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안 합니다?'..조국·기본소득 등 전선 후퇴 논란

정계성 2021. 12. 5. 0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뜻' 명분으로 철회 여지
브랜드 정책 '기본소득'도 후퇴 예고
민주당 '이재명의 유연성'으로 포장
여반장 행보에 "일관성 없다" 비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앞서 선거캠프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야 간 전선이 형성돼 있는 정책과 현안에서 잇따라 물러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후보 측은 “유연하고 실용적인 면모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표 계산에 몰두해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이며 혼선만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기본소득이다. 이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반대하면 기본소득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고, 기본소득의 재원 용도로 도입을 주장했던 국토보유세도 “국민적 합의 없이는 어렵다”며 한발 물러난 입장을 보였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를 상징하는 브랜드이자 이번 대선에 전선이 세워진 몇 안 되는 정책이어서 논란이 있었다.


이 후보는 ‘부분적 기본소득’을 언급하며 철회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농촌기본소득’ 등 가능한 것부터 먼저 실시하겠다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했던 기초연금을 ‘부분적 기본소득’의 예로 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소득 개념 자체에 ‘전 국민 보편적’ ‘조건 없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장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 후보는 지난 10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꺼냈다가 지난달 돌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집하지 않겠다”며 철회했다. 직전까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며 압박했던 민주당은 수습에 애를 먹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가, 한국교총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기독교인들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 대목이다.


최근에는 ‘조국 사태’에 대해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며 납작 엎드렸다. ‘유죄’를 전제로 조 전 장관이 책임져야 하지만 검찰의 선택적 수사도 잘못했다는 양비론에서 다소 진일보한 입장이다. 이 역시 조 전 장관에 부정적인 2030 세대와 중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경선이 끝나니 말을 바꿨다’는 비판론이 없지 않다. “반개혁세력의 위세에 눌려 겁을 먹은 것”(추미애 전 장관) “함께 가다 지친 동지는 부축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김용민 최고위원)는 등의 공개적인 내부 반발도 있었다.


이는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선거 슬로건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본인의 연설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실제 이 후보는 “민주당이 180석을 만들어 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이재명 페이스북), “저는 약속을 하고 성과로 증명한 사람”(전남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차고 가겠다”(전남 목포 동부시장)고 자신을 홍보해왔다.


민주당은 ‘유연함’으로 이를 포장하고 있다. 이 후보의 독선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중도 확장을 위한 일종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후보는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고 실현 과정에서 수정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라며 “언론은 추진하면 독선적이라고 비판하고, 현실적 고려로 물러나면 후퇴한다고 비난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는데 원론만 고집하는 게 오히려 더 문제”라고 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 흐름을 타며 이 후보의 태세 전환은 일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일관성이 없는 불안한 후보라는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재명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무서운 현실주의자”라며 “정치인은 ‘여반장’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후보는 전날 한 얘기도 불리하다 싶으면 다음 날 아무렇지도 않게 180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양면성은 선거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반복되면 국민은 일관성이 없다는 판단을 할 것”이라며 “그것이 이재명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