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반도체 잇단 출사표.. 만성 공급 부족 숨통 트이나

박진우 기자 2021. 12.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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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98% 의존 자동차 반도체
국내 팹리스 업계, 자동차 시장 진출 활발
대기업도 車 반도체에 관심 높이는 중
개발부터 공급까지 시간 오래 걸린다는 단점
파운드리 확보도 쉽지 않아 우려
NXP 제공

해외 의존이 높은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업체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신규 제품을 개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늘어난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가전제품용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에 집중했던 국내 팹리스들은 최근 자동차용 MCU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만성 공급부족으로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게 된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자동차 반도체 수요가 크게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MCU는 각 부위를 제어하는 전자식 제어 장치(ECU)에 사용되는 마이크로 컴포넌트의 일종이다. 자동차 안에서 마치 컴퓨터처럼 작용한다. 마이크로 컴포넌트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유닛(MPU) MCU와 디지털 신호 프로세서(DSP) 등으로 구분되는데, MCU는 전장 시스템 등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ECU 하나에는 MCU 하나가 장착되며 최근에는 시스템 고도화로 여러 개의 MCU를 하나의 칩에 얹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어보브반도체, 텔레칩스 등이 자동차 MCU에 주목하는 대표 국내 팹리스다. 어보브반도체의 경우 가전 업체 공급용 MCU를 주로 만들어 온 회사다. 최근 자동차용 모바일기기 급속충전기에 사용되는 MCU를 개발하고, 공급 계약까지 따내며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 텔레칩스는 독자 개발한 자동차 MCU로 관심을 받았다. 3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개발됐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을 통해 지난 4월부터 시범 생산됐다.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자동차 반도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을 통해 자동차 반도체 내재화 작업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자동차용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칩과 폭스바겐 전기차에 사용될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를 최근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차세대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 3종. /삼성전자 제공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회사 간 협력 범위도 넓히기로 했는데, 국내 팹리스를 매개로 한 MCU뿐 아니라 첨단 반도체인 10㎚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LG전자 역시 전장용 MCU 개발을 검토하고 있으며, LX그룹의 팹리스 전문 기업이자 국내 시장 1위 LX세미콘도 자동차용 반도체 연구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업체들의 잇단 출사표로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자동차용 MCU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시장은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화되는 자동차 MCU의 98%를 이들로부터 납품받는데, 대안으로 국내 팹리스 업계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성숙 시장 중 하나인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팹리스들의 연쇄 진출은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시장의 공급부족은 코로나19로 발생한 파운드리 병목현상으로 발생한 것으로, 수요 자체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또 지금 자동차 MCU를 개발해봤자, 안전성 평가 등 자동차 부품에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여러 인증을 획득하는 일과 공급사에 채택되는 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앞으로 자동차용 MCU가 더 필요한 부분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커넥티드카,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인데, 아직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지는 않았다. 또 이 분야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시간에 국내 팹리스들이 자동차 반도체를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기까지는 어려울 전망이다”라며 “자동차 산업은 안전성 검증도 심한 편으로, 개발부터 공급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린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파운드리 협력도 과제다. 팹리스는 말 그대로 팹(공장)이 없는 설계 전담 회사로, 공급사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설계하면 생산을 맡길 파운드리가 필요하다. 최근 이 파운드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하소연이다. 생산 규모가 큰 글로벌 대형 팹리스의 반도체 주문을 소화하려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국내 중소형 팹리스의 주문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체로서도 글로벌 팹리스 주문을 받아 처리하는 게 더 수익이 남는다”라며 “자동차 MCU 등 국내 팹리스 역량을 키우려면 반드시 파운드리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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