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들이고 농사 짓는 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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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균 기자]
농사가 끝나고 쉬어가는 농한기라고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농사 일은 찾아서 할 수도 있고 일을 만들 수도 있다. 농사의 속설에 상농(上農)은 흙을 키우고 하농(下農)은 풀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부지런함과 게으름을 비유한 이 말은 '상농은 돈 안 쓰고 농사짓고 하농은 돈 쓰면서 농사 짓는다'로 바꿔도 된다.
해마다 농사를 마무리 하면 근처에서 농사 짓는 농부들과 막걸리잔을 기울인다. 그러면서 일 년 농사의 희로애락을 풀어놓는다. 농사 짓고 이것저것 빼고 나면 남는 돈은 얼마 안 된다는 근심 섞인 푸념을 해마다 듣는다. 들쑥날쑥한 농산물 경매가격에 불만도 털어놓지만, 농자재 비용이 너무 오르고 비싸다면서 지출이 가장 많다고 한다.
"농사 지어서 돈은 안 되니까. 여기저기서 쓸 만한 것들 구해서 만들어 쓰면 농자재 비용은 얼마 안 되죠."
▲ 비닐대신 유기물을 덮어준 마늘,양파밭 |
ⓒ 오창균 |
농사에 쓸 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정미소에서 벼를 도정하면 껍질의 왕겨와 쌀을 깎은 미강(쌀겨)이 나온다. 벼를 도정한 부산물 왕겨와 미강은 직접 챙기지 않으면 안 돌려준다. 정미소에서 왕겨는 퇴비를 만드는 곳에, 미강은 사료 회사에 판매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무료로 얻을 수 있었지만 수입 사료 곡물의 가격이 오르면서 생긴 현상이다.
▲ 왕겨와 미강으로 만드는 미생물 퇴비 |
ⓒ 오창균 |
실상사 농장은 사찰의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모아서 농사에 사용한다. 마른 낙엽은 퇴비를 만들지 않더라도 흙 위에 덮어주는 멀칭으로 사용하면 풀을 억제하고 수분을 유지할 수 있다. 흙에 닿는 낙엽은 토양미생물에 의해서 분해되어 작물에 양분으로 순환되는 거름이 된다.
▲ 갈대를 베어다가 농사에 사용한다 |
ⓒ 오창균 |
농사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한다
수분이 빠진 마른 유기물은 흙의 지력을 높이고 미생물을 증식하며 활동을 돕는 흙이 먹는 밥이 된다. 수분이 있는 유기물은 작물의 영양이 되는 비료를 만들수 있는데, 잡초로 만들 수도 있고 버려야 하는 상한 작물과 잔사를 이용하여 만들 수도 있다.
▲ 양파 액비(물비료)를 만들고 있다 |
ⓒ 오창균 |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해충 방제용으로 가로수에서 떨어진 은행을 물에 삶아놓았다. 여기저기 자라나는 야생 돼지감자와 자리공 뿌리를 캐서 담금 소주를 넣고 술을 담을 것이다. 추출된 성분은 해충방제에 효과가 있고 식물성으로 흙과 작물에 피해가 없는 친환경 농약이다.
농사에 유용하다는 각종 농자재는 종류도 많지만 가격도 부담스럽다. 돈 주고 사다 쓰는 것에 의존하면 농사 지어서 남는 것이 없다. 불필요하게 투입되는 각종 농자재를 줄이고, 병해충을 예방하는 농사 방법을 찾으면 상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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