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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 봐주시오"..화용도 스토리는 허구

입력 2021. 12. 03. 10:00 수정 2021. 12. 0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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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 박사의 '당신이 모르는 三國志'] (34)
불타는 적벽2
황개와 한당이 적벽 강가에서 조조의 군선을 불사르는 동안 육지에서는 감녕, 여몽, 번장, 동습이 조조 군영에 불을 질렀다. 동오의 병사들이 사방에서 조조군을 조여들었다. 조조는 겨우 100여명 남짓 기병을 이끌고 활로를 찾느라 허둥댔다. 휘하 장수인 장료가 길을 뚫었다. 장료는 조조에게 오림 지역으로 가라고 소리쳤다.

“오림 쪽은 길이 넓어서 달아날 수 있습니다.”

오림으로 도주하는데 여몽이 추격해왔다. 장료가 돌아서서 여몽을 막아서고 그사이에 조조는 겨우 달아났다. 바로 그 순간, 조조 앞에 능통이 등장했다. 조조는 ‘끝이다’라고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다행히 서황이 달려 나와 능통을 막아냈다. 그야말로 난전(亂戰)이었다. 적벽 일대는 적군과 아군이 뒤섞여 여기저기서 갑자기 출몰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서황과 함께 달아나던 조조는 후위대였던 마연과 장의가 거느린 3000여명의 병력을 만났다. 살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감녕이 쫓아왔다. 감녕은 저지하는 마연과 장의를 단칼에 베어 넘겼다. 마연과 장의가 몸으로 감녕을 막은 덕분에 그사이 조조는 계속 달아날 수 있었다. 서쪽 이릉 방향으로 달아나던 조조는 오림 근처에 와서 겨우 숨을 돌렸다. 오림에서는 적벽의 불타는 하늘도 아스라이 보이고, 전장의 함성도 들리지 않았다.

조조가 말 위에 앉아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의아한 부하들이 되물었다.

“승상 어찌 웃으십니까?”

조조가 답했다.

“내가 주유나 제갈량이었다면 여기에 병력을 매복시켰을 것이다.”

허세로 보일 만한 이 행동은 사실 조조의 주특기였다. 패배해서 위기에 몰리면 조조는 상대의 전술을 분석하고 자신과 비교한 뒤, 병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는 했다. 과거 진궁의 반란으로 한순간에 연주를 잃고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졌을 때도 조조는 “나라면 이렇게 했다. 적은 나보다 수준이 낮다. 다음에는 내가 격파할 수 있다”는 식으로 수하들을 안심시켰다.

삼국지연의 작가 나관중은 이 모습에 허구를 더했다. 조조를 ‘입만 산 지도자’로 묘사했다. 나관중은 조조의 리더십을 입방정으로 바꿔버렸다. 소설에서는 조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북소리가 진동하며 조운이 나타난다. 오림에서 합류한 장합이 조운을 막는 동안, 조조는 달아난다. 도망쳐 나온 허저를 만나고, 조조가 또 입방정을 떨자 장비가 출현한다. 허저, 장료, 서황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장비를 막아선다. 조조는 다시 달아나다 두 갈래 길을 만난다. 한쪽은 평탄하고, 한쪽은 험하다. 험한 길은 화용도인데, 멀리서 보니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미 두 번이나 매복을 당한 조조는 고민하더니 화용도를 택한다. 연기는 반대편 길로 유인하려는 제갈량의 계략이라고 판단해서다. 예상과 달리 지친 그들 앞에 관우가 500명의 정예병을 데리고 등장한다. 절망적인 순간 정욱이 관우는 의리남이니 그의 인정에 호소하자고 한다. 정욱의 말대로 관우는 과거 조조가 자신을 살려준 은혜를 생각해 차마 조조를 죽이지 못하고 돌려보낸다. 알고 보니 이것도 제갈량의 배려다. 아직 조조를 죽일 때는 아니고, 관우가 조조를 죽이지 못할 것을 알지만 일부러 관우를 시켜 조조를 놔줌으로써 자존심 세고, 다루기 힘든 관우를 복종하게 한다. 적벽대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일일 연속극 같은 ‘화용도’ 이야기는 당연히 모두 ‘허구’다.

▶치열했던 오림에서의 2차 전투

황개의 화공 이후의 전황은 명확하지 않다. 오와 촉의 기록은 부실하고, 위서는 적벽의 패전을 축소하느라 전염병 때문에 철수했다고 간단하게 기록해놨다.

일부 기록을 모아 당시의 상황을 분석하면 조조군은 장강 북쪽 연안에 설치한 기지와 군선을 모두 상실했다. 사실상 양자강 도하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소설과 달리 조조의 주력군은 궤멸하지 않았다. 조조군은 전투력을 유지하면서 차분히 물러났다. 오림 지역에서 조조는 오와 유비를 향한 반격을 준비했다.

조조에 맞선 오와 유비는 연합군을 이뤄 함께 싸웠다. 주유가 오군을 이끌고 공격했고, 유비는 갑옷을 입고 직접 참전했다. 오림 전투는 유비가 조조를 몸소 대적해 이긴 최초의 전투였다. 장판파의 생존자들, 형주의 탈주병들, 탁현에서부터 유비를 따라온 소수의 생존 병사들에게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오림 전투에 빠진 사람이 있었다. 관우다. 관우는 군을 나눠 받아 우회 북상, 조조군의 퇴로를 차단했다. 오림 전투에서 연합군은 조조를 밀어붙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조조를 가두지는 못했다. 관우는 조조를 놔준 것이 아니라 놓쳤다. 조인이 조조의 위기를 듣고 기병을 이끌고 달려와 관우의 봉쇄망을 뚫었다. 조조군의 병력과 전투력은 아직 강력했다. 역전의 경험으로 다져진 조조의 장수와 그들이 거느린 군단은 적벽의 대패에도 불구하고 동요하지 않았다.

▶형주 지역을 둘러싸고 벌어진 2라운드

소설에서는 적벽대전 이후 제갈량이 대활약을 펼치는 것으로 묘사된다. 유비군이 승승장구하는 반면, 주유가 이끄는 오군은 상황이 꼬여 실적을 올리지 못한다. 결국 수많은 군사와 명장 태사자까지 잃고 형주를 유비에게 빼앗긴다. 하지만 소설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

적벽과 오림에서 패한 조조는 허창으로 돌아갔다. 형주 지역은 부하들에게 맡겼다. 조인과 서황에게는 남군과 강릉을, 악진에게 양양을 지키라고 명령했다. 본래 형주 진출이 숙원이었던 오군은 조조가 물러난 틈을 타 형주 지역 공격을 시작했다. 그런데 첫 공략 대상인 남군 공략부터 일이 꼬였다. 조인의 저항이 완강했다. 조인의 승리로 순식간에 끝났다고 표현된 소설과 다르게 남군 포위전은 해를 넘기며 지루하게 지속됐다. 초조해진 주유는 감녕을 서쪽으로 파견해 이릉을 공격했다. 양양이 있는 형주의 북쪽이 아닌 서쪽의 이릉을 친 이유는 형주 남북을 단절하고 촉으로 통하는 영토를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너무 성급한 작전이었다. 게다가 조조의 맹장들이 북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그 아래에 허리를 드러내고 서쪽으로 달려간 셈이었다. 오군의 병력이 적다는 것을 간파한 조인은 대담하게 남군에서 병력을 보내 감녕을 공격했다. 감녕이 위기에 빠졌지만, 주유는 감녕을 구원할 병력이 없었다.

주유와 정보가 감녕을 포기하려고 하는데, 여몽이 계책을 냈다. 능통을 남기고 전군을 움직여 감녕을 구하자는 작전이었다. 능통이 버티는 사이 주유와 정보는 여몽 계략대로 이릉으로 달려가 조인군을 공격했다. 조인군은 절반이 전사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조인은 산길로 도주했다. 여몽은 이들의 퇴로를 예측하고 산길을 목책으로 막아놨다. 조인이 이끄는 기병은 말을 버리고 도보로 도주했다. 소설과 달리 조인은 남군을 포기하고, 남군은 오나라가 차지했다.

[임용한 한국역사고전연구소장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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