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소비 급증하는데.. '와린이' 어떻게 와인 골라야 할까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입력 2021. 12. 4. 14:02 수정 2021. 12. 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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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피노누아 와인
맥주로 70% 정도를 채운 유리컵에 소주 한잔을 풍덩 빠뜨립니다. 그리고는 의무적으로 건배사를 외치죠. 모든 참석자들은 눈을 질끈 감고 ‘원샷’을 때리고, 정수리 바로 위 허공에 잔을 거꾸로 세워 툭툭 털며 한 방울 남김없이 마셨음을 증명합니다. 행여 조금이라도 남겼다가는 옆자리 직장 상사의 질타가 곧바로 강력한 훅펀치를 날립니다. 이런 폭탄주를 제조할 수 있는 권한인 ‘병권’은 참석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갑니다. 최소한 사람 수 대로 폭탄주를 마시게 되는 이유입니다. 술자리 참석자가 5명이라면 5잔, 10명이라면 10잔을. 하지만 한 번으로 절대 끝나지 않죠. 적어도 두 번씩은 병권을 잡아야 그날 회식자리는 어렵게 막을 내립니다. 그러니 한해 두해 직장 경력이 쌓이다 보면 얻는 것은 뱃살뿐이랍니다. 직장 회식때면 부어라 마셔라하던 이런 풍경도 점점 옛 추억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동안 지속되면서 재택근무는 대세가 됐고 직장 회식도 자연스럽게 크게 줄었습니다. 대신 ‘홈술’과 ‘혼술’이 위드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통방식 벨루끼 프란치아꼬르타
기셀브레슈트 게뷔르츠트라미너
이처럼 큰 변화를 겪는 한국 술문화를 새롭게 이끌어갈 간판 스타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와인입니다. 급증하는 와인 수입규모가 이를 말해줍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와인 수입액은 2019년보다 27% 증가한 3억3000만달러, 수입량은 7300만병입니다. 올해는 1~8월 와인 수입액이 이미 3억7045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입액을 넘어섰습니다. 와인은 지난해 처음으로 맥주 수입액을 넘어섰는데 올해는 격차를 더욱 벌려 1~8월 맥주 수입액 1억4978만달러의 2.5배에 달합니다. 눈여겨 볼 점은 2030세대가 주요 와인 소비층으로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의 와인샵 이용금액이 2019년보다 15% 늘었다고 하네요. 이처럼 젊은 층까지 와인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와인샵이나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와인 고르는 일은 ‘와린이’는 물론, 와인을 좀 마셨다고 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품종 보르도 그랑크뤼
신지오베제 품종 비비 그라츠 와인들
우선 너무나 많은 포도 품종이 존재하기에 자신에게 맞는 품종을 찾아야 합니다. 더구나 같은 품종이라도 나라마다 맛이 다르고 같은 나라에서도 지역, 토양에 따라 달라지죠. 심지어 같은 지역이라도 생산자에 따라 스타일이 다릅니다. 더구나 샵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호갱’이 되지 않으려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 모아야합니다. 일반 상품처럼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순이나 판매 랭킹순으로 검색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와인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지 않아 불가능합니다. 이러니 소비자들에게 와인 고르는 일은 수능보다도 어려운 문제가 되곤 합니다. 품종을 좀 알면 와린이를 쉽게 탈출할 수 있습니다. 레드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쉬라즈), 네비올로, 산지오베제, 피노누아, 말벡, 그르나슈, 템프라니요가 대표적이고 화이트는 샤도네이, 소비뇽블랑, 리슬링, 비오니에, 슈냉블랑, 피노그리, 게뷔르츠트라미너, 모스카토 등이 있습니다.
베르사노(Bersano)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파니엔테 사도네이와 카베르네 소비뇽
이 정도만 알아도 와인 고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스파이시한 향이 대표적인 카베르네 소비뇽은 멋진 슈트를 차려입는 도시 남성 느낌이고 과일향이 풍부한 메를로는 풍만한 여성 같아요. 피노누아는 우아한 향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쉬라즈(시라)는 쵸콜릿 복근을 지닌 파이터를 닮았어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로 유명한 네비올로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만추의 숲속을 걸을 때처럼 비강을 헤집고 들어오는 흙내음이 가득하고 산지오베제는 기분 좋은 허브향과 음식을 부르는 산도가 뛰어납니다. 샤도네이는 잘 익은 과일들의 향연이고 리슬링은 패트롤 등 풍성한 미네랄이 돋보이며 당도 높은 리슬링은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소비뇽블랑은 막 잔디를 깎았을 때 나는 풀향과 뾰족한 산도가 지배적이고 비오니에는 커다랗고 하얀 꽃같으며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장미의 정원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샴페인 엘리앙 드랠로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들
스파클링은 죽은 효모와 함께 2차 병숙성을 거쳐 잘 익은 사과향과 효모, 빵내음이 가득한 전통방식, 즉 샴페인 방식과 커다란 대형 스틸탱크에서 발효와 숙성을 한꺼번에 끝내는 샤르마 방식으로 빚는 가벼운 스파클링으로 크게 나눠집니다. 샤도네이, 피노누아, 피노뮈니에 품종으로 빚는 프랑스의 샴페인과 크레망이 대표적인 전통방식이고 스페인 까바(cava)도 전통방식이지만 품종은 샴페인과 달리 토착품종인 마카베오, 자렐로, 파렐라다(빠레야다)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샤르마방식은 이탈리아 스푸만테, 프로세코와 독일 젝트 등이 대표적이지만 이탈리아 프란치아꼬르타처럼 전통방식으로 빚는 스파클링도 많답니다. 이처럼 품종마다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입맛에 잘 맞는 품종을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음에 드는 품종이 나타났다면 이제 같은 품종을 나라별로 마시다 보면 자신에게 잘 맞는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답니다.
아시아와인트로피 로고
아시아와인트로피 2021
국제와인품평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한 와인중 자신이 좋아하는 품종을 고르는 것도 실패확률을 크게 줄여 줍니다. 보통 와인 병에 수상 대회 이름과 어떤 상을 받았는지 스티커가 붙어있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국제와인품평대회가 있습니다. 매년 와인 1만5000여종이 출품되고 심사위원 400여명이 참가하는 국제와인기구(OIV) 최대 규모 와인품평회인 베를린와인트로피가 대표적입니다. 또 프랑스 양조학자 연맹이 파리에서 여는 비날리 인터내셔널(Vinalies Internationals), 벨기에 브뤼셀에서 처음 시작해 매년 유럽의 도시를 돌면서 열리는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MB), 영국의 디캔터 와인 어워드(Decanter Wine Awards)와 인터내셔널 와인 앤 스피릿 컴피티션(IWSC), 독일의 문두스 비니(Mundus Vini) 등도 있습니다. 양조학자, 와인메이커, 마스터 오브 와인(MW), 마스터 소믈리에(MS), 와인전문기자 등 내로라하는 ‘와인의 신’들이 모여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점수를 매긴 뒤 그랑골드, 골드, 실버 메달을 수여한 와인이라 소비자들은 믿고 마실 수 있답니다.
아시아와인트로피 2021
아시아와인트로피 2021 심사현장
우리나라에서 2013년부터 시작된 아시아와인트로피(Asia Wine Trophy)도 그중 하나입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와인기구(OIV)가 공인한 유일한 아시아 지역 국제와인품평대회랍니다. 매년 대전에서 열리며 메달을 수상한 와인들은 대전의 상징인 한빛탑 마크가 새겨진 스티커가 와인병에 부착돼 전세계의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메달을 받는 와인은 1000종이 넘습니다. 상을 남발하는 대회도 있지만 아시아와인트로피는 수상 와인을 전체 출품 와인의 30%로 제한합니다. 올해는 10월 8~11일 진행됐으며 세계 30개국 3162종 와인이 출품돼 이중 23개국 950종 와인이 메달을 받았습니다. 그랑골드 17종, 골드 788종, 실버 145종입니다. 한국와인도 7종이 상을 받았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외국심사위원들이 2년 연속 거의 오지 못했지만 8개국 심사위원 84명이 4일동안 공정한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더 디스커버리 오브 대전 출품 리슬링
더 디스커버리 오브 대전 1위 게오르그 뮐러 슈티프퉁 하텐하임 리슬링 트로켄2019
아시아와인트로피 행사중 매년 주제를 바꾸는 ‘더 디스커버리 오브 대전’은 올해 리슬링을 테마로 진행됐습니다. 소믈리에, 와인 저널리스트, 와인 디스트리뷰터, 와인 에듀케이터 등 심사위원 9명이 국내 수입되는 리슬링 와인 10종을 블라인드로 테이스팅해 점수를 매겼고 점수는 실시간으로 공개돼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출품된 와인 중 50% 이상이 해외 유명 와인평론가들로부터 90점 이상을 받을 정도로 수준이 매우 높아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답니다. 영예의 1위는 아베크와인이 수입하는 와인으로, 독일 라인가우에서 생산되는 게오르그 뮐러 슈티프퉁 하텐하임 리슬링 트로켄 2019(Georg Müller Stiftung Hattenheim Riesling Trocken)가 차지했습니다. 리슬링을 좋아한다면 이날 출품된 와인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나머지 2~5위는 슐로스 폴라즈 좀머 리슬링 2020(Schloss Vollards Sommer Reisling·독일·수입사 금양인터내셔널), 리버비 에스테이트 리버비 싱글빈야드 드라이 리슬링 2018(Riverby Estate Single Vineyard Dry Reisling·뉴질랜드 수입사 레드와인&JY), 샤토 생 미셸 에로이카 2019(Chateau St. Michelle Eroica·미국·금양인터내셔널), 반 폭셈 자르 리슬링 2018(Van Volxem Saar Reisling·독일·수입사 나루글로벌)가 차지했습니다.
북마케도니아 와인을 소개하는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이자 디캔터 매거진 기자 Darrel Joseph
조지아 와인들
국내 수입사들에게 미수입 와인을 소개하는 대전와인써밋 행사도 열려 독일, 북마케도니아, 슬로베니아, 조지아,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온 와인 160종과 올해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입상한 10여개국 와인 100종도 선보였습니다. 이 행사에서 독일 와인 7종의 수입이 확정됐고 이탈리아 약 10종, 슬로베니아 약 10종, 포르투갈 2~5종, 조지아 약 10여종의 수입이 추진되고 있어 써밋에 출품된 와인중 25% 가량 조만간 국내 소비자들을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올해 10주년을 맞은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 와인페어에는 수입와인과 한국와인 1000여종이 선보였으며 동시 입장제한에도 이틀동안 53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답니다.
대전와인써밋 2021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 와인페어 디즈니 동화 컨셉 ‘Once Upon A Vine’
최고의 소믈리에를 가리는 국제소믈리에협회(KISA)의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도 열렸습니다. 금상은 김주용 소믈리에(레스토랑 알렌 & 와인바 컨티뉴엄)가 차지했고 은상은 황보웅 소믈리에(SPC그룹), 동상은 김진수 소믈리에(SPC그룹)에게 돌아갔습니다. 장려상은 허수현 소믈리에(정식당), 이광열 소믈리에(SPC퀸즈파크), 배정환 소믈리에(현대그린푸드 와인웍스)입니다. 또 루시옹 와인부문은 김진수 소믈리에, 포루투갈 와인부문은 허수현 소믈리가 수상했습니다.
금상 김주용 소믈리에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수상자들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대회 금상 김다슬 소믈리에(대동여주도)
제 11회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도 함께 열려 김다슬 소믈리에(대동여주도)가 금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은상은 천수진 소믈리에(애주살롱), 동상은 신재용 소믈리에(백곰막걸리), 장려상은 강수미(백곰막걸리), 김현수, 김영우 소믈리에입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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