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롯데택배의 첫 허브터미널, 하루 180만개 택배 처리

진천=권오은 기자 2021. 12. 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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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자동 분류하고 1만9000개 센서가 실시간 위치 파악

지난 2일 충북 진천군에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의 중부권 메가 허브터미널(진천 허브터미널)은 시범 가동을 마친 후 막바지 설비 점검이 한창이었다. 총 33㎞ 길이의 컨베이어 구간 연결이나, 화물이 놓이는 위치 등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미세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김준홍 롯데택배 네트워크기획팀 책임은 “택배차 하차(짐 내리기)에서 상차(짐 싣기)까지 허브터미널에 머무는 시간을 12~15분으로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택배의 첫 허브터미널은 내년 1월 중순 문을 열 예정이다. 롯데택배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화 설비로 진천 허브터미널의 운영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물류체계도 개선해 택배 원가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풀필먼트(fulfillment·통합 물류) 기능도 갖춰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과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북 진천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중부권 메가 허브터미널. /롯데인재개발원 Acropolis

진천 허브터미널은 지상 3층, 연면적 16만7000㎡(약 5만평) 규모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는데, 12시간동안 180만개의 택배를 처리할 수 있다. 국내에서 시간당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가장 많다. 롯데택배는 진천 허브터미널에서 하루 평균 일하는 인원을 842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 터미널과 비교하면 40%가량 적다. 자동화 설비의 힘이다. 롯데택배는 진천 허브터미널 투자금의 44%(1500억원)를 자동화 설비에 썼다.

국내 택배업계 최초로 도입한 ‘AI 3방향 분류 기술’이 대표적이다. 반복 학습(딥러닝)한 AI가 하차한 택배를 중대형, 소형, 이(異)형 세 가지로 분류한다. 이 기술만으로도 분류 업무에 필요한 인력 80여명 줄일 수 있다. 분류 정확도도 99%다. 롯데택배는 정식 운영 전까지 정확도를 99.8%까지 높일 예정이다. 또 하차한 택배 가운데 중대형, 소형, 이형 가운데 특정 크기의 물량이 많으면 AI의 분류 기준을 자동으로 바꾸는 로드 밸런싱(Load Balancing) 기술도 택배업계 최초로 적용했다. 컨베이어 병목현상을 방지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중부권 메가 허브터미널에서 택배를 크기·형태별로 인공지능(AI)이 자동 분류하고 있다. /롯데인재개발원 Acropolis

AI가 분류한 택배는 컨베이어를 따라 ‘진입 전 목적지 사전 분류(Pre-sorting)’ 구간에 진입한다. AI는 다시 각 택배의 목적지를 인식해 상차까지 가장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물량을 분배한다. 진천 허브터미널 전체 컨베이어에 설치된 센서는 약 1만9000개로 구간별 택배 물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터미널 내 물류 체증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책임은 “컨베이어 속도를 고려할 때 이 같은 기술이 적용되지 않으면 하차 후 상차까지 30여분이 걸린다”며 “자동화 설비를 통해 이를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택배는 독(Dock·짐을 싣고 부리기 위한 설비) 관리 시스템(DMS)과 차량 관제 시스템을 통해 택배차가 진천 허브터미널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최소화할 계획이다. 택배차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해 진천 허브터미널에 도착하면 접안할 284개(하차 84개, 상차 210개) 독을 자동으로 지정해준다. 하차 기준 10분 안에 다음 택배차가 독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롯데택배는 첫 허브터미널이 문을 열면 그동안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였던 물류 체계를 ‘허브(Hub) 앤 스포크(Spoke)’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집하 → 집배센터 → 터미널 → 배송지 터미널 → 집배센터 → 고객에게 전달되는 구조였다.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을 적용하면 집하한 택배를 진천 허브터미널에서 모은 뒤 고객 인근 집배 센터로 보낼 수 있다. 롯데택배는 기존 평균 4단계였던 물류체계를 2단계 이하로 단순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평균 이동거리가 줄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오배송이나 분실·파손 가능성도 줄어든다.

롯데택배는 물류 체계를 허브 앤 스포크 방식으로 전환하면 실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였다.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을 채택한 CJ대한통운(000120)의 3%, 한진(002320)의 4.6%에 못 미쳤다. 롯데택배는 새 물류체계로 이 같은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풀필먼트 사업도 확장한다. 진천 허브터미널 3층에 3만6000㎡(약 1만1000평) 크기의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한다. 지난 4월 문을 연 경기 이천 덕평 풀필먼트센터에 이어 2번째다. 진천 허브터미널은 전국 어디나 300㎞ 이내에 있는 만큼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롯데택배는 롯데쇼핑(023530) 등 그룹 유통계열사와 협력할 수 있고, 풀필먼트 센터 아래층에 있는 택배 시설과 연계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진천 허브터미널 운영으로 원가 경쟁력이 강화되면 영업이 활성화돼 매출 상승, 영업이익 개선 등 회사의 지속성장성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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