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여성 감독 대상, 서독제의 특별한 선택

성하훈 입력 2021. 12. 4. 10:36 수정 2021. 12. 4. 12: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1 폐막, 지혜원 감독 '장편 대상' 수상

[성하훈 기자]

 서울독립영화제2021 장편 대상을 수상한 <집에서, 집으로> 지혜원 감독(가운데)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한 해의 영화제를 정리하는 의미가 있는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는 앞서 열린 영화제들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내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일지라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선택받기는 쉽지 않은데, 올해도 이 흐름이 이어진 것.

지난달 25일 개막한 서울독립영화제가 3일 저녁 CGV압구정에서 폐막식을 열고 9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수상작들에 대한 시상이 이어졌는데, 지혜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집에서, 집으로>가 장편 대상을, 양재준 감독의 <보속>이 단편 대상을 수상했다.

<집에서, 집으로>는 43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한 인물을 세심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장편 경쟁 심사를 맡았던 조민수(배우), 한준희(감독), 홍지영(감독) 심사위원은 "극보다 더 극적인 인물(캐릭터)들을 긴 시간 동안 쫓은 끝에 결코 담기 쉽지 않은 '영화적 순간'을 포착해 내고 있습니다"라며 "그리고 마침내 그 장면을 마주하게 됐을 때, 관객들은 도저히 당해 낼 도리가 없는 크나큰 감정적 울림을 만나게 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집에서, 집으로>의 지혜원 감독은 2018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 <안녕, 미누>로 주목받은 감독이라는 점에서 수상의 의미가 커 보인다. 2019년 이후 3년 연속 장편 대상 수상자가 여성 감독이라는 점도 특별하다. 여성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인정받는 모습이다

<보속>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작품으로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한 뒤 보속(고해를 한 후 신부가 내려 주는 속죄를 위한 실천적인 과제)을 받는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

단편 경쟁 심사를 담당한 김선(영화감독), 김초희(영화감독), 이영진(<리버스> 편집장) 심사위원은 "관념적 주제를 일상적 관계로 풀어내는 솜씨를 지닌 감독과 배우는 비좁은 공간에 묶여 버둥거리는 소수의 타인들이 실은 우리의 또 다른 모습임을 기어이 설득하고 마는데, 이것이 이견 없이 <보속>을 꼽은 이유 중 하나"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마음고생 위로 의미 담은 특별한 선택

장편 최우수작품상은 고유한 영화적 리듬과 언어로 일상 구석구석을 온전히 담아낸 박송열 감독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가, 단편 청소년 문화의 표상인 오토바이를 타는 10대들을 기록하며 2009년의 한 친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황선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씨티백>이 수상했다.
 
 서울독립영화제 2021 특별상 수상자인 양영희 감독과 일본인 남편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집행위원회 특별상을 받은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도 주목할 만했다.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조총련 핵심 활동가였던 아버지가 작고한 뒤, 치매가 찾아온 어머니가 전하는 제주 4.3의 기억을 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가족사와 엮어서 그려낸 수작이다.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이면서 국제경쟁 대상 수상작이기도 했다.

재일교포인 양영희 감독은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가족의 나라> 등 가족사에 대한 다큐를 꾸준히 만들어 왔다.

특히 양영희 감독은 지난해에는 1998년 부산영화제 수상작이었던 <본명선언>이 일본 NHK 다큐멘터리로 자신이 만든 <흔들리는 마음>(1996)을 무단 도용했다는 문제 제기를 22년 만에 다시 재점화시켜, 두 작품의 비교 상영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번 집행위원회 특별상은 서울독립영화제 특별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물론 <수프와 이데올로기> 높이 평가받을 만한 가치와 의미를 갖는 영화지만, 작품 무단 도용 문제로 인해 긴 시간 마음고생을 했던 양영희 감독에 대한 위로의 의미가 담겨 있어 보인다. 양영희 감독은 영화에 출연한 일본인 남편과 함께 수상했다.

이밖에 단편 우수작품상은 욕망만을 좇다가 마음이 메말라버린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이탁 감독의 <불모지>가, 신진 감독의 참신한 패기와 도전을 격려하는 새로운선택상 부문은 신선 감독의 <모퉁이>, 새로운시선상 부문은 박근영 감독의 <서바이벌 택틱스>가 나란히 수상했다.

올해 제 4회를 맞은 '배우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 1등은 브라운관과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주목받은 노재원 배우가 수상했다. 2등은 자신만의 연기를 현장을 사로잡은 주명 손광민 배우, 3등은 창의적 언어에 감정을 담아내며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은 김철윤 정가영 배우 등이 각각 선정됐다.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감독들이 선택한 디렉터스 초이스 부문은 오은재, 오지후 배우가 공동으로 수상했다.
 
 서울독립영화제 2021 ‘배우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 수상자들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안전한 영화제의 성공

서울독립영화제는 2021년 수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극장에 가는 일이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일상이 통제된 낯선 시기를 관통하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여전히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며 지치지 말고 서로가 서로의 등을 맞대고 연대해 과거와 영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의 서울독립영화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에도 방역에 신경을 기울여 큰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긴장된 상태로 진행됐으나 개폐막식을 정상적으로 치렀고, 주말 상영작은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출품작이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창작자들의 열의가 매우 뜨겁게 나타난 것은, 서울독립영화제가 갖는 비중과 위상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한편 서울독립영화제는 3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홈초이스를 통해 화제작 단편 25편을 LG헬로비전, Btv 케이블, 딜라이브, CMB, HCN 등 전국 케이블 TV 가입자 대상으로 무료 제공한다고 밝혔다.

서울독립영화제2021 수상자(작) 명단은 다음과 같다.

*대상 / <집에서, 집으로> 지혜원 감독
*최우수작품상 /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박송열
*단편 대상 / <보속> 양재준 감독
*단편 최우수작품상 / <씨티백> 황선영
*단편 우수작품상 / <불모지> 이탁 감독
*새로운선택상 / <모퉁이> 신선 감독
*새로운시선상 / <서바이벌 택틱스> 박근영 감독
*독립스타상 / <퇴직금> 임선우 조민경 배우,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양말복 배우
*열혈스태프상 / <멜팅 아이스크림> 사운드 디자인 홍초선
*집행위원회특별상 /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
*독불장군상 / <모어> 이일하 감독
*관객상(장편) /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권하정 김아현 감독
*관객상(단편) / <텐트틴트> 이준섭 감독
*CGK촬영상 / <불모지> 김우영 촬영감독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