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마이뉴스

새벽 5시 기상하는, 주한미군 소방검열관의 하루

이건 입력 2021. 12. 04. 19:33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소방으로 通하다] 소방검열관의 하루 일과, 궁금하십니까

[이건 기자]

05시 기상. 
집에서 사무실까지의 거리는 불과 3킬로미터로 출근길 정체는 전혀 없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출입문에서 헌병에게 신분증을 건네고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영내로 진입.

05시 20분 소방서 출근. 
16년째 같은 장소로 출근하다 보니 집과 일터의 영역이 구분되지 않는다. 인생의 삼분의 일을 이 공간에서 보냈다. 맨 처음 출근했을 때는 객지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간절함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성과를 내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도전의 기록들이, 그리고 지금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으로 이 공간을 채워가고 있다. 어두운 복도의 불을 켜면 또 다른 소방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소방서 입구 전면에 소방 마크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 이건
05시 30분 트레이닝룸. 
락커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운동 시작.  
 
 작지만 나름 많은 것들로 채워진 소방서 트레이닝룸
ⓒ 이건
 
07시 사무실. 
빵과 수프로 아침을 먹으며 밤새 온 메일들을 확인한다. 하루 일과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면 어제 보던 건축도면을 마저 검토한다. 공사 관련해서는 대략 세 번의 도면 검토 요청이 오는데 제법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보니 일과 중에 틈틈이 챙겨봐야 한다. 참고로 도면 검토는 소방검열관의 업무 중 비중과 난이도가 높은 업무이기도 하다.
 
 16년째 출근하고 있는 사무실 모습
ⓒ 이건
 
08시 아침 조회. 
소방서 차고에 모여 소방서장을 중심으로 해서 정사각형 형태로 줄을 선다. 'Morning Roll Call'이라고 부르며 부서별 중요 안건이 전달되고 금일의 훈련상황과 안전 브리핑이 추가로 이어진다. 
 
 소방서 아침 조회시간에 소방대원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이건
 
08시 10분 스태프 미팅. 
아침 조회를 마치면 출동팀은 소방차와 장비를 점검하고 팀 리더들은 따로 모여 스태프 회의를 한다. 이 회의에서는 인사, 예산, 교육, 보건, 안전, 소방서 시설보수 등 소방서 전반에 걸친 디테일한 내용들이 다루어진다. 회의는 대개 사안에 따라서 1시간 내지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09시 소방검사. 
월별 스케줄에 따라 예정된 건물을 방문해서 소방검사를 진행한다. 건물은 물론이고 건물 진입로, 인근 소화전 등 다양한 위치와 시각에서 화재 위험성 검토를 한다. 주된 점검 포인트는 소방시설 정상작동 여부, 비상구 접근성, 기계실, 전기실, 보일러실, 창고, 주방 등이며 소방훈련 및 교육일지도 체크한다. 보통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건물 규모와 점검내용, 지적사항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작은 건물의 경우에는 1시간 이내, 쇼핑몰과 같은 대형건물의 경우에는 서너 시간 정도가 걸린다.  
 
 부서별 담당자들로 구성된 합동 점검 장면
ⓒ 이건
 
10시 30분 점심식사. 
코로나 상황이어서 가급적이면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골라 식사를 한다. 부대 푸드코트에는 칠리스, 타코 벨, 피자헛, 버거킹과 같이 친숙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하지만 대개는 부대 내 한식당을 방문해서 해결하는데 가격도 오천 원이어서 저렴한 편이다.

11시 30분 중간 점검. 
사무실을 비운 동안 새롭게 온 이메일을 확인하고 각종 질의에 관한 답변을 보낸다. 특별 소방검사를 요청한 담당자들과는 별도로 협의해서 일정을 잡기도 한다. 이메일 검토를 마치면 오전에 검사했던 건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12시 30분 휴식. 
활주로에 나가 바람을 쏘이거나 동료 미군 소방대원들과 담소를 나눈다. 전 세계를 돌면서 근무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번 신선하다.    
 
 한 무리의 소방차가 활주로에서 출동대기를 하고 있는 모습
ⓒ 이건
 
13시 현장점검. 
오전에는 스케줄에 따른 검사였다면 오후에는 특별검사 위주로 진행한다. 예방적 차원의 행정으로 VIP 방문에 대비해 한 건물에 몇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최대 수용인원을 계산하기도 하고 새롭게 이전하려고 하는 비행기 격납고에 대한 안전점검도 진행한다. 공사현장을 방문해서는 용접작업 검사 및 새로운 허가증을 교부한다. 용접작업이 없는 경우에는 부대 전체를 순찰하며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체크한다. 
 
 부대 내 한 공사현장 전경
ⓒ 이건
 
14시 회의 참석. 
부대 내에서는 건축과 관련한 회의가 수시로 개최되는데 보통 소방서에서 참석해야 하는 회의는 도로굴착 공사 회의, 시공 전 회의, 건물 디자인 검토 회의 등이다. 회의에서는 화재예방과 관련된 내용들을 공사 관계자와 계약 담당관 등에게 설명하고 부대 규정도 안내한다. 
 
 비행기 격납고 소화약제 성능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관계자들이 논의를 하고 있다.
ⓒ 이건
 
15시 직무교육. 
새롭게 한국에 배치된 미군 소방대원을 위한 직무교육 시간이다. 미군들은 보통 일 년을 근무하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요구되는 일을 맡기기는 어렵다. 그래서 현장 점검이나 소방검사가 그들의 주된 업무가 된다. 어느 정도 업무가 숙달될 즈음이면 한국을 떠날 때가 되니 때로는 이런 교육이 효과가 있는지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교육을 소홀히 하면 내가 설거지해야 하는 일이 더 늘어나므로 결국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새롭게 한국에 발령을 받은 미군 소방대원들에게 화재예방 업무에 관해 교육하고 있다.
ⓒ 이건
 
15시 30분 퇴근. 
하루 임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은 언제나 보람되다. 지난 26년 동안 소속이 다른 세 곳의 직장으로 자리를 옮긴 까닭에 유니폼 색깔도 몇 번 바뀌었다. 하지만 어떤 유니폼도 싫은 적은 없었다.
보통의 대한민국 직장에서는 나이가 40세를 넘으면 명예퇴직이라는 압박을 받기 마련인데 정년이 60세인 주한미군은 연장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한국인 직원들이 68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매일매일 행복한 소방관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집으로 향한다.
 
 평온한 소방서 전경
ⓒ 이건
 

Copyrights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