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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선물이냐 악몽이냐..오미크론 '운명의 2주일'

신혜연 입력 2021. 12. 03. 00:02 수정 2021. 12. 0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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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이 크리스마스 선물일 수도 있다.”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

국내외 일부 감염병 전문가 사이에 이런 주장이 제기됐다. 매우 조심스럽지만 희망 섞인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다만 나쁜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경고가 훨씬 많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중앙예방접종센터장) 교수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미크론이 최악으로 갈 수도 있지만 좋은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면서 “델타 변이가 나와 우점종(우세 변이)이 되면서 판도를 바꿨듯 오미크론이 우점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교수의 설명이다.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을 보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적응하고, 인간이 바이러스에 적응한다. 서로 상생하는 공(共)진화(co-evolution), 상호 진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세지고 독성은 떨어질 수도 있다. 오미크론이 독감이나 감기 수준이 되면 최상이다. 이게 델타 변이를 밀어내면 인류에 구세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오 교수는 “오미크론의 정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세계 과학자가 달라붙어 있으니 다음 주말께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공진화는 가상 시나리오일 뿐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지금 너무 심하게 오미크론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이렇게 되면 초점이 흐려진다”며 “지금은 델타와 긴박하게 싸워야 한다. 지난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기간에 부족한 점이 뭔지 냉정히 따져 시급히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 보건전문가도 오 교수와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는 “완전한 가설, 희망사항”이라고 전제한 뒤 “오미크론이 전파력은 빠른 것 같지만 그리 독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소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화 이론에 의하면 바이러스가 오래 살고 지배력을 갖기 위해서는 숙주인 인간이 죽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인간을 안 죽게 하는데, 아마 오미크론이 그런 쪽으로 갈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감기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4개 있다. 이들도 진화 과정을 거쳐 지금 상태로 정착했다.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번성을 위해서다”고 덧붙였다.

“전파력 강하니 독성 약하다 장담 못 해 … 부스터샷 중요”

이에 앞서 독일 임상 유행병학자 카를 라우터바흐 교수도 오 교수와 유사한 전망을 내놨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미크론이 처음 보고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사들이 말한 것처럼 비교적 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앞당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라우터바흐 교수의 발언을 보도했다.

오미크론 전파력

그는 이어 “오미크론이 현재 주종인 델타 변이보다 2배나 많은 32개 스파이크 단백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감염을 시키기에 최적화된 것이며 덜 치명적인 것”이라며 “대부분의 호흡기 질환이 진화하는 방식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감기처럼 가볍게 바뀐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오미크론 증상은 그리 독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국내 오미크론 첫 확진자 5명 중 4명도 처음엔 기침·두통·미열 등이 있었으나 무증상으로 호전됐다. 1명만 미열이 있을 뿐이다.

오미크론 첫 발견자인 남아공 안젤리크 쿠체 박사가 해외 매체에 전한 기사에 따르면 오미크론 감염 환자들은 피로·근육통·두통·마른기침 등 가벼운 증상이 나타났다. 델타 변이 감염자와 달리 후각·미각 상실, 호흡곤란 증상이 없었다. 1일 기준 보츠와나 오미크론 확진자 19명 중 16명이 무증상이다.

오미크론 걸리면

오미크론이 우점종이 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 “현재 남아공의 코로나19 확진자 표본의 4분의 3이 오미크론이며 지난달 염기서열을 분석한 모든 샘플의 74%가 오미크론”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오미크론 변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적어도 2주 이상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편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감염병 전문가 폴 헌터 교수는 “오미크론 관련 가벼운 증상 보고는 일회성 요인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이 맞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부스터샷을 맞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유입 차단 해외 입국자 격리조치 강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발병분석·모델링 그룹 대표인 닐 퍼거슨 교수는 1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진화해 더 쉽게 전파되지만 그렇다고 덜 위험해지지는 않을 수 있다”며 “일부 바이러스가 시간이 지나면 덜 위험해지는 경우가 있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게다가 남아공에서 1일 신규 확진자가 8561명으로 폭증했다. 주말까지 하루 1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또 오미크론이 유아를 더 감염시킨다는 주장이 있다. 남아공 임상생물학자 앤 본 고트버그 교수는 “유아 감염률이 올라가고 있어 걱정이다. 다만 현재 데이터만으로 오미크론 영향력을 확신할 수 없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황수연·신혜연·최서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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