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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되고, 야구장 방역하고..비대면 시대 영역 확장하는 협동로봇

백일현 입력 2021. 12. 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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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두산로보틱스 이상공 경영전략팀장
카페라떼를 제조 중인 협동로봇. [두산로보틱스 유튜브 캡처]


#메뉴 화면에서 카페라테를 선택하자 로봇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쌓여있는 더미에서 컵 하나를 들어 올린 로봇팔은 한 사출구 아래 컵을 갖다 댔고, 이내 얼음이 쏟아졌다. 이어 다른 사출구에 컵을 대자 커피 원액과 우유가 나왔다. 로봇팔은 컵을 틀 위에 올려놓은 뒤 다시 움직여 다른 곳에 쌓여있던 컵 뚜껑을 들어 올렸다. 이를 들고 돌아온 로봇팔은 뚜껑을 컵에 빈틈없이 씌운 뒤 곧 열린 작은 아크릴 문을 통해 컵을 내보냈다. 이처럼 ‘로봇 바리스타’가 카페라테를 내리는 걸린 시간은 45초. 로봇 카페의 모습이었다.

#지난 6월 서울의 한 뮤지컬 공연장.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한 편에 설치된 로봇팔이 움직였다. 길이 2m가 넘는 팔 끝에는 영상 촬영용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무대 위 배우들이 움직이자 로봇팔은 여러 모양으로 구부러지며 따라갔다. 관객 시야를 막지 않으면서 공연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로봇 공연 스태프’다.

공연장에 투입된 '로봇 스태프'. [사진 두산로보틱스]


로봇이 우리 삶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로봇의 활동 영역은 더 넓어졌다. 로봇이 커피·아이스크림·샐러드를 만들고, 서빙한다. 이미 일부 지하철 역사에서 방역 업무를 하고 있고, 이르면 2022년부터 군 훈련소에서 반찬 튀기는 일도 취사병 대신 맡을 전망이다.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이 가져오는 변화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협업하는 로봇이란 뜻으로, 과거 산업용 로봇이 사람과는 독립된 공간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 점과 대비된다. 한국의 협동로봇 시장은 유럽·미국에 비하면 작지만 성장세다. 국내 1위 협동로봇 제조업체라 평가 받는 두산로보틱스의 이상공 경영전략팀장(46)에게 협동로봇 개발의 현재와 전망을 물었다.

이상공 두산로보틱스 경영전략팀장. [사진 두산로보틱스]

Q : 어떻게 국내 1위 업체가 됐나.
“2015년 협동로봇을 시작한 뒤 2018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판매량, 매출액에서 국내 1위다. 첫해 320대를 판매한 이래 2019년 550대를 거쳐 올해 판매량은 이미 1100대 정도다. 매년 평균 80% 이상씩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제품의 근본적인 경쟁력 때문이다. 두산그룹과 외부의 로봇 관련 인재가 왔고, 기술력이 있는 고려대 기계공학과 등과 협업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제품을 출시했고(10종) 가장 긴 작업반경을 갖고 있고(1700mm), 가장 무거운 물건(25kg)을 들 수 있다. 인증기관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인증도 받았다. 힘을 정밀하게 인지할 수 있어야 사람과 부딪치지 않고 멈춰 설 수 있는데 우리는 힘을 인지하는 센서를 6개 관절마다 설치했다. 예를 들어 커피 컵 뚜껑을 닫는 기능도 특허 사안이라 다른 제품에선 찾기 힘들다. 사실 사람도 컵을 닫는 게 쉽지 않지 않나. 또 국내 치킨·튀김용 로봇은 2019년부터 상용화가 됐고 다양한 경쟁사가 참여했으나 많은 고객이 기술력, 내구성, 디자인 등을 이유로 우리 로봇을 선택했다.”

야구 경기장에서 방역 작업 중인 방역 로봇. [두산로보틱스 유튜브 캡처]

로봇카페, 맛·속도·초기 비용이 문제

Q : 며칠 전 모듈러 로봇카페를 론칭했지만 이미 로봇 카페들이 곳곳에 들어선 데다 예상보다 이용률이 낮다는 평인데.
“기존 로봇카페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맛과 속도, 가격 때문이다. 우선 로봇이 내리는 게 신기하니 한 번 마셔보지만 맛이 없으면 재구매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최고급 원두를 쓰는 최고급 머신을 사용한다. 유명 해외 프랜차이즈 커피점은 지점에서 2500만원짜리 커피머신을 쓰고, 한국의 저가 커피점은 1000만원 이하의 커피머신을 사용하더라. 우리 건 2000만원 대다. 최고급 커피 머신과 최고급 원두로 바리스타 급의 맛을 내려고 노력했다.
속도도 문제다. 능숙한 사람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뽑는 데 30초가 걸리는데 기존 로봇카페는 1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47초로 단축하긴 했지만 사람보다 늦다. 안전 기능 때문에 속도를 최소한으로 낮춰서다. 하지만 바쁜 시간엔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초기 도입 비용이다. 사실 기존 로봇카페 가격은 1억원이 넘는다. 커피를 2년간 매일 200잔 정도 판매해야 투자액을 회수할 수 있다. 로봇으로 연봉이 2000만원인 알바생 쓰는 비용을 줄인다 해도 과한 투자가 되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 제품의 50%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하루에 100잔을 팔면 2년 안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이 가격도 일반 고객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어 우리는 기업 복지 카페 등을 타깃으로 한다. 실제 국내 유명 올드카 전시 카페, 산 전망대 등에 입점할 예정이다.”

최근 출시된 ‘모듈러 로봇카페’. [사진 두산로보틱스]

Q : 다른 분야에선 어디까지 활용 중인가.
“코로나로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우리 협동로봇이 뮤지컬 생중계 촬영 스태프로 참여했다. 장시간 촬영에 실수가 없어야 하기에 생중계는 어려운 일이었으나 이미 약속된 앵글과 움직임으로 촬영을 진행해 영상의 질도 유지했다. 군 훈련소에서 튀기는 공정을 로봇에게 맡기는 시범 사업도 하고 있다. 취사병이 하기 위험한 일 일부를 대신하는 것으로, 시범 사업이 완료되면 2022년부터 연대나 대대급에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의료보조용 협동로봇이 복강경 수술 시연도 했다.”

지난 10월 두바이 정보통신 박람회에서 복강경 수술 시연을 한 의료보조용 협동로봇. [사진 두산로보틱스]

Q : 앞으로의 전망은.
“협동로봇은 국내보다 노동 인력이 부족하고 최저 임금이 높은 유럽·북미가 훨씬 큰 시장이다. 덴마크에선 2007년부터 협동로봇이 나왔다. 한국에도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이들이 많은데 안전하게 작업할 환경을 만들도록 돕는 게 우리가 그리는 미래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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