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약속만 한다"던 이재명, 기본소득 공약까지 후퇴 시사

서영지 입력 2021. 12. 3. 05:07 수정 2021. 12. 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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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고 토론하되 국민의 의사에 반해서 강행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국토보유세 도입을 공약했다가 최근 "일방적으로 강행하기는 어렵다. 국민들이 반대하시면 못 하는 것"이라고 물러섰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도입 역시 정부를 압박하며 몰아붙였다가 재원 부족 문제가 제기되자 21일 만에 전격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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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전환 선대위 공개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고 토론하되 국민의 의사에 반해서 강행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철회와 국토보유세 도입 유보 시사에 이어 핵심 정책의제로 내세운 기본소득까지 ‘후퇴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독선·독주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표 계산에 따라 주요 공약까지 뒤집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소득 철회 의사가 있나’라는 물음에 “철회한 것이 아니다. 이 정책에 대해 확신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이 오해하는 것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앞서 언론인터뷰에서 “국민이 반대하면 기본소득을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은 현재 아동수당으로 반영돼 있고 박근혜 후보가 지난 대선 당시에 65세 이상 모두에게 20만원을 주겠다고 공약한 게 있는데 그게 부분 기본소득이다. 청년이나 농민 계층에 대한 부분 기본소득은 당연히 보편복지 형태로 시행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국민 상대의 보편적인 기본소득은 재원 마련 등의 문제 있기 때문에 위원회 등을 통해서 국민적인 합의를 거쳐서 (국민이) 동의할 때 실제 정책으로 집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주장해온 기본소득은 아동·노인 등 특정 계층을 넘어 소득에 관계없이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인데, 사실상 이에 대한 유보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그는 지난 7월 “기본소득을 국가정책으로 도입해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겠다”며 임기 안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국민에게는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최근 ‘국민들이 반대하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자신의 주요 공약을 후퇴시키는 모습이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국토보유세 도입을 공약했다가 최근 “일방적으로 강행하기는 어렵다. 국민들이 반대하시면 못 하는 것”이라고 물러섰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도입 역시 정부를 압박하며 몰아붙였다가 재원 부족 문제가 제기되자 21일 만에 전격 철회했다.

그는 이날 ‘공약 번복’ 논란에 대해 “어떤 정책이든 국민이 원하고 필요한 정책은 실현할 것”이라면서도 “국민에 꼭 필요한데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건 오해이기는 하지만 그럴 때는 국민의 뜻을 우선하겠다”고 했다. 이어 “정치인이 자기 신념을 위해서 국민의 의사에 반하지 않겠다는 말을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공약은 애초 찬반이 엇갈렸던 사안인데, 돌연 이 후보가 ‘국민 여론’을 들고 나온 것은 공약 철회를 위한 알리바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했고, 약속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왔다” “(저항을) 이겨내고 성과 만들어낼 사람”이라던 기존 주장과도 맞지 않는다. 선대위 관계자는 “내부에서 조사해보면 이재명이 한다면 하는 건 알겠는데, 그만큼 독선·독주 이미지도 강하다”며 “그게 중도층 전략에는 맞지 않는 거 같아서 요즘은 그 색깔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국토보유세 등 선증세 카드를 꺼내드는 건 문제라는 의견도 선대위 안에서 제기됐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치밀함 없이 주장했다가 여론의 저항이 일부 있으니 표 계산을 해서 뒤집고 하면 ‘국정운영 능력’도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뜻이라는 것도 참 모호한 말”이라고 꼬집었다. 장혜영 정의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이재명은 합니다’라더니 그 뒤에 ‘안되면 말고’라는 한마디가 더 있었던 모양”이라며 “선거에 나선 정치인이 자기 소신을 헌신짝 다루는 하는 것은 실용주의가 아니라 기회주의라는 것을 이 후보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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