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방법

월간 옥이네 입력 2021. 12. 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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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단부터 시장형 일자리까지.. 옥천에서 활동 중인 어르신들 이야기 들어보니

[월간 옥이네]

 9988행복나누미 김진주 강사(오른쪽)와 체조를 따라하는 어르신
ⓒ 월간 옥이네
 
커다란 극장이나 백화점의 문화센터가 없어도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흘러간다. 지자체에서도 평생학습원, 여성회관 등을 통해 매년 시의에 맞춘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2020 충북 옥천군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평생교육 참여 경험에 대해 65세 이상 503명의 응답자 가운데 95%(480명)가 '없다'고 답했다.

평생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65세 이상 응답자(480명)는 ▲어디서, 어떻게 참여하는지 몰라서(21.2%) ▲하고는 싶으나 의지와 행동력이 부족해서(24.5%) 등에 답했다. 여가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183명) 50%가 '체력이나 건강이 좋지 않아서'라고 한 만큼, 이들의 건강과 주변 환경에 맞춘 여가선용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시간을 보내며 사람을 만나고, 때론 조금이나마 수익도 얻을 수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다만 그 프로그램이 우리 지역 대다수 노인, 면 지역 곳곳까지 채우기엔 다소 부족함과 아쉬움이 있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노인 자원봉사단, 옥천시니어클럽 일자리 그리고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노인평생교육 참여자를 만나봤다. 여가와 일자리가 건강한 노년의 바탕이 됨을 기억하며, 이들과 같은 활동을 모든 지역 노인이 누릴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나눌수록 곱해지는 마음의 양식
향수상록자원봉사단

읍면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마을 주민들을 위해 테이핑, 칼갈이 등 재능 나눔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은 옥천군 퇴직공무원 봉사단체 '향수상록자원봉사단'. 올해 마지막 테이핑 봉사활동이 10월 14일 옥천읍 응천리 마을회관에서 있었다.

"지난번에 해 보시니 좀 괜찮으셨어요? 무릎하고... 또 아프신 데 있어요?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고. 네, 들어가세요~" (류은숙씨)

2014년부터 활동한 향수상록자원봉사단의 평균 연령은 70세 정도. 마을회관에서 봉사를 받는 주민들의 나이와 비슷하다. 공무원으로서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해야 했던 지난날을 떨치고 주민이 정말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온 마음을 다해 제공하려는 마음이다. 이 활동은 옥천군자원봉사센터와 연금관리공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다.

"코로나 전에는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학생들에게 자원봉사에 관한 기초 이론을 강의하기도 하고, 풍선아트도 했어요. 지금은 주로 마을회관을 다니며 테이핑을 해 드리고 칼갈이 봉사도 하고 있죠. 비슷한 나이가 되어보니 건강에 대한 염려를 체감하기 때문에 봉사 받으시는 분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에요." (김희재씨)

자신의 시간을 나눠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 봉사는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까지도 회복시켜 주나 보다.

일석N조, 내게 주어진 값진 세 시간
옥천시니어클럽 시장형 일자리 위드하우스 공동작업장
 

새빨간 플라스틱 조각이 조립되자 곶감 걸이가 완성된다. 옥천시니어클럽의 시장형 일자리 가운데 하나인 '위드하우스 공동작업장' 작업자들이 분주히 손을 움직인다. 조립한 곶감 걸이를 10개씩 모아 비닐 포장하는 일은 작업반장 김화숙씨의 몫이다.

6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영자씨는 사출물 조립 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작업환경이 매우 좋아졌다고 말한다.

"이 일 처음에 시작할 땐 이원초에서 교실을 빌려다가 했어요. 자동차 부품 조립도 하고 대근했지. 지금은 읍내에 이렇게 깨끗한 작업장이 있으니 좋지요." (이영자씨)

일주일에 세 번, 사출물을 끼우는 단순한 작업.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동료와 교류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밖에 나와 경제활동도 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3년 정도 됐는데, 단순한 일이라도 조립해서 쌓아놓으면 보람돼요. 와서 친구들, 형님들도 만나 얘기도 나누고, 내가 번 돈으로 커피도 마시러 다니고요." (민경옥씨)

"내가 버니까 옷도 사 입고 놀러도 다닐 수 있지요. 이런 일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많이 움직이지 않고 특별한 지식도 필요하지 않아 저 같은 사람에게 딱 맞는 일이에요." (강대임씨)
 
'주부'가 최고의 경력이 되는 곳
옥천시니어클럽 시장형 일자리 도란도란 식당

집밥, 엄마 손맛. 요리경력이 자연스레 몇십 년 쌓인 여성 노인들이 식당을 운영한다. 메뉴 선정부터 조리, 서빙, 마무리까지 그들의 손길이 묻어나지 않는 곳이 없는 이곳은 옥천통합복지센터 3층에 위치한 '도란도란 식당'이다.

옥천시니어클럽 시장형 일자리 사업 가운데 하나인 도란도란 식당은 2015년 시작됐다. 오랜 식당 운영 경력으로 주방장으로 일하는 강정순씨 외엔 세 조로 나뉘어 주 2일 출근한다. 매일 9가지 반찬을 만드는데 따로 말하지 않아도 각자 역할을 맡는다.

"함께 일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죠. 더러 새로 오신 분들도 있는데, 다들 나이가 비슷하니까 친구가 돼요." (전명재씨)

커다란 냄비에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모두가 엄마 경력이 있잖아요. 익숙한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힘들 때도 분명 있지만, 그럴 땐 조금 느려도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서로 도우면 다 해결돼요. 집에만 있으면 축 처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나와서 일을 하니 시간도 빨리 가고 재미도 있고 좋아요." (강정순씨)

통합복지센터 이용자뿐만 아니라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도란도란 식당은 오늘도 만석이다. 자리를 안내하고, 정리하는 움직임이 식당을 가득 채운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재료로 깔끔한 식사를 제공합니다. 꾸준히 새로운 음식을 맛있게 만들 테니 많이 찾아주세요!"

진정 이웃이 되는 시간
옥천시니어클럽 공익활동형 일자리 9988행복지키미
 
 9988행복나누미사업이 운영 중이 충북 옥천 대천1리 경로당의 풍경
ⓒ 월간 옥이네
 
마을에 거주하는 봉사자가 마을 주민을 돌본다. '9988행복지키미'는 옥천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노노케어(老老care)' 프로그램으로, 현재 옥천 주민 330명 정도가 행복지키미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자와 수요자가 같은 마을에 거주하고 있어 활동이 편리하고, 인사만 하던 사이에서 서로를 아는 진짜 이웃으로 거듭나는 것이 9988행복지키미 활동의 장점.

"같은 마을에 살아도 길에서 만나야 인사만 겨우 하던 분들이었어요. 제가 찾아뵈어서 그분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저는 모르지만, 제 입장에서는 조금 알던 분들을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추홍일씨)

군북면 용목리에서 6년째 행복지키미로 활동하고 있는 추홍일씨는 코로나19가 닥친 최근 2년 사이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2년 전에 비해 용목리 수요자가 반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이전엔 경로당에 왔다 갔다 하며 운동하고, 모여서 식사라도 하는 활기가 있었는데 그런 활동도 못 하게 되니 우울감에 빠진 게 큰 원인이 아닌가 싶어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은 분이 돌아가신 건 처음이거든요." (추홍일씨)

잠은 잘 주무셨는지, 식사는 잘하시는지 등 지침에 따른 질문으로 시작해 일상생활 이야기를 그저 들어주면서 이들은 이웃이자 친구가 된다. 경제적으로 더 많은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도 있지만 행복지키미 일을 계속하는 건, 이것이 곧 우리 마을 이웃, 내 친구, 그리고 나에게 도움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쎄썸오일? 이름은 몰라도 괜찮아!"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평생교육 천연화장품 만들기 현장

화요일 오전, 천연화장품 만들기 수업이 있는 날이다. 일 년 과정에 수강료 1만 원과 매달 재료비 1만 원을 내면 내가 바를 스킨, 로션, 샴푸 등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갈 수 있어 인기다.

"삼양리에 사는데 복지관이 가까이 있으니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요. 천연제품 수업은 작년부터 시작했어요. 한 달에 만 원 내고 헤어에센스, 로션 같은 것 만들어가면 오래 쓰니까. 내가 쓸 화장품을 내가 만들면 좋고 시간도 잘 이용하니 좋죠." (김양자씨)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의 평생교육 수업은 활기를 얻는 현장이다.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과정을 실행하며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토론의 장이 펼쳐진다. 비커에 재료를 넣고 섞으며 유리가 부딪히는 소리, 재료를 첨가하니 뻑뻑해지는 느낌과 달라지는 색, 오일의 향까지. 청각·촉각·시각·후각 감각을 예민하게 사용할 수 있게 돕는 역할도 한다.

비율을 맞춰 재료를 열심히 섞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났다. 학생 시절로 돌아가 과학 실험을 하듯 열심이던 참가자들은 직접 만든 작품을 먼저 챙기고 뒷정리까지 스스로 마친 후에야 강의실 문을 나섰다.

"복지관이 생기기 전에는 집에서 애들 키우고 나가서 운동하는 게 다였는데, 이런 수업을 저렴하게 들으니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어서 코로나가 끝나서 노래 교실도 다시 열었으면 좋겠네요." (안종순씨)
 
처음이지만, 나도 이제 요리사!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생명숲100세힐링센터
남성 독거노인 일상생활 자립을 위한 요리 교실
 

"수업하기 전에는 요리란 건 안 해봤지. 그래도 먹고 살려면 해야 하잖아? 선생님이 '잘한다' 해주시고 내가 나를 '잘한다' 하니 잘 해지더라고." (윤선채씨)

94세 나이로 최고령 참가자인 윤선채씨가 제일 앞에서 마늘 다지기에 한창이다. 오늘의 요리는 강된장 찌개와 배추겉절이. 격려와 칭찬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서툴지만 손끝마다 정성을 담아 요리하는 이곳은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생명숲100세힐링센터'.

생명숲100세힐링센터는 혼자가 됐을 때 여성보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남성 독거노인을 위해 일상생활 자립, 사회성 증진, 건강 증진 분야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현재 이곳 요리 교실에는 30명 이상이 세 팀으로 나뉘어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요리를 할 수 있을까?'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농담도 하시고 하고 싶은 것도 생기세요. 요리 실력이 늘어가는 게 눈에 보여요." (강사 안미자씨)

2019년 시작했지만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수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사업 시행 2년차인 올해 프로그램 가운데에서도 최고 인기는 요리 교실. 지난 6월에는 지금껏 만든 요리법과 소감 등을 담은 책자를 발간해 참여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혼자가 되고 나서 밥을 먹으려 해도 밥은 압력밥솥에 넣으면 되는데 반찬은 어려워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면 지역에는 모여 놀 데도 없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안 해 보던 것을 하니 새롭고 재미있고 신기해요." (이○○씨)

"배우기 전엔 요리할 생각조차 못 했어요. 요리를 배우니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 먹을 수 있다는 게 뿌듯하죠. 독거노인에게 큰 도움이 돼요. 정말." (지청록씨)

월간옥이네 통권 53호 (2021년 11월호)
글·사진 소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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