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이키델릭의 세계로 인도해 드려요

염동교 2021. 12. 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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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6일,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다 실제로 만난 적 없는 '인친'의 스토리에서 서울전자음악단 공연 소식을 접했다.

열혈팬이라고 말하긴 어려워도 늘 설렘과 기대를 안겨주는 서울전자음악단의 이름.

공연장은 한산했다.

 처음 경험한 서울전자음악단의 공연은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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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전자음악단 콘서트

[염동교 기자]

지난 달 26일,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다 실제로 만난 적 없는 '인친'의 스토리에서 서울전자음악단 공연 소식을 접했다. 열혈팬이라고 말하긴 어려워도 늘 설렘과 기대를 안겨주는 서울전자음악단의 이름. 무료한 금요일 밤을 달래줄 치료제가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부푼 맘을 품고 공연장인 금천구 문화정원 아트홀로 향했다.

공연장은 한산했다. 200석 정원 중 가용 좌석 수는 약 90석이었으나 그마저도 60~70% 정도만 찼다. 뮤지션들과 공연업계의 한숨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벌써 몇 년째 딱딱하게 굳어버린 공연 산업, 거기에 만성이 된 관객들의 발걸음이 무뎌질 수밖에. 완전한 회복엔 시간이 걸리겠지만 업계와 지자체, 대중 모두가 힘을 합쳐 조금씩 정상 궤도에 접근해야 한다.
  
 서울전자음악단
ⓒ 염동교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곡부터 정신 착란의 세계로 빠져든다. 1960년대 말 사랑의 여름으로 가 히피들과 함께 뒤섞일 것만 같다. 고도로 정밀화된 컴퓨터 음악이 중심적인 현 대중음악계에서 6분이고 10분이고 마음 가는 대로, 음악에 취해 곡조를 펼쳐나가는 것. 서울전자음악단의 미덕은 즉흥 연주에 있다
'나의 아픔들도 다 잊어버렸어 / 그 자리에 메워진 부드러운 너' 아, '꿈에 들어와'가 연주되는구나! 아마도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곡이자 한국 사이키델릭 록 혹은 드림 팝을 상징하는 역작이 아닐까 싶다. 나의 서울전자음악단 입문 곡이기도 하고. 그렇게 4~5분여를 꿈결에 젖었다.
 
 서울전자음악단 공연
ⓒ 염동교
명반으로 꼽히는 2집 에 수록된 7분짜리 대곡 '서로 다른'은 비틀스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서울전자음악단의 음악성이 집약된 명곡이다. 조심스럽게 떨리는 보컬과 자신감 넘치는 기타 연주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관객과 뮤지션은 함께 손잡고 환상계로 빠져들어 갔다. 비틀스의 소리 실험을 집대성한 'Tomorrow Never Knows'를 길게 늘여 연주하며 그들을 오마주했다.
서울전자음악단의 리더 신윤철은 말수가 적다. 최근 온라인으로 만난 <골든기타페스티벌>의 무대 후 인터뷰에서도 특유의 느릿한 말투가 묘한 재미를 선사했다. 허나 그는 기타로 말하고 내공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특히 요즘은 유튜브 활동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중. 산타나의 'Europa'나 개리 무어의 'Still Got The Blues'같은 기타 명곡을 커버하며 취향과 영향을 고루 드러내고 있다.
 
 서울전자음악단 공연
ⓒ 염동교
 
이번 공연에선 들려준 곡은 제프 벡의 'Cause We've Ended As Lovers'. 피크 대신 손가락이 기타 줄과 마찰하며 생기는 섬세한 음색에 신성함이 드리웠다. 연주 일부분을 촬영해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몇 번이고 반복 감상했다.
'종소리'! 아마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들의 음악. 7분 가까이 휘몰아치는 사이키델리아 속에서 노랫말은 몇 마디가 채 안 되지만 '종이 울리고 / 무지개 피어나고 / 새들이 노래하고 하늘로 날아올라'라는 짧은 구절만으로도 그들이 어떤 세계를 펼치고 싶은지 짐작이 간다. 무아지경의 유토피아랄까. 곡의 다이나믹스를 꾸려가는 밴드 멤버들의 탄탄한 합주도 확인했다.
 
 서울전자음악단 공연
ⓒ 염동교
 
처음 경험한 서울전자음악단의 공연은 만족스러웠다. 팬데믹으로 인해 제자리 점프나 떼창을 하진 못했지만 나름 앉아서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사이키델리아를 만끽했다.

정확히 세 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열 곡 정도로 90분을 꽉 채우는 것,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잼 형식을 좋아하는 나에게 참 흥미로운 공연 스타일이었다. 기타 거장 신윤철의 농익은 연주와 베테랑 베이시스트와 드러머가 구축한 탄탄한 리듬 섹션. 신윤철과 합을 주고받는 젊은 피 기타리스트까지. 귀 호강한 금요일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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