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향신문

"병상은 임시로 만들어도 몸을 2~3개로 늘리는 초능력은 없거든요"

박채영 기자 입력 2021. 12. 03. 17:39 수정 2021. 12. 03. 18:21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행정지침에 병동 늘었지만
간호사들 숫자는 ‘그대로’

방호복 휴식은 ‘그림의 떡’
환자 응원에 사명감도 잠시
높은 업무 강도 ‘퇴사 면담’

서울의 한 종합병원 정형외과 병동에서 일하던 A 간호사(30)는 일주일 전부터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300병상 이상 병원들은 코로나전담 병동을 만들어야 한다는 서울시 행정지침에 따라 그가 일하는 병원에도 서둘러 코로나병동이 만들어졌다. 읍압기를 설치하고 음압환자운반카와 음압휠체어를 마련하는 일들이 2주 만에 후다닥 이루어졌다.

급하게 만든 병상 30개 가운데 23개(2일 기준)가 들어찼다. 운영을 시작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환자 23명을 간호사 13명이 돌보는데, 3교대로 동시간대 근무인원은 4명 가량에 불과하다보니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쁘다. 코로나병동 근무를 시작할 때는 막연히 듀티(근무시간)당 2~3번 방호복을 입고 격리병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최소 하루에 4~5번은 방호복을 갈아입게 된다.

아파서 누워있는 중에도 “수고한다”고 말해주는 환자들이 있어서 사명감을 갖고 일하지만,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에 허덕이는 것이 일상이다. ‘위드 코로나’란 말은 물밀듯 밀려 들어오는 환자들로 체감한다. 연일 5000명가량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됐다는 소식에는 걱정부터 앞선다.

이라윤 간호사(30) 동료의 손바닥. 장갑을 오래 낀 탓에 손바닥 살 갖이 다 벗겨졌다. / 이라윤 간호사 제공


■“병상은 임시로 만들어도 몸을 2~3개로 늘리는 초능력은 없거든요”

“확진자가 늘면 병상은 임시로 만들 수 있지만 간호사 증원은 안 돼요. 근데 간호사한테 몸을 2~3개로 만드는 초능력은 없거든요.”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이라윤 간호사(30)는 1년째 코로나19 중환자 병실에서 일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병동에는 환자들이 늘고 전반적인 중증도도 높아진 것을 체감한다. 원래 있던 환자가 전원을 가거나 사망해 병상이 비기 무섭게 바로 다음 환자가 배정된다. 수도권에 병상이 없어서 이 간호사가 일하는 병원까지 환자들이 옮겨질 때면, “이런 중환자가 어떻게 여기까지 이송됐나” 싶다.

병상은 임시로라도 만들 수 있는데 진짜 문제는 인력이다. 방호복을 입고 2시간 일하면 휴식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는다. 간호사는 부족하고 환자는 많다보니 한 번 방호복을 입으면 3~4시간 일하게 되고 휴게시간은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 쓰인다. 방호복을 벗으면 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옷이 다 젖어있다. 이 간호사의 동료는 장갑을 두겹씩 낀 손에 습기가 차서 손바닥 살갗이 다 벗겨졌다.

정부가 인력이 부족한 곳에 파견 간호사를 보내주기도 하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이 간호사는 “중환자 간호사 1명을 키우려면 2~3명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정부에서 파견을 보내주는 간호사들이 중환자실 업무에 익숙치 않다보니 기본적인 업무만 도와줄 수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방호복을 입은 이라윤 간호사 / 이라윤 간호사 제공


■장기 대책 없는 걸까요

“위드 코로나 시작 몇 주 전부터 고령층의 돌파감염이 느는 것을 보고 다들 불안감이 컸어요.”

서울의 한 공공병원 코로나병동에서 일하는 B 간호사(26)는 확진자 증가와 더불어 의료기관과 요양시설의 고령층 돌파감염이 늘면서 업무 강도가 부쩍 높아졌다.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어 도움이 필요한 고령층 환자들을 돌보기란 다른 코로나19 환자들에 비해서도 곱절은 힘들다. 기존 간호사 업무에 더해 욕창을 예방하기 위해 체위를 변경하고 기저귀를 가는 일까지 신경써야 한다. 일반병동에서는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하는 일들이다.

3교대로 8시간 근무하고 30분은 인수인계에 쓰도록 하는 시간표는 더 이상 지켜지지 않는다. 인수인계 시간이 지나도 일을 마무리하지 못해 격리구역에서 나오지 못하는 간호사들이 많다. 1~2시간씩의 추가 근무는 예삿일로 생각된다. 간호사 1명당 돌볼 수 있는 위중증 환자는 1명이고 경증 환자라도 최대 5명까지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간호사 1명이 위중증 환자를 포함하더라도 환자를 6~7명까지 돌보고 있다.

높은 근무 강도가 2년째 지속되다보니 코로나병동을 떠나려는 동료들도 늘고 있다. B 간호사는 “당장 이번 달에 퇴사 면담을 하겠다는 동료들이 많다”며 “힘든데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다들 희망을 잃고 지쳐가는 것 같다. 정부는 이 팬데믹을 잠시만 버티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해 장기 대책이 없는 걸까”라고 되물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