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들여다 본다

이종윤 2021. 12. 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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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미동맹, 가치동맹으로 인도·태평양으로 확대 원해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전략'의 연계성 구체화 미흡
확장억제 공약 예년 수준 재확인, 첨단기술 협력 제한적..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확대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파이낸셜뉴스] 2일 서울 국방부에서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내용엔 21개 항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반영, 분석해 본다.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은 고도화 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다변화되고 있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작전계획(작계·OPLAN)를 일정 부분 수정 보완해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하고 이를 위해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8항)'했다. 관련 논의의 구체적 진척에 따라 기존 작계의 개정, 수정 외에 새로운 작계를 선보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문 정부 관심사 반영 부분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공동성명은 한·미 양국의 관심사가 고르게 반영된 상당히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공동성명 전문 내용을 '문 정부의 관심사가 반영된 부분'과 '미국의 관심사가 반영된 부분'으로 나누어 해석했다.

김 교수는 문 정부의 관심사가 반영된 내용은 "우선 '전작권 전환'의 경우로 대통령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문 대통령의 임기 후에도 진행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공동성명 전문 12항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반영된 능력에 관한 포괄적인 공동연구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 수정 1호’의 부록 및 별지 개정을 2022년 전반기 KIDD(한미통합국방협의체, Korea-US Integrated Defense Dialogue)까지 완료하기로 하였으며, 한국의 핵심군사능력과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에 대한 한미 공동평가를 제54차 SCM까지 완료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은 내년도인 2022년에는 전작권 전환 일정의 진도를 내겠다는 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는 코로나 상황 등을 이유로 지연되었는데, 2022년 평가를 시행하는 내용을 담아 전작권 전환에 어느 정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이 종전선언을 지지한다는 직접적 내용은 없지만, '2018년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 2018년 북미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그리고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북미, 그리고 다자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3항)' '양 장관은 9·19 군사합의 이행이 한반도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에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 부분은 종전선언을 추진 중인 문 정부의 정책에 미국이 원론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관심사 반영 부분
김 교수는 이어 미국의 관심사가 반영된 내용은 "'민주적 규범, 인권, 그리고 법치가 지배하는 지역에 대한 양국 정상의 비전을 재확인(2항)' 부분과 '양측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2항)' '인도·태평양 지역이 미 국방부의 최우선 전구(6항)'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전략적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규범과 가치를 강조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한국이 일정부분 동의를 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전략의 지역적 범위를 인도·태평양으로 확대하기를 원하고, 동맹을 민주주의의, 인권, 법치를 지향하는 가치동맹으로 규정하고 싶어 한다.

중국을 의식하는 문 정부에게 일정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인데, 이러한 내용이 성명서에 담겨있다는 것은 문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서로의 관심사에 관한 일정 타협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또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16항)'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SCM 공동성명에 처음 명시화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이 부분은 미국 측이 요구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유엔사가 68년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성공적으로 기여해 왔으며, 대한민국의 주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가운데 그 임무와 과업을 수행해 나갈 것(5항)'과 '앞으로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의 무력분쟁 방지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지속 수행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6항)'이라는 내용은 "종전선언 추진이 초래할 수 있는 유엔사의 지위 변경이나 역할 축소나 폐지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한국이 미국에 동의하고 이를 명시화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편, "미·중경쟁의 새로운 프론티어로 떠오른 우주 분야 및 ICT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한미동맹 협력(15항)은 적극적으로 추진이 된다면 중국에는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번 성명에서 중국을 콕 집어서 위협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중국 견제 강화용으로 확장하길 희망한다는 의중이 읽힌다.

이러한 정책을 미·중 사이에서의 한국의 입장, 그리고 한국의 정치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대놓고 추진하기보다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대북한 방위태세 강화와 수정 보완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이를 통해 대중국 견제도 강화하려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전략’의 연계성 구체화 미흡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가장 주목되는 것으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을 상호보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지속 발전 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남침에 대비해 한국을 방어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존재 목적으로 규정되어왔다. 한편 한국이 선진강국으로 도약하고 미국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를 위해 동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을 한반도에만 묶어둘 수 없는 구조적 환경이 조성됐다.

반 센터장은 공동성명에서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을 모두 등장시켜 한반도 지역과 인도·태평양 지역을 연계시키는 효과를 암묵적으로 담기게 함으로써 한미동맹의 탈한반도적 임무에 대한 길을 열어놓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며 "그렇지만 한계도 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언급했던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전략’의 연계성을 SCM에서 구체화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하고 "종합적으로 이번 공동성명은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참여에 대한 모호성을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미완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 센터장은 이어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 문제가 지난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공동성명에도 담기게 된 것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원론적 입장이지만 한미동맹의 역할 확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확장억제 공약 예년 수준 재확인, 첨단기술 협력도 제한적...
반 센터장은 또 "이번 SCM에서 확장억제 공약 재확인은 한미동맹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예년 수준으로 이는 기본적인 조치"라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더욱 고도화되었고 북한이 이제는 전략핵잠수함과 전술핵무기 개발까지 공언하고 나선 상황에서 공약의 재확인을 넘어 공약의 진화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한·미가 전개되는 전략자산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등 공동성명에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고려는 미약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미국에 당당하게 이런 요구를 하려면 대미 레버리지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신냉전시대에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서 한국의 무슨 역할을 할지에 대한 복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 센터장은 그러면서 "첨단기술 협력에 대한 합의가 있었고 ‘5G’와 ‘6G’ 분야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데 동의했지만 이는 인도·태평양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국가 간의 첨단기술 협력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다"며 "첨단기술 협력을 확대보단 현 상태를 ‘재확인’하겠다는 뉘앙스로 협력할 분야는 ‘5G’와 ‘6G’로 한정했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참여 여부에 대한 모호성 유지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시사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MCM과 SCM의 성과와 한계를 제대로 따져서 한미동맹의 진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이제는 다음 정부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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