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장혜영 "내가 자란 서울에서 재선 도전할 것"

이정환 2021. 12.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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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장혜영, 4일 의정보고회.. 그가 말하는 '권력을 갖기로 했다'는 의미

[이정환 기자]

"차분하고 급진적인."

장혜영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의 2020년 의정보고서 제목이다. 그런데 올해 의정보고서 제목은 작년의 그것과는 사뭇 분위기부터 다르다. 

"나는 권력을 갖기로 했다."

Why not, 재선 왜 안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첫 의정보고회 '나는 권력을 갖기로 했다'가 4일 합정드림홀에서 열렸다.
ⓒ 이정환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첫 의정보고회 '나는 권력을 갖기로 했다'가 4일 합정드림홀에서 열렸다.
ⓒ 이정환
 
장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이미 권력을 갖고 있다.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일까. 물론 작년에도 그는 의정보고서를 통해 자신의 세 번째 약속으로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뜻에 대해 장 의원은 "정책을 실현하는 힘은 결국 정치에서 나온다, 그 시작은 자기 정치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비교적 원론적인 입장으로 설명했었다. 

장 의원은 평소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변화를 만드는 정치"를 꿈꾼다고 했다. '당장의 변화를 만드는 정치'를 위해 그가 가지려고 하는 권력의 상(象)이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졌다는 뜻일까.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정치에 지쳐 직접 하는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장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합정 드림홀에서 첫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행사 전 <오마이뉴스>와 만난 장 의원은 의정보고서 제목('나는 권력을 갖기로 했다')의 의미를 묻자 "오늘 의정보고회는 왜 제가 힘을 가지려고 하는지, 그 힘을 갖고 뭘 했는지 보여주는 자리"라면서 "권력이란 단어엔 권모술수 같은 걸 연상시키는 어두운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권력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힘든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권력과 시민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장 의원은 재선 출마 여부를 묻자 "평소 그런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했던 대답이 '와이 낫'(왜 안 되는데? Why not?)이었다"면서 '마음에 두는 지역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있다, 서울에서 출마할 것"이라면서 "내가 터전 잡은 곳에서, 그곳부터 바꿔나가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 의원은 "오늘 의정보고회는 앞으로 저의 정치적 행보가 좀 더 분명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왜 하느냐고? "국회의원 되기 전 노래가 키워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첫 의정보고회 '나는 권력을 갖기로 했다'가 4일 합정드림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 이정환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아니야',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장 의원이 부른 두 곡의 노래들이 박수 소리에 묻히면서 오후 2시 10분께 시작된 이날 의정보고회는, 장 의원 후원회장이자 <일간 이슬아>의 저자인 이슬아 작가와의 대화로 시작됐다. 

이슬아: "오늘 나온 의정보고서에 직접 그린 만화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굳이 나여야 할 이유도 없지만 내가 아닐 이유도 없어서, 정치를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정치를 왜 하고 있다고 느끼시는지?

장혜영: "오늘 행사 시작하기 전에 제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창작자로서 만들었던 노래를 계속 들으셨는데요. 그 노래 안에 사실 키워드가 들어있어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마음이 사실 제가 정치를 시작하고 쭉 이어가는 마음이에요. 용 빼는 재주가 없다 하더라도, 금수저 자식으로 태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들 무사히 상냥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그런 세상이 아니잖아요.

그런 세상이 아니면 우리 선택지는 두 가지죠. 하나는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 다른 하나는 '그런 세상으로 만드는 것'. 그 방법 중 하나가 저는 권력을 가지고, 민주주의 권력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목소리를 높이면서) 무사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서!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는 발열 체크와 안심콜 등이 이뤄진 가운데 열렸으며, 의원실 측은 "환호를 자제하고 박수로 대신해 줄 것"을 참가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오후 3시 기준, 장 의원을 응원하기 위해 의정보고회에 온 참석자들은 75명(남성 39명, 여성 36명)이었다. 그 외 의원실 관계자와 유튜브 채널 생중계 운영진 등으로 90석 좌석 규모의 행사장은 거의 꽉 찼다. 장 의원과 이 작가의 듀엣 공연이 이어졌다. 그들의 노래와 함께 다시 박수 소리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심상정의 '얼떨결' 일화... "장혜영, 안주하지 않을 정치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첫 의정보고회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무대에 모습을 나타냈다. 심 대표는 "정의당은 비례의원 그 다음이 보장이 안 된다, 지역구 당선이 어렵지 않냐"면서 "장 의원이라면 '믿고 맡겨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이정환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첫 의정보고회 '나는 권력을 갖기로 했다'가 4일 합정드림홀에서 열렸다.
ⓒ 이정환
 
행사장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을 때 심상정 의원(정의당 대표, 경기 고양시갑)과 이은주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무대에 모습을 나타냈다. 심 의원은 "장 의원이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면서, '얼떨결'에 얽힌 장 의원에게 정치 입문을 제안하면서 있었던 둘 사이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심 대표의 말이다.

"(제게)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다는 거예요. 물어보시라고. 그랬더니 '저하고(심상정 의원) 싸워도 돼요? 비판해도 돼요?'라고 그래서 제가 순간 당황해서, '그래도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잖아요(웃음). 그렇게 얼떨결에 말을 했는데 진심이었죠.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럴 건데, 딱 두 가지 느꼈어요. 저는 20년 가까이 정치하면서 늘 비주류에 있었잖아요? 그래서 제가 기득권이란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우리 장혜영 의원이 딱 그 얘기를 하니까 '아, 기득권은 도처에 있구나'. 정치 구조에서는 저희가 비주류고, 비주류로서의 정체성을 늘 갖고 있었는데 우리 당 안에서는 내가 기득권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늘 그 거리를, 장혜영이라는 정치인과 심상정이라는 정치인의 그 거리감을 늘 의식하면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심 의원은 "정의당은 비례의원 그다음이 보장이 안 된다, 지역구 당선이 어렵지 않느냐"면서 "장 의원이라면 '믿고 맡겨도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 의원은 '변방은 창조의 공간'이란 신영복 선생의 말을 인용하면서 "어느 문명도 다 변방에서 시작했다. 변방에서 중심까지 가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 발전하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 확신한다"고 장 의원을 격려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정의당에서 안주하고 (정의당에서)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말 길어지면 또 공격 들어오니까(웃음). 장 의원이 2024년 재선 그리고 3선을 해서 장 의원 후배가 또 장 의원에게 가서 '싸워도 돼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그렇게 되는 만큼 정치가 바뀌는 것입니다."

장혜영의 편지 "여러분을 닮은 국회의원이 되겠습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자신의 첫 의정보고회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이정환
 
이날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의 마지막, 장 의원은 의정보고회 참석자들을 위해 직접 작성한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를 읽는 동안 그의 목소리는 여러 차례 떨렸다. 하지만 장 의원은 낭독에 앞서 "저의 목표는 울지 않는 것"이란 그의 말대로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여러분의 국회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입니다. 

이렇게 인사하는 것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12월이 제 삶에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난 2019년 10월, 처음으로 정치를 시작한 이래 벌써 2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굳이 나여야 할 이유는 없지만, 내가 아닐 이유도 없기에, 인생을 걸고 만들어보고픈 변화가 있다면 온 힘을 다해 후회 없이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날들이 벌써 700일 넘게 쌓였습니다. 

사는 게 힘이 들어서 힘을 갖고 싶었습니다. 사는 게 힘이 드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힘을 갖기로 했습니다. 권력을 갖기로 했습니다. 권력이라는 건 힘있는 사람들 편을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는 게 힘든 사람들의 편을 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증명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가끔, 아니 자주 고민이 듭니다.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는 걸까. 

이 세상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온갖 일들에 대해 저는 대부분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순간,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의 순간조차 기어코 무언가 말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임을 알았을 때 참 많이 두려웠습니다. 

세상은 제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고,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며, 사람들의 마음은 신기루처럼 멀게만 느껴집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삶이, 그 힘듦이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입 속으로 끝없이 되뇌는 번민의 날, 이어지는 실수의 날들, 그것이 저의 매일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 앞에서 이 편지를 읽는 것은, 이렇게나 불완전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정치인인 저에게도 여전히 꿈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기 때문이고, 정치에 나서며 여러분과 처음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연약한 사람도 무사히 상냥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살고 싶다는 꿈.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런 세상이 아니라면 내 손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섭니다.

하루는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시는 분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편지에는 그 분께서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명한 이유가 적혀 있었습니다. 

(응원 이유가) 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 저기 나같은 사람이 저기 있네. 내가 하는 생각을 말로 하는 사람이 있네. 저 사람이 내 말을 하네. 내 목소리가 저기 있네', 그런 마음이 들기 때문이라고 편지에는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모든 문제들에 답을 가지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국회의원이라기보다는,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매일 매일 느끼는 평범한 번민을 마음에 품고, 그런 여러분의 목소리를 국회로 실어나르는 여러분을 닮은 국회의원이 되겠습니다.

여의도의 파란 지붕을 볼 때마다, 저기 나같은 사람 한 사람 알지, 그런 마음이 드는 정치. 민주주의라는 것은 혼자서 외롭게 힘들게 살지 말라고, 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정치, 그런 정치를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실 거죠?

이제 여러분은 저와 함께 권력을 향한 여정을 떠나기로 하신 겁니다. 

아직 수많은 어려움과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있지만, 저는 우리가 함께 마음만 먹는다면 아주 낯설고 기분 좋은 일들을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올 한 해도 여러분과 함께라서 참 좋았습니다. 

시민 여러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2021년 12월 4일
첫 의정보고회에서, 장혜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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