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동안 무려 1조..갑자기 삼성전자 쓸어담는 외국인, 왜?
5일 증권가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한주간 삼성전자를 9976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조9038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순매수 금액의 절반을 삼성전자를 사는 데 쓴 셈이다.
지난주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에 이어 크래프톤(2063억원), NAVER(999억원), 삼성전자우(995억원), 카카오뱅크(670억원) 순이다. 2~5위 종목의 순매수 금액을 다 합쳐도 삼성전자 한 종목 순매수 금액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그간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에 대한 매매 추이를 보면 최근의 강한 순매수가 더욱 도드라진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삼성전자를 21조5863억원 순매도했다. 2위 삼성전자우(4조6977억원)은 차치하더라도 3위 현대모비스(2조4455억원), 4위 SK하이닉스(2조1175억원), 5위 LG전자(1조5848억원) 등과 자릿수가 다르다.
하지만 지난 11월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8611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어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단 사흘 동안에만 9515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난 한달 간의 순매수 규모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반도체 가격 하락을 과도하게 반영했던 삼성전자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는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의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 주가도 지난 11월 한달 동안 68.97달러에서 82.88달러로 20.1%나 상승했다.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반도체 가격 흐름을 선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주가 하락이 마무리되고 내년 상반기 반도체 시장 회복을 선반영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는 더 안 좋은 논리를 찾기 어려울 때 밸류에이션 콜이, 상승 전환에 대한 징후가 발생했을 때 모멘텀 콜이 순차적으로 작동하며 상승한다"며 "현재 주가는 밸류에이션 콜이 작동한 후, 모멘텀 콜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한 순매수세는 삼성전자와 반도체업황에 대한 시각의 변화라기 보다는 단순히 공매도에 후행하는 숏커버링 움직임일 뿐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공매도 금액이 컸던 종목은 삼성전자, 카카오, HMM, SK하이닉스 순이었다. 지난 11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 금액으로는 삼성전자가 1위, 카카오가 4위, HMM이 9위, SK하이닉스가 2위다. 공매도가 많았던 종목들 중심으로 외국인이 사고 있다는 의미로, 현재의 외국인 매수세 유입은 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해 시장에서 주식을 되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대차잔고 주수도 지난달 19일 9823만주로 고점을 찍은 뒤 이날 9386만주까지 4.4% 감소했다.
김경훈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은 아직까진 추세형성이라기 보다, 축적된 숏 포지션 청산일 개연성이 있다"라며 "그간 공매도 강도가 강했던 종목일 수록 최근 강하게 사들이고 있는 숏커버링 양상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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