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이재명, 탕자의 귀환? [한석동의 거꾸로 본 세상]

데스크 2021. 12. 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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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이재명은 외치고 민주당은 훼방
잦은 공약 보류, 선거 끝나거든 보자?
참회와 분노조절 차이..흔들리면 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간담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전과 4범은 별것 아니었다. 촛불집단의 대선 가도에 무고와 검사사칭, 음주운전, 특수공무집행방해 따위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았다. 이재명의 법정 바깥 ‘전죄(前罪)’는 더 크고 많다. 형수 쌍욕 하나만 해도 어처구니없다. 총각행세 했다는 ‘무상연애 뒤끝’도 작은 흠결이 아니다. 입사시험에서는 사소한 전과 하나도 중대한 결격사유다. 정치판은 왜 이렇게 됐는가.


친형 강제입원 건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법관이던 화천대유 고문 권순일과의 재판거래 의혹까지 털어낸 건 아니다. 강제입원에 김혜경이 조카와 통화한 것이라는 녹취파일도 다시 나돈다. 조폭, 경기동부지역 주사파 운동권 연계설도 고만고만한 허물이 아니다. 정말이지 이재명 대통령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시추에이션이다.


미증유(未曾有, 일찍이 한 번도 없음)의 ‘대장동 비리의혹’은 또 다른 문제다. 뚜껑이 열리자 이재명은 거칠게 반응했다. 스스로 설계한 단군이래 최대 공익환수 모델이라며, 적반하장이라고 반격했다. 국민의힘 게이트로, 적폐세력을 엄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수사는 사실상 실종됐다. 이재명은 특검을 외치고, ‘이재명의 민주당’은 특검법 상정을 뭉갠다.


“음주운전은 잘못이지만 사회활동을 막는 것은 불공정한 이중처벌이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소주 한 잔 하고픈 유혹과 몇 만원의 대리비도 아끼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소리다. 가난이 죄라고 느낄 수 있다.”


이재명 음주운전을 엄호한 경선캠프 대변인은 이 촌평을 끝으로 하차했다. 다음 차례는 이재명의 윤석열 디스였다. “음주운전이 초보운전보다 낫다.”

특검, 이재명은 외치고 민주당은 훼방

뜻밖에 11월 한 달 동안 이재명의 사과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왜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되돌아본다며, 사죄의 큰절에 눈물까지 흘렸다. 욕설 등 구설수에 해명보다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가 먼저여야 했다고 자세를 낮췄다. 대장동에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한 것부터가 잘못이었고, 부당이득에 대한 국민의 허탈한 마음을 읽는 데 부족했다고 했다.


도중에, 경기 양주에서 살인 데이트 폭력사건이 터졌다. 이재명은 조카의 살인사건을 변호했던 과거를 15년 만에 발 빠르게 사과했다. 교제하던 여성과 그 어머니를 잔혹하게 찔러 죽여 무기징역을 받은 해묵은 사건이었다. 이를 데이트 폭력의 중범죄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그 뒤 드러난, 인권변호사(?) 이재명이 변호한 흉악범은 조폭 2명을 포함해 5명이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밀어 붙이던 데서도 물러섰다. 70% 넘는 국민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재명은 합니다’던 그였다. 나랏돈을 왜 아끼냐며 홍남기를 윽박지르던 모습도 사라졌다. 이어 셀프용서와 함께 미래로 가는 세력을 자임하기 시작했다.


전의(戰意)는 더없이 굳세다. ‘경제와 민생’에 꽂힌 이재명의 행보는 다시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다.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뚫고 가야 한다. 패스트트랙 태울 때 한꺼번에 많이 그냥 태워 버리자.” 어느 청소년·청년 모임에서는 “합의된 룰을 일부 어길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책을 비판한 교수는 징계를 당했고, 그렇게 민주당원 게시판도 폐쇄됐다.

잦은 공약 보류, 선거 끝나거든 보자?

열광적 호남 순회연설에서 이재명의 기백은 넘쳤다. “괜히 다수의석을 준 게 아니다. 야당이 발목 잡으면 그 손을 차고 앞으로 가겠다.” “호남 없으면 민주당이 없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개혁이 쉽지 않다.” ‘남편 재임 중 고통 받고 상처 입은 분들에게 사과 드린다’는 이순자 인사에는 “법을 고쳐서라도 추징금을 환수하고 독재세력을 처벌하겠다”고 받아쳤다.


꼭 당선돼 윤석열을 박살 내라는 지지자의 주문에 그는 “그럴 필요 없다. 당선이 복수다. 할 일이 산더미 같아 복수할 시간이 없다”고 화답했다. 그러고는 역사왜곡처벌법을 만들어 5.18과 독립운동을 비방하고, 친일을 찬양하는 행위를 단죄하겠다고 했다.


‘종부세 폭탄’ 원성이 높아지자 그들은 “상위 2%를 정밀 폭격하는 것이라 98%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운영을 맡은 집단의 흉측한 산술이다. 이재명의 국토보유세 공약도 소름 돋기는 한 가지다. 10%만 해당되고 90%는 혜택을 받는데 손해 볼까봐 뭘 모르고 그런다는 핀잔이다. 저항이 커지자 이것도 국민 동의를 받겠다며 한 발 뺐다. 이런 식이면 선거 날까지 남는 공약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선거 끝나거든 보자고?


청년 15만명에게 월세 20만원 씩 지원하겠다는 촛불정부의 정책이 나왔다. 송영길은 노령수당을 월 100만원 씩 지급하도록 검토하겠다고 장단을 맞췄다. 이재명은 연간 기본소득 100만원 지급 공약을 했었다. 월 8만원 남짓한 돈을 커 보이게 포장한 것이다. 꼭 할 거면 월 150만원을 약속한 이 방면 원조에게 배웠어야 제격이다. 허경영은 “부모에게 월 8만원 씩은 천하에 불효자”라고 개탄했다. 얼마나 쿨한가.

참회와 분노조절 차이…흔들리면 진다

‘이재명의 민주당’에는 이재명 공부 열풍이 드세다. 각각이 헌법기관이라는 의원들은 이재명 생가 방문과 저서 읽기, 독후감 쓰기에 열심이다. 기차간 좌석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송영길도 보였다. “윤석열 지지자들은 1% 안팎의 기득권 계층을 제외하고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과 고령층이다.” 분수를 모르는 황운하의 이 경거망동은 헛다리 충성경쟁의 한 뿌리다.


조국은 말했다.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마라. 이 놈이 앞발을 비빌 때는 뭔가 빨아 먹을 준비를 할 때다. 때려잡아야 한다.” 김병준은 “오래 길러진 심성을 고치기는 힘들다”고 이재명의 전제적 폭력적 인성을 지적했다. “그래도 그렇지 살인자 집안 출신에 포악한 후보는 대통령 해선 안 된다. 나라 망한다.” 홍준표의 경고다.


이재명의 사과 퍼레이드는 어디선가 멈출 것이다. 성경 속 탕자(蕩子)의 귀환과 정치인 이재명의 몸부림은 다르다. 참회와 분노조절의 간격일 것이다. 흔들리면 진다. 세상이 아무리 후패(朽敗, 썩어 문드러짐)했기로서니 다시 ‘이재명 보유국’은 말이 아니다.


글/한석동 전 국민일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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