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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증장애인에만 전동휠체어 비용 지원하는 건 위법"

박용필 기자 입력 2021. 12. 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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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0월 19일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보조기기(전동 휠체어) 급여 거부 처분 취소소송 공개변론에서 원고측 법률대리인이 전동휠체어를 사용 중인 장애인들과 함께 장비 시연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경증 장애인에만 전동 휠체어 비용을 지원하도록 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중증 장애인들에게도 비용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부처가 시행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뇌병변과 지적장애를 가진 A씨가 서울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보조기기 급여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3일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A씨는 장애인단체에서 전동 휠체어를 빌려 쓰다 자가 휠체어 마련을 위해 강서구청에 휠체어에 대한 지원 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강서구청은 지적장애가 있는 A씨가 전동 휠체어를 혼자 운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안전 문제와 규정 등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A씨는 병원에서 받은 인지기능 검사서까지 제출했지만 구청은 ‘혼자 운전이 가능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소견서를 받아오라며 재차 거부했다.

장애인보조기기법은 운전 가능 여부와 상관 없이 휠체어가 필요한 이에게 예산 한도 내에서 전동 휠체어 자체를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에 관한 절차를 규정한 고시, 즉 행정규칙이 만들어지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건강보험법 관련 규정에 의거해 휠체어 구입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는 ‘혼자 운전이 가능한 경우’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A씨가 구청으로부터 비용 지원을 거부당한 이유 중 하나다.

A씨 측은 경증 장애인에게만 비용을 지원하고 이동 보조 수단이 더 절실한 중증 장애인에겐 지원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며 올 초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또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는 장애인보조기기법의 시행규칙에서 제정하도록 한 관련 고시를 만들지 않고 있는 ‘행정입법부작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적용된 관련 법령은 상대적으로 거동이 쉬운 장애인에게는 전동휠체어 지급이 가능하도록 규정하면서, 손가락조차 거동이 쉽지 않은 중증장애인에게는 오히려 전동휠체어가 지급되지 않아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보조인 조종용 전동휠체어를 합리적 이유 없이 급여대상에서 제외한 관련법 시행규칙 규정과 하위 고시규정의 행정입법부작위는 평등원칙 등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행정입법부작위에 대해 “복지부가 장애인보조기기법 시행규칙에서 보조기기 지급 등과 관련한 고시를 제정하도록 정하고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은 명백한 법령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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