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뽑아놨는데 어떡하죠"..오미크론 방역강화에 '당혹감'

민서영·이두리·이홍근 기자 입력 2021. 12. 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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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일 세종시의 한 식당에서 직원이 사적 모임 인원 제한과 관련한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전에는 연말연시만 되면 달력이 터져 나갈 정도였죠.” 3일 서울 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30대 이모씨가 이같이 말했다. 이제 그런 상황은 머나먼 옛날 얘기가 됐다. 이씨는 “(코로나 이후) 회사는 재택근무로 다 돌리니까 회식은 아예 없어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달 1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되면서 오랜만에 단골 손님들이 가게를 찾았지만 ‘반짝’이었다. 이씨는 “이 동네에 오래 있어서 단골이 엄청 많다. ‘2년 만에 본다’ ‘이 집 음식도 오랜만에 먹어서 너무 맛있고 다 좋다’고 (손님들이) 그랬는데 요즘엔 또 ‘확진자 5000명씩 계속 나와서 그날 못가요’ 같은 예약 취소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한 지 나흘 만에 방역당국이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에 준하는 강화된 방역조치를 내놨다. 오는 6일부터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이 수도권의 경우 6명, 비수도권은 8명까지 줄어들고, 식당·카페 등에도 방역패스가 확대된다. 일일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서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처라지만, 완화된 방역 기준에 맞춰 계획을 세워둔 자영업자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고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종업원을 새로 고용하고 식재료를 주문하는 등 이미 고정비용을 지출한 상황에서 방역조치가 갑자기 강화됐기 때문이다. 연말·성탄절 대목을 기대했던 터라 이들의 당혹감은 더 컸다. 연말 모임을 계획했던 직장인들과 이제 막 대면수업과 동아리활동 등을 시작한 대학생들은 갑작스러운 방역 조치에 혼란스러워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가에 한 주점이 내놓은 간이 의자가 쌓여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자영업이 다시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코로나 때문에 전에 하던 식당이 망해서 이번에 재오픈한 건데, 인원 제한 정책을 또 펴니 장사도 다시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신현호씨(47)는 “연말이 다가와서 이제 송년회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이 줄어든 게 제일 걱정이 된다”며 “위드 코로나 되고 나선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4~6명씩 와서 먹고 갔는데 아무래도 (방역 강화 조치가 강화됐으니) 사람들이 조심해서 더 안 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PC카페를 운영하는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위드 코로나 시행 후) 자영업자들이 2~3주 동안 인력을 겨우 다 맞춰놨는데 규제 때문에 매출이 하락하면 고정비만 늘어나 완전히 손해”라며 “불과 월요일에 대통령이 나와 일상 회복에 후퇴는 없다고 발표했는데 갑자기 금요일에 (거리 두기) 4단계보다 더한 강화를 했다.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냐”고 했다. 자영업자비대위는 정부 방역조치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단체행동에 나설지도 검토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줄줄이 취소되는 연말 회식에 당황하면서도 회사 내 감염 확산을 우려했다. 두 달 전 입사한 직장인 이정원씨(26)는 아직 한 번도 회사 사람들과 다 같이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이씨는 “연말에 워크숍 겸 회식을 한다고는 했었는데 이것도 취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서영씨(24)도 “회사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며 “괜히 말 나올까봐 결혼식이나 장례식도 비밀리에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씨는 “회사에서 회의실, 세미나실 같은 빈 공간에 팀원 일부를 보내는 분리근무를 어제부터 다시 시작했다”며 “오히려 사무실에 다 같이 있으면 눈치 보고 마스크를 다 쓰는데, (분리된 공간에서) 같이 일하는 상사가 마스크를 벗고 계속 기침해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이후 활기를 찾았던 캠퍼스도 다시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B씨(21)는 “학과 연주회가 있었는데 교수님 한 명이 확진돼 재학생이 전부 다 PCR검사를 받고 연주회도 연기됐다”고 말했다. 동국대 2학년 이다움씨(21)는 “줌을 통해 비대면으로 하던 전공수업이 최근 대면수업으로 전환됐고 다음주 수업도 대면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바뀔지 학교의 공지가 아직 없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민서영·이두리·이홍근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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