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00억불 그날..박정희 "일본 16년 걸렸지만 우린 7년만에 해냈다"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2021. 12.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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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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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연설] 12월 5일 무역의 날을 기념해 이번 회차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의 무역의 날 축사를 다뤄보려 합니다. 무역의 날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수출의 날'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날짜도 몇 차례 바뀐 역사가 있는데요. 한국 무역의 성장 과정에서 기념비적인 기록이 나올 때마다 날짜를 새로 정했던 결과죠. 식민 지배와 6·25전쟁으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던 국가가 오늘날 연간 수출액이 5000억달러를 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무역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역대 축사들을 통해 되짚어보겠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수출의날기념식참석트로피수여1(1973)
▲수출 1억불 달성기념 수출의날 제정한 박정희…임기말에는 100억불 넘겨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연간 수출액이 1억달러를 넘어선 1964년에 수출의 날(11월 30일)을 지정해 해마다 수출 성과를 점검·격려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첫 수출의 날 치사가 나온 날짜는 12월 5일인데요.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변경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재 무역의 날과 날짜가 같습니다.

제1회 수출의 날 치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평소에 우리들의 숙원이던 억대 수출의 달성을 보게 됨에 즈음하여 나는 수출 증진이라는 국가 지상의 과제를 이룩하기 위하여 제일선에서 애써 노력한 수출업자와 생산업자 여러분은 물론, 온 국민 여러분과 더불어 충심으로 기뻐해 마지않는다"고 밝혔습니다.

1966년 제3회 수출의 날 치사에서는 "지난 6년 동안 수출 실적의 연간 신장률이 평균 41.9%였다는 사실에 미뤄 우리는 앞으로도 연평균 40%의 성장률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1971년도의 수출 실적은 적어도 10억달러가 넘도록 총력을 경주해야 하겠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상상하기도 힘든 숫자들이 인상적입니다.

제10회 수출의 날 치사에서는 "김한수 사장이 경영하는 한일합섬이 1개 기업체로서 연간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하여 처음으로 1억불탑을 받았다. 1960년대 초의 우리나라의 수출과 오늘을 비교해볼 때 실로 격세지감을 금할 수가 없다"며 기뻐했습니다.

1977년 제14회 수출의 날 치사는 '100억불 수출의 날 치사'란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연간수출이 100억불을 넘어선 것을 기념한 것이죠. 박 전 대통령은 "세계 경제 대국의 하나로 불리고 있는 서독이 수출 10억불에서 100억불에 이르는 데 11년이 걸렸으며, 일본도 1951년에 10억불이었던 그들의 수출액을 100억불로 끌어올리는 데 16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1970년부터 7년이 걸렸을 뿐"이라며 "우리는 분단된 국토에서 호전적 침략주의자들과 대치하면서 세계적 자원난과 경제 불황 등 갖가지 역경을 극복하고 이와 같은 성과를 올린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 첫 흑자달성 전두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치사 중에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첫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한 1986년 제23회 수출의 날 치사가 눈에 띕니다. 당시 한국은 수출액 347억달러, 수입액 316억달러로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합니다. 이때부터 1989년까지 4년 연속 흑자가 이어졌다가 1997년까지 다시 적자 국가로 돌아섰고, 이후로는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을 제외하면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제23회 수출의 날 치사를 통해 "우리는 올해 들어 마침내 건국 이래 줄곧 시달려온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에서 벗어나 우리의 지혜와 땀으로 흑자 경제의 달성이라는 신화를 창조해냈다"면서 "기적과도 같은 이러한 성과는 결코 우연히 얻게 된 요행이 아니며 우리 모두가 온갖 어려움을 딛고서 힘을 모아 이룩해낸 소중하고 값진 결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 제22회수출의날기념식수상자훈포장수여1(1985)
▲ 수출의 날 → 무역의 날 이름고친 노태우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중인 1990년 '수출의 날'을 '무역의 날'로 고쳤습니다. 제27회 무역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노 전 대통령은 "무역은 국민소득 100달러 남짓한 가난과 패배 의식이 지배하던 이 나라를 번영의 활력이 가득 찬 신흥 산업국가로 만들어놓았다. 우리는 땀 흘려 이룩한 수출 1억달러를 그렇게 대견스럽게 여기며 온 국민이 기뻐하던 26년 전의 첫 수출의 날을 기억한다"면서 "우리는 오늘 1990년대 첫 '무역의 날'을 맞으며 무역입국의 국민적 의지를 새롭게 다짐한다"고 했습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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