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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속 올해의 인물은.. 택배 기사님입니다 [코로나 베이비 시대 양육 고군분투기]

최원석 입력 2021. 12. 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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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로 시작된 택배 전쟁.. 기사님 덕분에 아이가 잘 자랄 수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7년 만에 만난 아기를 하필 코로나 시대에 낳아서 기르고 있습니다. 아기를 정성으로 키우며 느끼는 부분들을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과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최원석 기자]

코로나 시대 육아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택배를 주문하는 일이다. 아기가 태어난 초기부터 분유는 물론 아기의 기저귀 그리고 다양한 육아 용품과 장난감들을 택배로 받았다. 이유식을 시작하고는 이유식을, 유아식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냉동 식품과 아기의 식자재도 택배로 받아보았다. 이렇게 열거하니 많기도 많다(이 글을 빌어 모든 택배 기사님들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이 택배를 배송 받는 과정에서 빠뜨릴 수 없는 사람이 바로 기사님들이시다. 우리 부부에게도 많은 택배들을 전달해 주셨던 기사님들이 계셨다. 택배 회사에 따라 기사님이 다르셨는데 그중에 제일 우리 집을 많이 찾으셨던 기사님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아이 키우는 집을 배려해 주셨던 기사님
 
 기사님께서 대문 안에 넣어 주고 가신 택배들이다.
ⓒ 최원석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라 기사님께서 전화를 하시면 낮에는 아기 엄마가 받으러 가고 퇴근 후인 저녁 때나 주말이면 내가 직접 받으러 가곤 했다. 이마저도 아기가 집안을 기고 돌아다니면서는 아내가 택배를 직접 수령하기 힘들어졌다. 그럴 때 기사님께서는 열어둔 대문 안에 물건을 넣어 두셨다. 그리고서는 '대문 안에 두고 갑니다'라는 문자를 남기고 가셨다. 그래서 배달하시는 모습을 예전보다는 요즘, 자주 뵙지는 못했다.
   
택배 기사님께서 물건을 두고 가지 않는 예외의 순간도 있었다. 아기가 먹는 신선 식품이나 냉동 식품, 유제품 등을 시킬 때가 그랬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나 날씨가 궂은 날도 꼭 전화를 주셨다. 덕분에 그런 순간은 얼굴을 뵐 수 있었다.

뵐 때마다 항상 변치 않는 한결같은 모습, 친절하지만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셨다. 볼 때마다 내가 다 의욕이 솟을 정도로 말이다.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그런 선한 영향력이 주는 의욕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2주 전쯤이었다. 퇴근 길이었는데 휴대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휴대폰을 보니 택배 기사님이셨다. '엇, 아내가 전화를 안 받았나? 아님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의문을 가지며 전화를 받았다. "아, 안녕하세요"라고 전화를 받았는데, 기사님은 다른 날과는 다르게 "죄송합니다..."라고 말씀을 시작하셨다.

"사장님. 죄송해요... 사정이 있어서 일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래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전화를 드렸어요. 택배는 오늘 세 개 있었는데 세 개 다 부피가 크고 무게가 좀 있어서 직접 가지고 들어가실 것 같아 이쪽으로 전화를 드린 거예요. 이 일을 그만두게 되어서 저희도 많이 아쉽습니다. 자주 배송을 갔던 분들께는 이렇게 알려드리는 게 예의인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어요. 아, 걱정은 마세요. 다음주부터는 다른 기사님께서 택배를 가지고 가실 겁니다. 오늘 인수인계가 다 끝났거든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니 많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었다. 아기가 태어나고 육아를 하면서 택배를 많이 시킬 수밖에 없었기에 자주 만나서 정이 더 많이 들게 되었나보다.

문득 아기가 태어나기 전, 직접 만나서 더울 때는 차가운 음료를, 요새처럼 추울 때는 따뜻한 음료와 함께 서로 덕담을 나누던 순간이 떠올랐다. 때로 얼굴을 보지 못할 때, 메시지나 때로는 손글씨로 서로를 응원하던 예전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더 아쉬운 마음만 커졌다.

"고생한 거 알아줘서 고맙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기사님의 말씀을 전달하며 기프티콘 하나를 사 드리자며 운을 뗐다. 그동안 감사했으니 감사의 표현이라도 하자는 말과 함께였다. 아내도 소식을 듣고 많이 아쉬워했다.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육아를 할 수 있는 것에는 택배 기사님의 지분(?)이 크다는 농담을 건넸는데도 아내는 아쉬움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보. 스타벅스 기프티콘 이거 어때요? 조각 케이크들이랑 함께 먹을 수 있는 것 같은데 한번 봐 줄래요?"
"좋네요. 일도 이제 쉬시니까 이 걸로 좋은 시간 가지시면 좋겠네요. 서로 부담 안되고 좋을 것 같아요. 그걸로 합시다."
   
감사 인사와 함께 기프티콘을 보냈고 이내 택배 기사님의 답장이 왔다. '너무 고맙다. 고생한 거 알아주시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하루가 흘러 저녁에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전화를 받아보니 번호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바뀐 택배 기사님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택배가 두 개 있으니 집 앞으로 받으러 나오라는 전화였다. 택배를 받으러 집 앞으로 향했다. 기사님을 집 앞에서 만나서 택배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기가 있어서 택배를 조금 자주 시켜서 자주 뵙게 될 것 같아요. 잘 부탁합니다."
"어이쿠. 아닙니다. 익숙하지 않아서 실수할까 봐 걱정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기가 있다는 소리는 인수인계 하면서 들었습니다. 아직 많이 멀었지만 저도 얼마 전에 아빠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더 반갑더라고요. 우리 아내는 임신한 지 14주 차예요."

택배를 받고 들어와서 아내에게 택배를 수령했음을 알리고 내용물을 뜯었다. 박스에는 요새 부쩍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는 아기의 자동차 장난감인 '꼬마 버스 타요'가 들어 있었다. 닦아서 아기에게 주었다. 아기는 반기며 잘 가지고 놀았다. 

아기가 택배로 장난감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문득 택배 일을 하시는 분들의 노고가 생각이 났다. 그 노고에 진정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오늘은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택배기사 님들께도 특별히 감사 인사를 드려본다. 택배를 들고 오랜 시간 집 앞을 찾아주셨던 기사님께서 그만 두실 때 드렸던 감사 인사를 독자님들께 전하며 글을 마친다.

"감사했습니다. 무거운 거나 부피가 큰 걸 시킬 때는 너무 죄송했어요. 비 오거나 날씨가 궂은 날에는 더더욱이요.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새롭게 하시는 일에도 건투를 바라요. 택배와 함께 미소 지어 주시는 모습 두고 두고 기억할게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기사님 덕분에 아기를 좀 더 수월하게 길렀던 거 같아서 더 감사를 드려요. 그동안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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