큰 죄책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뉴스를 보는데 상황이 점점 나빠져서 걱정돼 잠을 잘 못 자고 있다”면서도 “자신이 이렇게 되도록 계획한 건 아니었다”고 한숨은 내쉬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코로나19 오미크론 추가 확산 가능성.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Q : 오미크론 변이 증상은 어떤가
A : 일반 코로나19 증상보단 심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귀국 전부터 목이 아팠다. 24일에 집에 온 뒤론 열이 확 올라왔다. 근육통은 없었지만 두통이 왔다. 남편과 달리 나는 설사를 했고 후각과 미각을 못 느꼈다. 생각해보면 일종의 감기 증상인 것 같다. 같이 집에 있던 아들은 확진됐지만, 딸은 화장실을 같이 썼는데도 음성이 나왔다. 면역력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다르지 않았나 싶다. 아들은 우리로 인해 전염됐는데 후각, 미각 다 살아 있다. 우리 모더나 2차까지 다 맞고 (나이지리아에)갔다. 그런데 다른 확진자 얘기를 들어보니 접종 받으나 안 받으나 증상은 비슷한 것 같다. 어른들은 하루 정도 열이 확 올라오고 목 아프고 몸 안 좋고 그 다음에 열 떨어지면 괜찮아진다.

Q : 나이지리아는 왜 간 건가
선교하러 간 것 아니냐고 하는데 세미나 참석이 목적이었다. 나이지리아는 국민의 40%가 기독교인이다. 말씀 공부하러 간 거다. 매년 참석했던 학술 세미나였는데 지난해엔 상황이 안 좋아 못 갔고 올해엔 백신 접종도 했으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연 세미나였는데 여러 나라 사람이 모두 모였다. 나와 남편은 세미나에 참석한 러시아권 사람들이 초대해서 가게 됐다. 일주일 동안 한 학교에서 공부했다.

Q : 어디서 감염된 것 같나
A : 나이지리아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마스크를 쓴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처음엔 숙소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계속 쳐다보니까 신경 쓰여 벗게 됐다. 나이지리아는 백신 접종률이 10%도 안 된다고 한다. 세미나 기간 러시아권 사람들 10명하고 같이 있었는데 연락해보니 우리 부부 말고는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르겠다. 우리 부부는 모더나 2차 접종까지 마친 상태였다. 오미크론에 걸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Q : 병원생활은 어떤가
A : 남편, 나, 아들이 한 방에 머물고 있다. 병원에선 다들 잘해주신다. 특별한 증상은 없다. 의사 선생님도 “모든 게 다 정상”이라고 했다. X-ray검사와 피검사에서도 정상이라고 나왔다고 한다. 원래는 10일간 격리해야 한다고 했는데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이라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Q : 초기 역학조사에서 왜 거짓 진술했나
A : 내 잘못이다. 내가 잘못한 건가 하는 걱정에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방역택시를 타야 한다는 걸 몰랐다. 어떻게 타야 하는지, 어떻게 부르는지 몰랐다. 그래서 지인 차를 타고 왔던 거다. 운전해준 지인이 우리 부부가 확진된 뒤 25일에 한 검사에선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후 증상이 나타나 그 지인이 29일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걸 알았을 때는 바로 질병청에 알렸다.

Q : 힘든 부분 있다면
A : 처음으로 오미크론 확진자가 된 입장에서 몸과 마음이 불편하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고 확진자가 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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