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장해송 "단역시절 차인표·안내상 선배 배려 절대 못잊어"

조연경 입력 2021. 12. 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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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아직은 낯설지만 이 정도의 열정이라면 스쳐 지나가려는 기회도 잡을 법 하다.

배우 장해송(33)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눈도장을 찍고 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손담비 동생에 이어 올해 개봉한 '수색자(김민섭 감독)'에서는 일명 '조커 중위'라 표현된 조성훈 중위 캐릭터를 맡아 임팩트 있는 열연을 펼쳤다.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아주 많은 관객과 만나지는 못했지만, 올해 큰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D.P.'와 함께 적나라한 군 내부 문제를 소재로 삼아 함께 공감의 흐름을 탔다.

'수색자'는 교육장교가 의문사한 날, 탈영병이 발생하고 출입통제구역 DMZ로 수색 작전을 나간 대원들이 광기에 휩싸인 채 알 수 없는 사건에 맞닥뜨리게 되는 밀리터리 스릴러. 장해송은 극중 3소대 대원을 이끌며 카메라 안 팎에서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속된 말로 '밑바닥' 부터 올라 온 케이스다. 대사 한 줄 조차 없었던 단역시절 스태프 버스를 타고 현장에 가기를 몇 년, 잊히지 않을 정도로 아쉽고 답답하고 억울한 경험도 많았지만 이젠 자양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JTBC ‘유나의 거리’ MBC ‘압구정 백야’ MBC ‘위대한 조강지처’ tvN ‘응답하라 1988’ KBS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JTBC ‘청춘시대2’ tvN ‘슬기로운 깜빵생활’ ’ tvN ‘라이브’ SBS ‘사의 찬미’ tvN ‘미스터 션샤인’ tvN ‘왕이 된 남자’ KBS ‘동백꽃 필무렵’

필모그래피만 보면 여느 배우 부럽지 않은 걸작들이 즐비하다. 과거 자료화면으로 쓰일 언젠가의 그 날과, 스스로도 모르는 새 찾아 올 기회 허망하게 날리지 않기 위해 담금질 중이라는 지금.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수 있다'는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장해송의 포부는 이보다 더 단단할 수 없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연기에 대한 꿈은 언제부터 키웠나. "연기 자체는 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하면서 시작했다. 근데 대학을 연극과로 진학하지 못해 군 제대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연기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배웠다. 활동을 정식으로 시작한건 24살 때 부터다. 2년은 아예 일이 없었고, 있어도 짐싸들고 다니면서 밑바닥 생활을 했다. 이후 3~4년 정도는 그나마 조금씩 존중 받으면서, 사람 대접 받으면서 현장에 다닐 수 있었다. 초반에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준 사람도 없었다. 하하."

-힘든 기억도 많겠다. "처음에 회사도 없고 매니저 없이 단역으로 대사 몇 마디 되지 않는 촬영을 나갔을 때. 인간인지라 당연히 힘들었다. 그런 시기가 길기도 길었다. 차도 없어서 옷 직접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다녔다. 그리고 현장에 가는 스태프 버스가 있다. 그걸 타고 스태프 분들과 같이 이동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잊지 못할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정말 감사했던 배우 분이 몇 분 계신데, 지금 이 질문에 바로 떠오른 분은 차인표 선배님이다. 내가 선배님이 출연한 '월계수 양복점'에 몇 회 차 나왔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차인표 선배님께 한풀이를 하고 마네킹을 붙잡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신이었다. 선배님이 내 긴장을 풀어주려고 '넌 이름이 뭐냐. 나 신인 때는 느티나무 붙잡고도 했어. 그래도 마네킹을 사람 같잖아~'라면서 먼저 다독여 주시더라. PD님께도 '감정신은 얘부터 가자'면서 너무 큰 배려를 해주셨다.

아, 안내상 선배님도 계신다. 힘들게 버티다가 대사 하나라도 따냈던 작품이 '유나의 거리', '압구정 백야'였다. '유나의 거리' 때 안내상 선배님께서 솔직히 얼굴도 모르는 단역의 인사를 너무 잘 받아주셨고, 누군가를 찾는 신이었는데 선배님께서 '시간 촉박해 하지 말고 진짜 찾아봐라'라면서 응원을 해주셨다. 선배님은 아마 기억 못하시겠지만 나에게는 감사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연기에 대한 애정도 변함없나. "재미있다. 재미있는데, 이젠 재미있게 잘하고 싶다. 제일 어려운 일인데 역시 어렵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이 더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평소 이런 저런 작품을 많이 보는데 '와, 저기에서 저렇게 연기 할 수 있겠구나. 저럴 때 저런 표정을 짓고, 제스처를 하면 신이 풍부해지는구나'라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 노력하는 과정, 알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로서 강점이나 재능이 있다면. "재능은 아직 모르겠다. 지금은 '만들어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을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수 많은 일들 중 하나의 직업이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주위에 이야기를 잘 안 한다. 근데 이번에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꼭 봐 달라'고 홍보를 했다. 그랬더니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더라. 내가 말을 하지 않아서 나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지 늘 응원해왔고, 앞으로의 길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걸 느꼈다. 이것 또한 내 자산이라고 본다."

-최근에 인상깊게 본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인생영화가 있다. '가타카'라고 유명하지는 않은 영화인데 극중 에단 호크가 맡았던 배역이 나에게는 굉장히 크게 와 닿았다. 그리고 'D.P.'에서 구교환 배우가 했던 역할도 눈에 확 들어왔다. 보면서 '난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접근을 아예 다르게 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진짜 대단한 배우인 것 같다."

-배우로서 꼭 한번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도 있을까. "감히 절대 쉽게 접근할 수는 없지만 몸이 불편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어떻게 말하든 조심스러운 부분이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지만 이해의 경계에서 한번쯤 직접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문소리 선배님의 '오아시스'도 너무 감명깊게 봤다. 조커 같은 빌런 역도 너무 좋다. 심리적인 악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정해진 차기작은 있나. "이미 촬영은 마쳤고 개봉을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 공교롭게도 사회적 메시지지를 담은 작품이다. '균'이라고.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룬 영화다. 지난해 촬영해서 내년에는 개봉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메시지에 관심이 많나. "'무조건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해야해!'라는 마음은 아니지만, 배우를 떠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 당연히 다양한 부분에 관심은 갖고 있다. 알려야 할 이야기는 어떤 방식으로든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금방 잊혀지는 세상 아닌가. 과거 이야기라면 다시 꺼내 진실을 밝혀야 하고, 피해자들에게는 진심어린 위로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배우로서 계획한 방향성이 있다면. "첫번째 계획은 작품이고.(웃음) 무엇보다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수 있다'는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 스펙트럼이라고도 표현하지 않나.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고, 인정도 받고 싶다. 아주 단순하게 선악으로 역할을 나눈다면 둘 다 잘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은 그런 기회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게 1순위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ongang.co.kr 사진=YK미디어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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