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팩트 체크] 드라마 '지리산' 속 방위표시, 요즘엔 안 쓴다는데..

글 서현우 기자 2021. 12. 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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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방위표시
구조대 대부분 GPS 사용.. 공단 "드라마 속 장면은 빨치산이 쓰던 방법"
조난 현장 인근의 '현 위치번호'로 소재 파악..고로쇠 수액 코스 따라 하산하기도
드라마 ‘지리산’에서 나온 방위 표시.
화제의 드라마 ‘지리산’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이 나왔다. 조난자의 위치를 돌멩이와 나무막대기를 이용해 표시해서 뒤따르는 사람에게 알려 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법은 실제로 사용하는 것일까? 또 산에서 조난당했을 땐 어떻게 내 위치를 알려 빠르게 구조 받을 수 있을까?
스마트폰 지도 앱.
실제 사용 구조대는 없어
드라마 ‘지리산’에서 사용하는 방위 표시법을 실제로 사용하는 구조대는 없다. 한 현직 산악구조대장은 “그 장면을 보고 나도 신기해서 웃음이 나왔다”며 “실제 구조현장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아니다. 구조대는 신고를 토대로 GPS를 운용해 정밀하게 조난자를 수색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방법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드라마 중에선 빨치산이 사용하던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드라마 제작지원 자문을 맡은 국립공원공단은 “그 설명이 맞다. 빨치산이 사용하던 비상함 방식”이라며 “시나리오를 쓴 김은희 작가가 지리산 빨치산 토벌전시관에 전시된 비상함 설명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극에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빨치산들은 과거 거점 간 연락을 선이라 불리는 도보 통신수단을 사용했고, 이 선에서 낙오하면 사용하는 것이 비상함이다. 선점에 도착한 선요원이 비상함으로 방위를 표시해 새로이 바뀐 거점 등을 뒤이어 도착하는 선요원에게 알려 주는 것. 빨치산 간에는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기에 사용한 방식이라고 한다. 또한 극에선 돌멩이를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막대기를 우물 정井자로 쌓은 뒤 그 사이에 해당하는 방향으로 막대기를 꽂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고 한다.
다목적 위치표지판.
조난 시 행동수칙은?
현실에선 드라마처럼 귀신같이 조난자를 찾아내기 어렵다. 조난도 슬기롭게 당해야 쉽게 구조 받을 수 있다. 구조대가 혜성처럼 등장해 구해 주기를 바란다면 혜성이 올바른 위치에 떨어질 수 있도록 잘 유도해야 하는 것. 구조를 요청할 땐 응급 상황이 발생한 정확한 장소, 응급 상황의 내용, 다친 사람의 상태, 다친 사람의 수, 구조 요청을 한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 응급 처치 현황 등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물론 가장 최선은 조난당하지 않도록 사전에 날씨와 코스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산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다목적 위치표지판을 가리키고 있는 국립공원공단 직원. 사진 김종연 기자.
1. 정규탐방로인 경우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조난 시 행동수칙은 크게 정규탐방로인 경우와, 정규탐방로를 벗어난 경우로 나뉜다고 한다. 먼저 정규탐방로에서 조난당한 경우에는 비교적 손쉽게 자기 위치를 설명할 수 있다. 탐방로 상에 이정표와 다목적 위치표지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상악화 또는 부상 등으로 이동이 어렵지만 정규탐방로 상에 있을 경우에는 이정표에 적힌 목적지까지의 거리, 다목적 위치표지판에 있는 현 위치번호(예 설악 01-11)를 관할 국립공원사무소나 119에 알려 주면 된다.
이정표는 갈림길에만 주로 설치돼 있고, 흔히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 방향을 참고하는 용도로만 보기 때문에 정확한 제원을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다목적 위치표지판은 탐방로 상에 일정 거리(약 500m)마다 설치돼 있어 지속적으로 만나므로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다목적 위치표지판에는 목적지 방향과 현 위치 번호, 현 지점의 해발고도, 그리고 국가지점번호와 조난 시 구조요청을 보낼 신고처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국가지점번호는 도로명주소가 없는 비거주 지역을 좌표로 표시한 것으로, 국토나 인접 해양을 격자형으로 구획(10×10m)한 뒤 100km 단위는 문자를 사용하고 그 이하부터는 가로와 세로를 각각 10,000으로 나눈 정수를 연결한 10자리 번호로 표기된다.
물론 위치표지판마다 다른 10자리 번호를 모두 외워가면서 오를 필요는 없다. 꼭 외워둘 건 맨 위에 적힌 통상 4자리로 표시되는 현 위치번호다.
여기서 앞자리는 탐방로 번호며, 뒷자리 숫자는 진행방향에 따라 1씩 증감하며 부여된다. 뒷자리 숫자만 1씩 늘어나거나 줄어드니 외우기 간편하다. 주의할 건 정상이나 특정 봉우리를 지나 다른 코스로 접어들면 앞자리 숫자도 바뀔 수 있다는 것.
또한 다목적위치표지판의 상단부에는 QR코드가 내장돼 있어 주요 탐방코스, 주요 경관자원, 인근 대중교통 등을 안내하고 있다는 것도 참고해 두면 좋을 정보다.
위치번호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정규탐방로를 이용하고 있다면 본인이 산행하는 정규탐방로 코스 이름(가령 지리산 중산리 코스, 설악산 오색 코스 등)과 산행 속도 및 시간, 최종 방문 장소 등으로 구조대가 충분히 자신의 장소를 특정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을 활용하면 쉽게 구조요청을 공단 측에 접수할 수 있다.
2. 정규탐방로를 벗어난 경우
정규탐방로에서 상당히 많이 벗어난 지역에서 조난당한 경우에는 자신의 위치를 알려 주는 표식이 주변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먼저 해당 지역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한 경우라면 비교적 쉽게 구조 받을 수 있다. 이동할 수 없다면 스마트폰에 있는 지도 앱을 활용해 자신의 위치를 스크린샷으로 찍어 국립공원사무소나 119에 신고하면 된다. 이동이 가능하다면 이 앱과 나침반을 이용해 가장 가까운 정규탐방로로 가면 된다.
특히 사전에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뒀다면 구조 요청이 더욱 간편하다. 이 앱은 전국 22개 국립공원의 산행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제공하는 국립공원공단의 대국민 모바일 지도 서비스다. 앱 메인화면에 있는 구조요청 버튼을 클릭 시 GPS 기반의 조난자 위치정보를 국립공원공단과 119에 바로 전송해 주므로 위급상황 시 매우 요긴하다.
그러나 산에서는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규탐방로 상에 있더라도 계곡이라면 전파 미수신 지역인 경우가 상당수다. 공단에 따르면 다목적 위치표지판이 설치된 지역의 약 90%는 통화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10%는 통화불능 지역이라고 한다.
고로쇠 수액 채취용 호스가 연결되어 있는 나무 사진. 최근에는 나무마다 통 하나씩 두고 받지 않고 한 번에 호스로 모아 채취하는 곳이 많다. 사진 남부산림청.
통화불능 지역에 있다면, 빠르게 통화가능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경우 가장 가까운 능선에 올라 공원사무소나 119에 연락을 취하면 된다.
위 경우는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어 쉽게 대처 가능한 상황들이지만, 배터리 소진 등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불가능하고, 현재 위치도 모르는 상태라면 당황하거나 패닉 상태에 빠져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지므로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에는 최대한 냉정하게 천천히 자신의 몸 상태와 랜턴 소지 유무, 현재 시간 등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탈출 시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등산 초심자들은 조난 시 물은 아래로 흐른다는 것에 착안해 무조건 계곡으로 가서 물길을 따라 내려가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가장 위험한 행동 중 하나다. 계곡이 민가나 평지를 찾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으나, 일단 물기로 인해 미끄러운 구간이 많아 추락이나 낙상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국립공원공단은 “실제로 2020년 지리산국립공원 산청에서 산나물을 채취하던 동네주민이 길을 잃고 계곡으로 내려오다 추락사한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반대로 능선으로 올라야 한다. 날이 아직 밝다면 능선에 올라 전망 좋은 곳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다시 길을 찾으면 된다. 또한 능선으로 오를 때는 완전히 수직으로 오르려 하지 말고 사람이나 야생동물이 다닌 길의 흔적을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능선에 오를 수 있다.
야간에 길을 잃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상기 행동 수칙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그러나 부상을 당했거나 랜턴이 없다면 몸을 추스릴 수 있는 큰 바위 밑 등에서 체온을 유지하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이동하는 게 좋다. 단 비를 맞았거나 보온을 유지할 수 있는 피복이 없다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길을 찾아 이동하는 게 좋다.
또 한 가지 기억해 둘 만한 방법은 고로쇠 수액 호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국립공원에도 고로쇠 채취를 위한 수액 호스가 많다. 방황하던 중 고로쇠 수액 호스를 만나게 된다면 수액 호스를 따라 밑으로 내려가도 좋다. 가다 보면 굵은 수액 지선을 보게 되는데 이를 계속 따라 내려가면 마을 주민들이 고로쇠 수액 운반을 위해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임도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본 기사는 월간산 1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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