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7억원 매출, 제주에 OO 사러 온 사람들

홍지연 입력 2021. 12. 4. 07: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 미술 시장이 뜨겁다. 몇 해 전부터 건축물과 미술관 등 예술을 테마로 하는 여행 수요가 높아지더니 지금은 아예 그림을 사러 제주로 간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 중심에 있는 건 제주 최대 규모 국제 아트페어 ‘아트제주’다.

아트제주 VIP 프리뷰 행사

“서울과 부산 아트페어와는 다른 제주만의 특색이 있어서 좋아요.” 서울에서 온 지성호씨는 2018년부터 3회 연속 아트제주를 방문했다. 2018년 처음 아트제주에서 제주 작가의 그림을 구매한 인연으로 매년 아트제주를 찾고 있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아트제주는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 작년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쉬어갔다.

김미량 작가의 카멜리아

아트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섬아트제주가 주관한다. 올해 아트제주에서는 국내외 1000여 점 작품을 선보였다.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나라 요시토모, 요제프 보이스, 라이언 갠더, 알렉스 카츠 등 해외 유명 작가들과 이우환, 김창열, 박서보, 백남준, 변시지, 이왈종, 이동기, 하태임, 이창효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11월 25일 오후 3시 메종 글래드 제주 로비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김현숙 글래드 호텔앤리조트 마케팅팀장은 “이번 주말 예약률이 95%를 넘겼다. 객실 1박과 아트제주 VIP 입장권을 포함한 ‘글래드 투 밋 아트제주 2021 패키지’도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날은 일반관람에 하루 앞선 VIP 프리뷰 행사가 진행됐다. VIP 프리뷰는 올해 처음 열렸다. VIP들은 아트제주 구매 이력이 있는 손님 500명을 포함해 지자체 관계자와 기업 미술사업부 담당자 등 총 2500명이 참여했다.

메종 글래드 제주에서 진행된 아트제주

로비와 16층 홀, 1255호에서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특별전이 마련됐다. “박근주·박형근·전은숙·조기섭·허문희·홍시야 7명 작가들의 사진·드로잉·회화 작품을 만나실 수 있어요. 제주의 자연과 문화·언어를 재해석한 것입니다.” 조서영 아트제주 총괄팀장의 말이다. 아트페어 오픈 전에 홈페이지 뷰잉룸을 통해 작품을 공개했는데 사전에 가장 문의가 많았던 섹션이 바로 특별전이었다. 뷰잉룸 통해 아트페어가 열리기도 전부터 이미 판매가 이루어졌다.

특별전 '더 제너레이션 Z'

2층 ‘더 제너레이션 Z’ 특별전에는 애월고등학교 미술과 2학년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아카데미 프로그램 결과물이 걸려있었다. 학생마다 책 하나씩을 읽고 주제를 선정한 다음 미술작품으로 제작했다. 지역사회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올해가 처음으로 애월고등학교는 예술고등학교가 없는 제주에서 미대 진학률이 가장 뛰어난 미술 명문학교다.

아트제주

아트제주는 1, 2회 모두 중문관광단지에서 진행하다 3회째부터 메종 글래드 제주로 자리를 옮겼다. 조서영 아트제주 총괄팀장은 “중문에서 시작한 이유는 럭셔리 관광객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객이 가장 많은 7월 둘째 주에 진행했는데, 2회 하고 보니까 생각보다 내수 시장이 컸다”며 “메종 글래드 제주가 제주 사람들에게는 옛날부터 결혼식이나 컨벤션 같은 걸 많이 해서 익숙하다. 그래서 이곳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아트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80%는 제주도민이다. 제주도민 중 이주민과 원주민의 비율은 반반 정도. 외국인 관람객도 전체 5% 정도를 차지한다.

김성오 작가의 작품

아트제주 스페이스에서는 이중섭 창작 레지던시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제주 골목 풍경을 표현한 이민 작가가 대표적이다. VIP 라운지에 그림을 전시한 김성오 작가는 제주 출신이다. 어릴 적 테우리(들에서 말이나 소를 방목해 기르는 사람을 뜻함, 목동의 제주도 방언)였던 아버지를 따라 다니던 경험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마을 공동목장이 있었어요. 봄에 소를 올려보내서 키우고 가을·겨울 날씨가 쌀쌀해지면 다시 마을로 내려보내는 일을 했죠. 아버지를 따라서 소를 끌고 내려오는 모습입니다.” 빨간 하늘에 황금빛 태양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 표현된 오름 동산과 나무들, 아버지와의 추억을 담았다는 작가의 설명 없이도 어딘가 따뜻함을 주는 작품이었다.

홍순용 작가의 그림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제주 출신으로 오름을 직접 다니면서 작품활동하는 작가이자 산악인이다. 쨍한 파란색으로 표현된 제주의 산과 하늘에서 강인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김재이 작가는 미국에서 데뷔하고 제주로 이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 해녀를 주제로 작품을 하는데, 익숙한 제주 풍경을 몽환적으로 표현한 것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가파도 Air 레지던스 유용예 작가 역시 10년 전에 제주로 이주했다. 해녀이자 어촌계장인 그는 사진과 설치 미술 작업을 한다.

가나아트

스위트룸에 자리한 가나아트에서는 제주를 대표하는 화가 이왈종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전 축구해설가 신문선씨가 관장으로 있는 와우갤러리는 제주 출신 작가 변시지 작품들로만 추렸다. 올해 처음으로 아트제주에 참여한 원앤제이 갤러리는 80년대생부터 젊은 작가 작품을 선보였다.

아트제주

11월 25~28일 열린 ‘아트제주’는 총 방문객수 7000여 명, 총 거래 규모 약 25억원으로 역대 최다 방문객,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11월 25일 VIP 프리뷰 전시에서 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매출의 약 30%를 단 3시간 만에 판매했다. 2019년과 비교해 전체 거래 규모에서 아트제주 컬렉터 클럽을 비롯 소수 VIP 컬렉터의 비중이 매우 컸던 반면, 이번 행사에서는 신규 컬렉터 수가 증가해 매출 비율이 역전됐다. 국내외 블루칩 작품으로 쏠림이 줄어든 반면 제주 지역 작가, 신진 작가의 작품 판매량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거래된 작품의 가격대가 다양해졌다는 분석이다.

[서귀포(제주)=홍지연 여행+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