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채 월세로 노후대비, 국가에 짐 안되겠다는 게 적폐인가 [핫이슈]

김인수 2021. 12. 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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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적폐시하며
세금폭탄 투하하는 정부 논리라면
국민 51%가 다주택자 집에 세사는
독일은 적폐와 투기 공화국인가
국가와 자식에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집 한 채 세주고 월세 수입 얻는 게
보유세 폭탄 맞을 죄인지 의문
국민 눈높이에 맞는 주택 공급 미뤄
집값과 전셋값 폭등시킨
잘못된 정책 편 정부 죄가 더 크다

어느 60대 할머니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보았다. 노후에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고 했다. 경기도에 집 두 채를 장만해 한 채는 월세를 준다고 했다. 월세 수입 90만 원에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합쳐 총 270만 원으로 노후를 꾸려간다고 했다.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고 최대한 생활비 한도 내에서 나름 소박하게 꾸려가면서 살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 110만 원이 나왔다고 했다. 아마도 재산세까지 더하면, 주택 보유세가 노부부의 한 달 치 생활비는 될 것이다. 할머니는 "소득도 없는 노인네에게 재산세 내라, (월세 수입에) 소득세 내라고 하더니, 이제는 말로만 듣던 부자세인 종부세까지 내라고 한단 말입니까"라고 한탄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짐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해서 자립한 게 죄인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현 정부에서는 죄가 될 수 있다. '노후 자립'의 방법으로 '집 두 채'를 보유하면 죄가 된다. 지난해 8월 당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거자유옥(居者有屋), 주자유택(住者有宅)'이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거주하는 사람이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할머니처럼 집을 두 채 소유해 한 채를 월세 주는 건 그 원칙에 어긋난다. 게다가 현 정부는 본인이 거주하는 집이 아닌 집을 추가로 사는 건 '투기'라고 규정했다. 현 정부의 관점에서 본다면, 할머니는 '거자유옥'의 원칙을 어긴 '투기의 죄'를 범한 것이다. 그러니 종부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노후 대비용으로 집 한 채를 더 사서 세를 놓은 수많은 사람들이 종부세라는 징벌을 맞았다. 집값이 비싼 곳에 집을 산 사람들은 그 벌금이 수천만 원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논리는 세계에서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들을 수 있다. '거주하는 자가 집을 소유한다'는 게 원칙인 나라는 세상에 없다. 주거가 안정됐다고 하는 독일도 자가보유율이 43%다. 국민 중 51%는 민간임대를 산다. 공공임대 비중은 6%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 중에 다주택이라고 세금을 중과하는 나라는 찾을 수가 없다. 선진국에서는 집값이 높다고 더 높은 보유세율을 적용하지도 않는다. 집값이 높든 낮든 세율은 같다. 선진국에서는 자신이 거주하는 1주택 외에 추가로 주택을 사는 걸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주택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내고, 팔거나 상속, 증여할 때 세금을 내면 그만이다.

유독 한국, 특히 현 집권 세력은 1주택 외에 추가로 집을 사는 걸 적폐시한다. 현 정부 논리라면, 독일은 적폐가 범람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민간의 다주택자가 전체 주거의 51%를 책임지니까 말이다. 현 정부 논리가 말이 안된다는 증거다.

중요한 건 국민 눈 높이에 맞는 집을 충분히 공급하느냐이다. 한국은 1인당 주거면적이 계속 넓어지고 있지만, 2019년 기준으로 32.9㎡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은 아직도 27㎡를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43㎡이고 영국과 일본 역시 40㎡를 넘는다. 한국인들도 소득 수준이 계속 높아지면서 질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한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이 수억 원에 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주택 공급을 등한시했다. 세금 폭탄을 때려 이른바 '투기 수요'만 잡으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집값은 폭등했다. 전셋값도 급등했다. 결국 죄를 지은 건 현 정부다.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안겼다. 집을 한 채 세놓고 얻는 월세 수입으로 노후를 대비하려고 했던 사람은 죄가 없다.

노후 대비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숙제다. 직장을 퇴직하면 돈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별 기술 없이 사무직 근로자로 일했던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그렇다고 퇴직 후에 주식투자를 하는 건 위험하다. 원금까지 날릴 수 있다. 가장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집 1채 더 사서 월세를 놓는 거다. 그걸로 노후의 삶에 숨통을 트고 싶어 한다. 자식은 물론이고 국가에 짐이 되지 않고 자기 힘으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그런 사람에게조차 세금 폭탄을 투하한다. 죄인으로, 적폐로 취급하는 것이다. 정말로 묻고 싶다. 누가 진짜 죄인인가.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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