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뒷담화] 정국 마비시킨 당대표의 '신출귀몰'

김동인 기자 2021. 12. 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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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뒷담화] "(이준석의) '나를 중심으로 승리하라'는 관점은 2016년 '김무성 잠행' 때도 펼쳐졌다. 당시 새누리당이 여론조사에서 앞서자 '나누어 먹을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후 새누리당은 자멸했다."
12월1일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장제원 의원 사무실을 찾아 ‘패러디’ 촬영을 했다. ⓒ이준석 대표 측 제공

대통령을 뽑는 것은 유권자 시민이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들만의 무협지’가 펼쳐진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이재명·윤석열 두 대선후보는 이번 주, 지방 유권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하지만 각 당내에서는 치열한 중앙정치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때로는 후보를 따라 지방으로, 때로는 주요 정치인을 쫓아 여의도로 향한 기자들은 이번 주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전국으로 흩어진 기자들이 12월2일 한자리에 모였다. 솔직하고 가감 없는 평가를 위해 각 기자의 이름은 이모티콘으로 대신했다. 각 정치인의 직책은 편의상 처음에만 언급하고 이후에는 생략했다.

^_^p:이번 주 화제의 인물은 단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였다. 11월29일 저녁에 이모티콘을 동원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고 쓴 뒤, 다음 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집에 틀어박혀 있나 싶었는데, 부산·순천·제주를 돌았다.

-_-a:혹시 집에 있지 않을까 서울 상계동을 찾았는데 만나진 못했다. 1층에 자동차가 없는 신식 아파트라 뻗치기도 불가능했다. 해가 질 무렵 집에 불이 안 켜진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뒤돌아 나왔는데, 그때 이미 부산으로 떠난 상태였다.

T^T:2016년 새누리당 공천 파동 당시 김무성 대표의 ‘영도다리’ 장면이 떠올랐다. 이를 이준석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다. KBS가 김해공항에서 이준석의 움직임을 포착했던데, 이것도 미리 알려주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그림 아닌가(이에 대해 해당 장면을 취재한 KBS창원 기자는 "이날 서울 방문 후 창원으로 돌아오던 중 우연히 이 대표 앞자리에 타게 되었다. 마침 이 대표가 잠적을 했다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봐서 이 대표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촬영했다"라고 알려왔다).

^_^p:2016년에 한 통신사가 찍은 김무성의 ‘영도다리’ 사진도, 상당히 작위적이라서 논란이 되었다.

-_-a: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출구전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0선 대표이지만 지금 나오는 행보와 단어는 칩거·잠행 같은 것들이다. 10년 전 정치에서 쓰는 단어가 다시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_@:부산에 가서 장제원 의원 사무실에 들러 사진을 찍은 것도 여의도에서 뒷말을 낳았다.

^_^p:자신이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누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인지 분명히 한 셈이다. 이른바 ‘윤석열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불리는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이 타깃이다. (이준석이 장제원 사무실에 들러 사진을 찍은 행위는), 권성동이 11월30일 이준석의 상계동 사무실을 찾아가서 사진 찍힌 것을 패러디한 것 같다.

^0^/:당 전체에는 부담이 되는 행보다. 이 같은 움직임을 마뜩잖아하는 당원이 늘고 있다고 한다.

T^T:길게 간다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도 이준석에게도 좋을 건 없다. 어차피 쇼라면 더 길게 갈 필요가 없다. 정치는 결국 명분이다. 돌아올 때에도 명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 타협안이 나와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뭔가를 주고받을 터인데, 결국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변수가 되지 않을까?

@_@:국민의힘 내부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닐까. ‘나를 중심으로 승리해야 한다’는 관점이 2016년 ‘김무성 잠행’ 때도 펼쳐졌다. 그때 이른바 ‘옥새 파동(김무성이 공천관리위원회에 항의하기 위해 당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향한 사건)’이 펼쳐진 것도, 여론조사 지표로는 새누리당이 잘된다는 전망이 커서 가능했다. ‘나누어 먹을 게 많다’는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 싸움이 펼쳐진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멸했고, 그 여파가 박근혜 탄핵까지 이어졌다.

^_^p:이준석이 당대표 선출 이후 〈시사IN〉과 인터뷰할 때 남긴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자신이 김종인에게 배운 게 딱 한 가지 있는데, 그게 ‘선거는 무조건 이기는 것’이라는 얘기였단다. 결국 자신이 중심이 되어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 당이 이기고 윤석열이 이기는 싸움을 우선으로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미래 권력 이준석과 현재 권력 윤석열이 계속해서 다투고 있는 게 아닐까?

12월1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서울 종로 교보타워에서 열린 박용진 의원(오른쪽)의 <박용진의 정치혁명>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0^/:결국 김종인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김종인이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는 것이 정말 이 당에 도움이 될까?

^_^p:내홍을 수습하는 중재자로서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_-a:이 와중에 김종인은 12월1일 박용진(민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랑 인사도 나누던데.

^0^/:박용진과는 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에 인연이 있다고 한다. 김종인 입장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올라야 자신의 몸값도 올라간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_-a:이 와중에 국민의힘 내홍에 한마디씩 얹는 민주당 정치인들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표정 관리가 안 된다. 언제부터 그랬다는 건지, 이준석을 응원하고 있다.

@_@:오히려 민주당에서 띄워주는 덕분에 그림이 더 극적으로 조성되는 것 같다. 길게 보면 민주당이 놀아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한데?

^_^p:이준석 입장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자기 이름을 다시 정치 뉴스의 중심에 둘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윤석열이 여의도 정치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바로 정리되질 않더라. 보통 여의도 문법이면 적당히 달래고, 출구전략도 마련해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은 단지 “사무총장에게 연락해보라고 했다(11월30일)”라고 메시지 남겼는데, 이는 ‘실무진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읽혔다.

@_@:윤석열은 본격 지방 일정을 수행하면서, 당 내홍과는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충청 일정에서 주로 이준석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적극 답하진 않더라.

T^T:윤석열 지각 논란이 생각보다 크게 보도되지 않아 놀랐다. 11월29일부터 12월1일까지 사흘간 충청 지역을 돌았다. 사흘 내내 일정 마무리로 ‘청년과의 간담회’를 마련했는데, 첫날 1시간, 둘째 날 20분, 셋째 날 40분 늦었다. 근데 현장 따라붙는 기자단 버스도 똑같이 늦게 도착해서, 지각이 부각되지 못했다. 시간이 늦다 보니 후보가 답변할 수 있는 시간도, 기다리던 청년이 질문할 수 있는 시간도 모두 줄어들었다. 민주당에서 관련 논평도 냈더라.

^_^p:이재명의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일정도 정해진 대로 움직이진 않았다. 광주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는데, 원래 ‘5월 어머니회’ 분들과 점심 약속이 잡혀 있었다. 이재명은 학생들과 대화 나누는 자리가 길어져서 점심 약속이 늦었다. 당 관계자 말로는 어머님들께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지각은 지각이었다.

T^T:윤석열 일정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형’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도 ‘석열이형’을 포기하지 못한다. 청년들과 대화 나누는 자리에서도 맨 처음 사회자가 ‘석열이형을 외쳐달라’고 말한다. 현장에 여성 유권자도 많은데 굳이 ‘형’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

-_-a:충청권 일정은 좀 한산해 보였다.

T^T:경선 때 윤석열의 남대문시장 방문을 취재했는데, 그때랑 비교하면 정말 한산했다. 청주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를 들렀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당황했다.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여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곳은 아니다”라고 해서 의아했다. 왜 하필 이곳으로 일정을 잡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들렀던 곳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막상 박근혜에게 쌈을 싸주셨던 분의 가게는 들르지 못했다. 대선 명당자리를 코앞에 두고(웃음).

11월28일 안철수 후보(앞)는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용서할 의무가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연합뉴스

^0^/:이재명은 지역 50·6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실제로 이 후보 자서전을 들고 사인 받으러 온 분들도 많았다. 캠프에서는 기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젊은 유권자를 자주 만나는 일정’이라는 걸 강조했다. 무대를 갖추고, 일부러 조금이나마 젊어 보이는 맨투맨 티셔츠를 입히는 등. 기존 당 색깔을 빼는 느낌이 강했다. 젊음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는 데 돈과 인력을 많이 쏟아붓고 있더라.

^_^p:결국 흥행의 차이는, 누가 인기가 더 많으냐는 문제가 아니라 캠프에서 일정을 잘 짰느냐에 따른 것인가?

T^T:윤석열 캠프도 젊은이들을 등장시키는 일정을 중시하고는 있다. 다만 어떻게 ‘대화의 판’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나오는 대화의 ‘깊이’가 다르다. 가령 일정 첫날 청년과의 대화에서는 ‘민트초코를 좋아하느냐’ ‘탕수육은 찍먹이냐 부먹이냐’ 이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지각하는 바람에 시간도 짧았고. 그런데 다음 날 일정에서는 폴댄스 학원을 운영하는 청년, 호프집 운영하는 청년, 새벽배송 하는 청년 등 구체적인 직역에 있는 분들이 나오니까 질문도 더욱 선명해지더라.

-_-a:그런데 11월25일 서울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남긴 말은 좀 섬뜩했다.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숙련된 검사를 만날 경우, 결국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라는 말이 뒤늦게 논란이 되었다. 검찰의 기소라는 게 그만큼 무섭고, (검찰)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이 분야 최고 전문가 아닌가? 게다가 결론이 ‘공정한 검찰 인사’라니 너무 ‘검사스러웠다’. 여하튼 서울대 학생들과는 검찰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막상 지방에 가서는 심도 깊은 이야기를 못 나눴다. 혹시라도 차별을 두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서울과 지방에서 남긴 말의 온도차가 컸다.

^_^p:이번 주에도 구설에 오른 정치인의 말이 많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광주에서 한 말도 다소 황당했다. 굳이 광주에서, 5·18민주묘지까지 가서 “용서할 의무가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가해자가 용서받을 생각도 없고 잘못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메시지 사고다.

@_@:똑같이 정치 10년 했는데, 한쪽(안철수)은 광주에 가서 ‘용서할 의무’를 언급하고, 다른 한쪽(이준석)은 당무를 접고 잠행했다.

-_-a:둘 모두에게 무운을 빈다(웃음).

^0^/:후보 인근 사람들의 ‘경거망동’도 구설을 키운다. 이재명 캠프 최배근 건국대 교수가 11월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동연 당시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의 사진을 올리고서 “차이는?”이라고 올린 것도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모습이었다. 뒤늦게 글을 고치긴 했는데, 대중이 보기에 표를 깎아먹는 행동이다.

T^T: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지지층에게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이고 고령층”이라고 표현한 것도 큰 실수였다. 본인이 사과하긴 했지만, 혐오성 표현이었다.

^_^p:쓸데없는 경쟁이다. 무슨 방식이 되었든 지지자를 비하하는 건 하수의 정치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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