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집의 풍경

서울문화사 2021. 12.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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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전문가, '달앤스타일' 박지현 대표가 말하는 코로나19가 바꾼 집의 변화에 대하여.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공간을 만드는 일에 진심인 박지현 대표는 각종 방송과 강연을 통해 공간에 대한 조언이나 인테리어 아이디어 등을 제안한다. 또한 많은 셀렙이 앞다투어 찾는 인기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인테리어 전문가인 그녀가 말하는 코로나19가 바꾼 집의 풍경과 인테리어에 관한 이야기.

코로나19 이후 집에 대한 개념이 많이 변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변화했을까요?

재택근무자가 늘어나고, 아이들도 학교가 아닌 집에서 수업을 받고, 식당이나 카페보다는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집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던 것 같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이 단순한 주거와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더 확장된 용도로 사용돼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선 거죠. 그러면서 등장한 신조어 ‘레이어드 홈’은 지금 위드 코로나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레이어드 홈’은 무엇인가요?

레이어드 홈은 기본 레이어, 응용 레이어, 확장 레이어 등 3가지 형태를 띠는데, 기본 레이어는 휴식과 수면, 식사 등 집이 가진 고유의 기능이 고급화되는 현상이며 응용 레이어는 영화관이나 카페처럼 집 밖에서 행하던 외부 활동이 집에서 이뤄지면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것을 말해요. 확장 레이어는 집의 기능이 집에서만 이뤄지지 않고 집 근처, 인근 동네로 확장되며 상호작용을 하는 현상을 지칭합니다.

집이 가지는 기본 기능이 고급화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예를 들면요?

호텔 같은 침실을 꾸미는 것이 가장 대표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들어오면서 많은 사람이 여행을 가는 것에 제약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우리 집 침실을 호텔 룸처럼 고급스럽게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죠. 단순하게 잠만 자고 나오는 공간이 아니라 완벽한 휴식을 취하는 공간, 나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때 크게 공사를 하지 않고 홈 스타일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돼요. 호텔 같은 침실을 꾸미는 데 필요한 고급 침구, 아늑한 느낌을 주는 조명, 편안하게 잠시 쉴 수 있는 릴랙스 체어를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죠.

이러한 주거 환경의 변화를 현장에서 가장 빠르게 보고 느꼈을 것 같아요.

요즘 인테리어 시공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펫테리어 시대가 되었다는 거예요. 반려동물들의 보금자리나 안식처에 신경을 쓰고, 방문엔 고양이 가족이 드나들 문을 작게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이 놀거나 쉴 수 있는 환경 등 곳곳에 반려동물을 배려한 공간 배치가 눈에 띄어요. 최근에 공사가 끝난 현장 중 고양이를 키우는 집이 있는데요, 고양이 발톱에 강한 원단을 고르기 위해 정말 여러 차례 가구 회사를 방문하고, 고양이 행동반경의 물건들은 보호할 수 있는 아크릴 케이스를 짜거나, 주방도 메인과 서브 주방을 나누어 고양이가 다니는 곳에서 물건이 떨어지거나 깨지는 것들을 철저히 보완했어요. 그리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홈트레이닝을 할 작은 공간을 만들기 원하는 분도 많아졌어요. 아이들과 부모가 때론 같이, 때론 따로 분리되어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하시는 분도 많아 공간은 점점 세분화되고, 쓰임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 11월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어요. 외부 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점점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시도가 있는데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보나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집보다는 좀 더 좋은 환경의 숙소와 식당, 관광지에 관심을 두었다면 이제는 집 안에서도 나만의 개성을 살린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한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의 가치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에서 하던 활동이 집에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알았죠. 앞으로도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위해 적절히 외부 활동과 집 활동에 대한 분배가 잘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박지현 대표가 생각하는 인테리어의 정의와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면요?

코로나19 이후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어요. 그렇지만 집이라는 건 큰돈을 들여야 멋있고 좋은 공간으로 변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요즘 유행하는 집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집은 어떤 집일까?’부터 고민해보세요. 저도 직접 집을 지어보고 가족들의 고민과 필요를 들어보면서 느끼게 됐거든요. 공간이 변하면 사람이 변하고, 또 다른 삶이 펼쳐지거든요. ‘남들이 하기 때문에 나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보다 ‘내가, 우리 가족이 이 집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해 나만의 색으로 탄생한 집. 저는 이런 집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에디터 : 이채영, 김연주 | 사진 : 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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