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영장 또 기각..공수처 '고발사주' 수사 빈손 종결 가능성
[경향신문]
신병확보 실패로 수사 동력 상실
존재감은 없이 역량 한계만 노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신병 확보에 연거푸 실패하면서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빈손’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은 3일 ‘혐의 입증이 충분치 않다’며 공수처가 청구한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10월에도 법원은 같은 이유로 공수처가 잇따라 청구한 손 검사의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1차 구속영장 기각 후 한 달 넘게 진행된 공수처의 보강 수사가 사실상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셈이다.
영장 기각 직후 공수처는 손 검사 측에 6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영장 재청구를 위해 소환을 통보했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불구속 기소 전 마무리 조사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고발 사주 수사는 사실상 종결 수순을 밟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손 검사는 검찰이 범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의 시작점으로, 실체 규명을 위한 핵심 고리였다.
검찰 윗선의 지시 여부, 대검 간부들의 역할,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공모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손 검사의 혐의 입증이 우선돼야 했다. 그러나 잇따른 신병 확보실패로 공수처는 수사를 이어갈 동력을 잃었다.
신설 출범한 수사기관으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하기는커녕 수사 역량의 한계만 노출했다.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손 검사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사실도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다.
신생 기관으로 공수처의 수사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 사건 발생 시점과의 시차로 증거 확보가 어려웠다는 점, 수사 전문가인 전·현직 검사 피고인들이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실체 규명에 책임이 있는 수사기관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수사기관으로서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에서는 더 큰 문제다. 전·현직 검사들이 주된 수사 대상임에도 공수처는 피의자들이 수사 절차의 위법 소지를 지적할 빌미를 제공했다. 김웅 의원은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냈고, 손 검사도 같은 취지의 준항고를 법원에 냈다. 손 검사가 제기한 준항고가 인용되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도 재판에서 사용할 수 없어 향후 공소유지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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