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금반지 강제모금 또 불거져
[경향신문]
일부 대학에서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줄 선물 명목으로 재학생들을 상대로 강제모금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과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십수년 동안 이어진 이런 문화에 대해 상당수의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개선은 더디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2일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 유아교육학과에서 학생회가 선배들의 졸업선물 명목으로 재학생들에게 강제모금을 했다”고 밝혔다.
시민모임과 학교 등을 종합 취재한 결과 이 학과에서는 지난달 ‘유아교육학과 반지 값’ 명목으로 1학년 3만5000원, 2학년 1만5000원, 3학년은 5000원을 내도록 했다. 해당 학과는 2004년부터 졸업하는 선배를 위해 재학생들이 돈을 모아 금반지를 선물해 왔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 사이에 ‘강제모금’에 대한 불만이 나오면서 2019년 투표를 통해 매년 부담금을 학년별로 5000원씩 줄여나가고 있었다. 선물도 최근 금값이 급등하면서 금반지 대신 현금을 주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지난해와 올해 입학한 1학년과 2학년의 경우 ‘비대면 수업’으로 선배들의 얼굴도 모르는데 졸업선물 비용을 내는 것에 적지 않은 반발이 있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었다. 대학 측은 “해당 학과 학생회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1일 ‘졸업선물비 모금’을 없애기로 결정하고 학생들이 낸 돈을 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과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금반지 등을 선물하기 위한 강제모금은 여러 대학에서 논란이 됐다. 2014년과 2016년에는 광주와 서울지역 대학에서 졸업반지 비용을 강제모금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19년에는 순천의 한 대학 학생들이 졸업선물비 강제모금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졸업선물 강제모금은 학년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자율의지를 억압한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라며 “교육당국이 전수 조사를 통해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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