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에 숨진 아빠, 자수한 여성..CCTV속 기막힌 반전

진창일 입력 2021. 12. 2. 22:19 수정 2021. 12. 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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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아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를 내고 아내를 자수시킨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의 아들은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음주운전에 희생돼야 하느냐”며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달 18일 전남 장흥에서 일어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 올린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만취 운전자에 치여 돌아가신 아버지

3일 전남 장흥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오후 7시 53분쯤 장흥 지천터널 인근 왕복 2차선 도로에서 A씨(68)가 몰던 1t 트럭에 B씨(64)가 치어 숨졌다.

A씨는 약 6분 전인 오후 7시 47분쯤 이곳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을 달리던 B씨의 차량을 충격한 뒤 그대로 주행했다. B씨는 사고 직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갓길에 차량을 대고 충격 부위를 살펴보던 중 6분 만에 같은 도로로 돌아온 A씨의 차량에 변을 당했다.

경찰 조사결과 문씨는 자신의 집을 향해 운전 중이었지만, 술에 취해 목적지와 다른 장흥읍 방면으로 주행했고 유턴해 돌아와 B씨의 차량을 또다시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고 당시 면허 취소 수치의 만취 상태로 운전대 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내 보내 자수시킨 범인

사고 현장에는 B씨 뿐만 아니라 문씨의 차량에 1차 사고 피해를 본 SUV 차량 운전자도 있었다.

A씨는 2차 사고 직후 곧장 자신의 집으로 달아났다. 경찰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 조사하던 중 A씨의 아내가 사고를 낸 트럭을 타고 나타나 “내가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운전자 바꿔치기였다. 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TV(CCTV)와 블랙박스 등에서 확인된 영상을 토대로 진범인 문씨를 사고 당일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A씨는 음주측정을 하려던 경찰에게 “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며 음주운전 혐의를 피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 “음주운전 처벌 강화해달라”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첫 사고는 몰랐고 두 번째 사고는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줄 알았다”며 뺑소니 사망사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B씨 유족은 범행을 부인하는 문씨의 태도에 “음주운전 사고 가족들을 위해 음주 운전자 처벌을 더 강화해달라”고 호소한다.

B씨의 아들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저는 음주운전 사망 피해자 아들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청원에서 “가해자는 아내를 자수시켜 운전자를 바꿔치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고 저는 차가운 아버지의 시신을 마주하고도 현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한때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윤창호법마저 후퇴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최근 헌법재판소가 윤창호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그는 “사고 4시간 전 아버지와 결혼 이야기를 하며 행복한 미래를 그렸지만, 마지막 통화가 됐다”며 “윤창호 법도 부족하고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 사고를 낸다면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사회정의이고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운전자 바꿔치기’ 아내 처벌 어려워

경찰은 지난 1일 A씨를 특정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자신이 사고를 냈다며 경찰 수사에 혼선을 준 문씨의 아내에 대해서는 처벌이 어렵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타인이 피의자의 혐의를 숨겨주거나 도피를 도와주는 등 행위에 대해서는 친족 관계일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는 규정이 있어서 별도 처벌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흥=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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