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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커가 반한 스페인 명품 컬트 와인

입력 2021. 12. 03. 10:00 수정 2021. 12. 0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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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도미니오 데 핑구스(Dominio de Pingus)
겨울을 알리는 찬 바람이 불면 시원한 화이트 와인보다 묵직한 레드 와인이 생각난다. 초겨울의 한기를 달래줄 레드 와인으로 스페인의 명품 컬트 와인 도미니오 데 핑구스(Dominio de Pingus)를 추천한다.

도미니오 데 핑구스는 그야말로 하룻밤 사이에 가장 비싼 스페인 와인(약 900유로)으로 등극하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미국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3900병만 생산된 첫 핑구스 빈티지 1995년산을 마시고 “내가 지금까지 맛본 와인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흥미로운 와인 중 하나”라고 말하며 스페인 와인 중 최고 점수인 96점을 줬기 때문이다. 이후 2004년, 2014년 빈티지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으며 와인 명가 반열에 안착했다.

특히 1997년 11월 75개 상자를 실은 미국행 선박이 북대서양의 아조레스제도에서 의문의 침몰 사고를 겪은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난파선 사건으로 희소성이 더욱 높아지며 미국 시장에서 와인 가격이 급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했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선한 한중 정상회담 만찬주에 ‘핑구스 PSI 2011’ 레드 와인이 등장해 유명해졌다.

와이너리 역사는 짧다. 1995년 피터 시섹크(Peter Sisseck)가 바야돌리드 지방의 퀸타닐라 데 오네시모(Quintanilla de Onésimo)에 설립했다. 포도밭은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지역의 라 오라(La Horra)에 있다. 2003년부터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고수한다. 와인 생산량은 연간 500상자 이내로 한정하고 있다.

피터 시섹크는 덴마크에서 태어나 20년 동안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살았다. 1983~1984년에 그는 프랑스 그라브 지역의 샤토 라울(Château Rahoul)에서 양조 일을 했다. 그 후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로 건너가 시미(Simi) 와이너리의 젤마 롱과 함께 양조 일을 했다. 1990년 샤토 란디라스(Landiras)에서 양조 일을 하던 삼촌 피터 빈딩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이사한 후 리베라 델 두에로의 하시엔다 모나스테리오(Hacienda Monasterio) 와이너리에서 양조 이사직을 맡았다.

그는 마침내 라 오라에서 1929년부터 재배된 고령의 템프라니요 포도나무를 발견하고 와인의 진정한 가치를 찾았다. 현재 총 4.5헥타르의 2개 포도밭에서 최상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포도밭 하나는 백악질 하층토 위의 자갈과 모래 위에 있고, 다른 하나는 대부분 점토질 토양이다. 핑구스 와인은 2000ℓ 통에서 발효된 다음 오크 바리크에서 숙성한다. 오크통의 숙성 기간과 비율은 해마다 다르게 해 와인의 개성을 살리며 차별화하고 있다.

핑구스 2016(Dominio de Pingus 2016)은 템프라니요 100%로 양조한 컬트 와인이다. 진한 체리색이며, 아로마는 블랙베리, 레드커런트, 자두, 정향이 풍부하다. 마셔보면 파워풀하고 우아하고 깊이가 있어 탁월한 균형감, 멋진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쇠고기 안심스테이크, 양고기 구이와 잘 어울린다.

대중적인 가격대 와인으로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플로 데 핑구스 2016(Flor de Pingus 2016)이 있다. 템프라니요 포도 품종 100%로 양조해 풍부하고 파워풀한 타닌, 짙은 풍미, 깊고 부드러운 산미와 당도의 밸런스가 뛰어나다.

핑구스 PSI 2016(Pingus PSI 2016)은 특히 가성비가 좋은 와인이다. 템프라니요 88%, 그르나슈 12%를 블렌딩했다. 우아한 산미, 부드러운 타닌과 질감이 탁월한 균형을 이뤄 매력적이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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