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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홍콩 맥주 시장 1위..오비맥주 '블루걸'을 아시나요?

입력 2021. 12. 0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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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맥주사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 압도적 점유율 기록..홍콩의 '국민 맥주'로 불려
[비즈니스 포커스]

블루걸은 15년 연속 홍콩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을 앞두고 있다. 홍콩 현지에서 블루걸 맥주 프로모션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오비맥주 제공


홍콩은 이른바 ‘맥주 브랜드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배경은 이렇다. 2008년 홍콩은 30도 이하 주류의 관세를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자연히 맥주에 붙는 관세도 사라졌다. 무관세에 따라 홍콩의 관광·창고업·중개무역 등 부수적인 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략은 적중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홍콩에서 더 이상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글로벌 맥주업계는 너 나 할 것 없이 홍콩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새롭게 부각되며 더 많은 여행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주류 관세 폐지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그런데 이런 홍콩 맥주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발견된다. 치열한 글로벌 맥주 브랜드들의 시장점유율 경쟁 속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브랜드는 다름 아닌 ‘한국산’이라는 점이다. 주인공은 바로 오비맥주가 한국 광주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에 수출하는 ‘블루걸(Blue Girl)’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블루걸’은 이미 오래전부터 홍콩의 ‘국민 맥주’로 통한다”며 “블루걸을 통해 한국 맥주 맛의 우수성을 세계에서 검증받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산미구엘 제치고 첫 1위

“홍콩의 다이파이동(홍콩식 노천 식당)에는 김이 나는 음식을 먹고 블루걸 맥주병을 두드리며 회사에서 힘겨운 하루를 보낸 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한 외신에서 묘사한 홍콩 거리의 풍경이다.

이렇듯 블루걸은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홍콩에서는 맥주의 대명사 격으로 통할 만큼 독보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블루걸은 지난해까지 홍콩 시장에서 약 14년째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이다.

영국·독일·덴마크·네덜란드·일본·중국·남미 등 세계 각국의 글로벌 맥주 브랜드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홍콩 시장에서 한국 기술로 만든 국산 맥주가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도 1위 수성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닐슨 홍콩이 발표한 현지 맥주 시장점유율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홍콩에서 블루걸의 점유율은 22.04%로 15년 연속 홍콩 맥주 시장 판매 1위라는 ‘대기록’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맥주 ‘칭다오’나 일본의 ‘아사히’도 홍콩에서는 블루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블루걸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정도 증가했다”며 “큰 이변이 없는 한 15년 연속 홍콩 맥주 시장 판매 1위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블루걸이 홍콩에서 이처럼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꼽을 법한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현지에서 판매되는 블루걸의 값는 오히려 일반 맥주보다 약 50% 정도 비싼 ‘프리미엄 제품’에 속한다. 블루걸이 홍콩 소비자를 사로잡은 비결은 단연 ‘맛’이다.

 

 홍콩 사로잡은 비결은 ‘맥주 맛’

‘블루걸’은 오비맥주가 30여 년 전인 1988년 홍콩의 거대 유통 기업인 ‘젭센그룹’과 계약하고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는 맥주 브랜드다. 이전까지 블루걸은 독일에서 만들었는데 홍콩과 독일 사이의 거리가 멀다 보니 물류비 등이 많이 들어 문제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젭센그룹은 홍콩과 가까운 아시아 국가 중에서 ODM이 가능한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1위 맥주 기업인 오비맥주가 눈에 들어왔고 직접 생산 공장과 높은 기술력 등을 확인하고 파트너십을 맺었다.

일반적으로 맥주 ODM은 제조 업체가 독자적인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현지인의 기호와 입맛에 맞는 제품을 직접 개발해 해외 현지 유통 업체에 공급하는 수출형태를 띤다.

주문자가 요구한 레시피대로 맥주를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제조 업체의 뛰어난 기술력을 요하는 것이 특징이다.

블루걸 역시 오비맥주가 자체 개발한 레시피를 입혀 한국에 있는 광주 공장에서 전량 수출되고 있다. 오비맥주가 오로지 맥주 맛으로 홍콩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중국 본토에 비해 유럽 스타일의 진한 맛을 선호하는 홍콩인들을 겨냥한 맞춤형 레시피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알코올 도수 5도짜리 ‘블루걸’을 제조하며 수출을 시작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블루걸’은 다른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진한 맥주 맛을 선호하는 홍콩 시장의 특성에 맞춰 개발한 필스너 계열의 라거 맥주”라며 “쌉싸래하면서도 시원한 청량감과 부드러운 끝 맛으로 폭넓은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첫 수출된 이후 한동안 블루걸의 시장점유율은 1~2% 정도로 미미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입소문이 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다른 글로벌 맥주 브랜드와 달리 철저하게 처음부터 홍콩 시장만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렇게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더니 급기야 2007년 당시 홍콩 맥주 시장의 최강자였던 ‘산미구엘’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후부터 블루걸의 견고한 독주 체제가 이어졌다. 한 번 치솟은 인기는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명실공히 홍콩의 최고 인기 맥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올해 시장점유율을 보더라도 2위에 오른 브라질 맥주 ‘스콜(Skol)’과의 격차는 약 10%포인트에 달한다.



물론 맛이 다는 아니었다. 홍콩 맥주 시장을 분석한 소비자 맞춤형 마케팅, 오비맥주만의 균일한 품질 관리와 안정적인 제품 공급 등도 블루걸이 홍콩에서 1위를 수성하는 요인들로 지목된다.

한스 마이클 젭슨그룹 회장은 “오비맥주의 양조 기술력과 홍콩인의 미각을 충족시킨 탄탄한 제품력, 제조사와 판매사 간 원활한 협업이 홍콩 맥주 시장 15년 연속 1위의 원동력”이라며 “홍콩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향후 대만·마카오·중국 본토 등지로 판로를 확대해 블루걸을 중화권 내 대표적인 프리미엄 맥주로 확고한 입지를 굳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블루걸은 오비맥주의 실적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오비맥주는 블루걸의 수출에 힘입어 2012년 말 한국 주류업계 최초로 수출 1억 달러(약 1188억원)를 달성했고 현재도 꾸준하게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 본토까지 블루걸의 판로를 확대한다면 더욱 가파른 수출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오비맥주 측은 기대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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