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어르신 놀이터, 이렇게 생겼구나

월간 옥이네 2021. 12. 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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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미나리공원'.. 운동시설, 족용장, 쉼터 등 여가 시설 마련

[월간 옥이네]

 전국 최초 어르신 놀이터인 충남 공주시 '미나리공원'
ⓒ 월간 옥이네
행복한 노년을 위한 첫걸음, 다름 아닌 건강이 아닐까? 풍부한 문화생활이나 경제적 뒷받침에 앞서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건. 사회 고령화와 함께 노년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은 공원이나 운동장 등의 실외 체육시설 혹은 피트니스 센터 등을 이용하며 건강을 챙기고 있지만 어르신들의 경우엔 어떨까. 격한 운동은 쉽지 않기에 산책이나 간단한 맨손 체조 등이 적합하지만 이런 활동을 할 만한 공간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

흔히 길가 공터나 어린이공원·쌈지공원, 마을회관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외운동기구를 '어르신을 위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게를 더할 중량판이 없어 전문 근력 운동 기구에 비해 쉬울진 몰라도, 대부분 자신의 몸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중력이 가해지기 때문. 근육과 뼈가 약한 노인의 경우 정확한 운동법으로 이용하기 어렵고 안전사고 위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어르신 놀이터'가 각 지자체의 노인 복지 정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노인을 위한 놀이터가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상태. 이곳은 큰 근육과 관절을 많이 쓰는 기존 운동기구와 달리 소근육, 균형감각, 유연성 증대에 중점을 둔 운동기구를 중심으로 조성된다.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여가를 보낼만한 야외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공원을 노인 친화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나 이곳처럼 노인 공간으로 특화한 어르신 놀이터가 주목받고 있는 것.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첫 번째 어르신 놀이터가 개장했다. 충남 공주시 금성동에 있는 미나리공원 어르신 놀이터다. 이곳은 노인 전용 운동공간을 비롯해 휴식, 비슷한 연령대와 만날 수 있는 교류 공간을 표방한다. 여기에 먹거리(경로식당), 일자리(노인일자리를 통한 운영)까지 노인의 건강한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복지시설로 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과연, 그 실제 모습은 어떨까. 지난 10월 22일 현장을 찾았다.
 
단순 운동시설 넘어 종합 여가 장소로

 
 전국 최초 어르신 놀이터인 충남 공주시 '미나리공원' (사진제공 : 공주시)
ⓒ 월간 옥이네
 
 전국 최초 어르신 놀이터인 충남 공주시 '미나리공원' (사진제공 : 공주시)
ⓒ 월간 옥이네
2020년 6월 공주시는 충청남도 어르신 놀이터 공모 사업에 선정돼 '재미있는 재단'이 기증한 어르신 운동기구 14종을 설치하며 올해 6월 이곳을 개장했다. 공주시 경로장애인과 경로시설팀 장병덕 팀장은 "공주시가 공모에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어르신 놀이터뿐만 아니라 족욕장, 열린 무대, 윷놀이 장, 정자, 실내쉼터, 경로식당 등 종합적인 여가 활용 장소로 구성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놀이터에 설치된 운동기구가 생소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2~3회 전문 강사를 배치해 이용자에게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노인 일자리를 통해 해당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어르신 놀이터를 통해 노인 여가와 일자리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곳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미나리공원 어르신 놀이터를 종종 이용한다는 최옥임(83, 공주시)씨는 "일반 운동기구에 익숙하다 보니 처음에는 이 기구들이 시원찮게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운동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신기하다"면서 "치매 노인이나 몸이 더 불편한 사람들에게 좋은 기구 같은데 놀이터가 민가와 떨어져 있는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양기춘(88, 공주시)씨는 "(어르신 놀이터에) 한 번 가봤다. 집이 멀어 가지 못한다"면서도 "기구도 좋고 잘해놨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 한 곳밖에 없어 아쉽다"고도 전했다.

개인교통수단 확보나 도보를 통한 오랜 이동이 어려운 노령층임을 고려해 접근성 좋은 위치 선정, 그리고 집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놀이터가 가장 북적이는 시간은 이른 아침과 저녁. 쌀쌀해진 날씨에 따뜻한 물이 있는 족욕장이 인기다. 박종분(82, 공주시)씨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글 수 있으니 좋다. 족욕장에는 늘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10월 22일 기준 어르신 놀이터는 족욕장 비가림 시설 설치와 춘수정(경로당) 화장실 신축 공사에 한창이다. 비가림 시설이 설치되면 이끼가 덜 생겨 쾌적한 족욕장 환경을 유지하고 여가를 보내는 데 날씨의 영향을 덜 받을 거라는 기대다.
 
 전국 최초 어르신 놀이터인 충남 공주시 '미나리공원'
ⓒ 월간 옥이네
한편 평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는 한 이용자(공주시)는 "어르신 놀이터에 대한 시선이 운동기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어르신 놀이터는 만남과 종합적인 놀이 장소로서 활동을 유인하는 시설"이라며 "여름엔 더워서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다양한 여가활동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점 등 공간 조성 후 부족한 부분의 보충과 유지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공주시 어르신 놀이터는 2021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 분야에서 '고령화 대비 지역 커뮤니티 케어 구축 우수 사례'로 공모한 결과다. 공주시 어르신 놀이터는 충청남도가 진행하는 공모사업의 일환이었던 만큼 향후 충남 내 어르신 놀이터 확대 역시 귀추가 주목된다.

충청남도 저출산보건복지실 노인복지과 홍영신 주무관은 "양승조 도지사가 해외 순방 당시 유의미하게 본 어르신 놀이터 사례가 현재 충남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노인 여가 복지 시설 다양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전국 최초로 어르신 놀이터 공모사업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충남도는 올해 어르신 놀이터 사업지로 부여군과 예산군을 추가 선정했다. 지역 특색과 대상자 욕구 파악 후 새해 준공될 예정이다.

공주시의 첫발자국을 따라 전국 방방곡곡에서도 어르신 놀이터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광진구·종로구 등에서 노인 운동기구를 겸비한 '시니어 파크'를 조성했다. 또, 충북 충주시는 '2021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사업으로 고령층을 위한 놀이터와 인지 건강 체육시설을 겸비한 '탄금힐링 레포츠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시설이나 공간이 없더라도 각 지역 상황에 맞춰 어르신을 위한 여가 활동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해보인다. 경남 창원시와 광주광역시 서구는 기존 공원 공간을 활용해 체험 활동과 운동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어르신 놀이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공주시 어르신 놀이터 역시 동네에 있던 기존 공원을 정비해 만들었다는 점은 지역 유휴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월간옥이네 통권 53호 (2021년 11월호)
글·사진 소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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