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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성장주 대명사였는데..바이오株 어쩌다 추락했나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한경우 입력 2021. 12. 05. 08:29 수정 2021. 12. 0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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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헬스케어지수, 작년말 대비 32.52% 하락
신약 개발 성공해도 잘 팔려야 '대박'
잇딴 임상 실패 및 언론 플레이에 신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예전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성장주의 대명사였던 바이오 업종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계속 내리막을 타며 반등다운 반등 한번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하게나마 반등한 뒤에는 직전 저점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반복됐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KRX헬스케어지수는 3723.10에 마감됐습니다. 작년 종가 5517.31과 비교하면 32.52%가 하락한 수준입니다. 작년 종가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코스피와 비교해도 초라하군요.

그래도 코스피는 올해 7월6일 3305.21까지 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써보기라도 했습니다. KRX헬스케어지수는 작년 12월7일의 고점 5685.12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고만 있습니다.

주가 흐름을 보면 바이오업종 투자를 많이 하는 투자자들의 울화가 더 치밀 법합니다. 전체 증시가 오를 때는 횡보하다가 내릴 때는 더 크게 빠지는 모습이 수차례 반복됐으니까요.

한 번 살펴 볼까요. 코스피가 연초 급등세를 타며 작년 종가 2873.47에서 1월25일의 3209.99까지 11.71% 오를 동안, KRX헬스케어지수는 오히려 6.39% 내렸습니다. 이후 급등장의 피로를 느낀 코스피는 3월10일 2958.12를 기록하며 7.82% 하락했는데, 이 기간 KRX헬스케어지수의 낙폭은 16.60%였고요.

 백신株 뜨고 기술수출 규모도 늘었는데…

호재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뛰었고, 기술수출 규모도 성장했습니다.

우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의 주가 흐름은 지난 여름에 아주 뜨거웠죠. 한국을 글로벌 백신 허브로 만들겠다는 정책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행사를 통해 발표되면서죠.

현재는 고점 대비 상당히 큰 조정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작년 종가와 비교하면 셀리드가 27.27%, 진원생명과학이 62.37%, 유바이오로직스가 92.02% 상승한 수준입니다. 올해 3월18일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가 6만5000원의 3.85배인 25만500원에 3일 거래를 마쳤고요.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위탁생산(CMO) 나서기로 하면서 올 여름 주당 100만원을 찍고 황제주에 등극했습니다. 3일 종가는 90만원으로, 고점(101만2000원) 대비 11.07% 하락한 수준입니다. 작년 종가 대비로는 8.96% 상승했고요.

기술수출 규모도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기술수출 규모는 지난 달까지만 약 11조4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연말까지 12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겪는 와중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는 2018년 5조3700억원, 2019년 8조5100억원, 2020년 10조1400억원으로 성장세가 지속됐습니다.

정부 정책도 우호적이고 세계적으로 기술력도 인정받아가는데, 전체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 흐름은 왜 이 모양일까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작년에 워낙에 주가가 많이 올랐고, 이차전지 소재, 대체불가토큰(NFT)·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테마가 바이오업종의 신약보다 더 많은 눈길을 끌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약 개발이 전부 아냐…승인 뒤 주가 급락하기도

신약 개발 스토리가 투자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게 된 이유는, 성공 사례의 부재입니다.

물론 제약·바이오 기업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이 33개나 쌓여 있고, 국산 신약이 세계적으로 가장 허가 절차가 까다롭다는 미국과 유럽의 의약품당국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사례도 5건이나 됩니다.

문제는 2011년 설립된 애브비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아달리무맙)를 개발해 이 한 품목만으로 연간 23조원(2019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것처럼, 실제 실적으로도 ‘대박’을 친 사례가 없다는 점이죠.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매출 1위에 올라 있는 셀트리온의 작년 연간 매출이 1조8491억원이니, 업계 10위권 기업의 매출을 다 합쳐도 휴미라 하나에 한참 못 미치겠군요.

이러다 보니 신약 개발의 최종 관문인 임상 3상에 성공하거나 임상 2상 결과로 시판 허가를 받는 조건부 허가 이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합니다. 임상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는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지만, 정작 성공을 알린 뒤에는 그 약을 얼마나 팔아 또 얼마나 남길 수 있느냐를 계산하는 거죠.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레그단비맙)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시판허가 권고 의견을 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2일 셀트리온의 주가는 장초반에는 9.41% 오른 23만2500원까지 올랐다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해 21만3500원(+0.47%)으로 마감됐습니다. 하루만에 렉키로나에 대한 유럽 시판허가가 나왔지만, 바로 다음 거래일인 같은달 15일 23만3000원을 기록한 뒤 또 내리막을 탔죠. 이달 3일 종가(21만500원)는 지난달 15일(23만3000원) 대비 9.66% 낮은 수준입니다.

수출용 렉키로나. / 사진=셀트리온헬스케어

한국 식약처가 올해 2월5일 렉키로나에 대한 조건부 시판허가를 내준 전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건부 허가 기대감이 고조됐던 2월2일에는 37만1000원까지 올랐다가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2월24일 28만2000원으로 한 달도 안 되는 기간동안 23.99%가 하락했습니다.

시장은 렉키로나가 셀트리온의 실적에 얼마나 보탬이 됐느냐를 따진 겁니다. 증권가의 결론은 오히려 ‘마이너스(-)’였습니다. 본업인 바이오시밀러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렉키로나 개발에 투입하면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됐습니다. 셀트리온이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치료제의 개발, 허가, 생산에 집중하면서 셀트리온의 단기 펀더멘탈이 약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렉키로나에 대한 유럽 시판 승인이 나온 직후에도 ▲함께 시판 승인을 받은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 ‘로나프레베’보다 사용 범위가 작다는 점 ▲편의성이 높은 경구용(먹는 알약)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어 렉키로나의 시장성에 의문이 제기된 점 등이 지적되며 셀트리온 주가를 짓누르기도 했습니다.

 성공 확률 50%라는 임상 3상, 한국 기업 성적은?

렉키로나는 팔리게는 됐으니 나은 편입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중에서는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한 뒤 시판허가를 받아내지 못한 사례가 더 많거든요.

특히 2019년은 제약·바이오 업계에 악몽과 같은 한 해였습니다.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기대를 모았던 신라젠의 펙사벡,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 비보존의 오피란제린이 모두 고배를 마셨거든요. 그해 미국이나 유럽에서 신약의 시판허가를 받아낸 국산 신약은 11월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된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뿐이었습니다.

통계적인 신약 개발 성공 확률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입니다.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은 임상 1상에 진입하면 10%, 2상에 진입하면 30%, 3상에 진입하면 5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 단계의 임상시험 중 보통 2상이 가장 어렵다고 해요. 1상에서 안전성을 검증한 뒤 실제 약효를 검증하는 단계가 2상이기 때문이죠. 희귀질환이나 특정 암과 같이 아직 치료 방법이 많지 않은 질환에 대한 신약 후보에 대해서는 2상 결과만으로도 시판허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임상 3상을 수행해 결과를 제출하라는 조건을 붙여서요. 3상은 2상의 결과가 대규모 피험자군을 대상으로도 비슷하게 나오는지 검증하는 단계이기에 비용은 많이 들지만 성공 확률은 높은 편이고요.

 1차지표 미달하고도 ‘성공 가능성’으로 포장된 임상 결과

실패라는 결과도 결과지만, 이후에 나타난 기업들의 행태도 문제였습니다. 말을 바꾸거나, 당초 설계와 다른 우선순위를 언급하며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포장하기 일쑤였죠.

에이치엘비는 위암 대상 글로벌 임상 3상 결과에 대해 “1차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해 미국 허가 절차가 힘들 것 같다”고 2019년 6월 발표합니다. 하지만 석달 뒤인 같은해 9월 임상 3상의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며 2차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에서 월등히 높은 효능이 나타났다며 이를 토대로 미 FDA에 신약 허가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죠.

이 과정에서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요동쳤고, 금융당국은 에이치엘비가 임상 결과를 과장해 공표한 걸로 보고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최근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고, 업계에서는 무혐의로 결론 내려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죠.

비슷한 일이 유행처럼 반복됩니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의 임상 3-1a상에서 시험군과 대조군 사이의 약물 혼용 가능성이 있다며 임상에 실패했다고 2019년 9월 발표했다가, 이듬해인 작년 2월에는 약물 혼용은 없었고 3-1b상에서 약효를 확인했다며 후속 임상 3상에 나서겠다고 말을 바꿉니다. 그리고 작년 6월 임상 3-2상을 시작했습니다. 


한올바이오파마도 안구건조증 치료 후보 HL036의 임상 3상에서 1차 지표에 미달했다는 결과를 도출하고도 작년 1월16일에 ‘톱라인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닷새 뒤인 같은해 1월21일 간담회에서 1차 지표 미달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고백 전 보도자료에서는 미달된 지표가 1차 지표라는 사실도 밝히지 않은 채, 2차 지표가 해당 지표보다 임상적으로 더 의미 있는 지표로 인정된다며 임상 결과 혼동을 부추겼죠.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달 HL036의 두 번째 임상 3상의 환자 투약을 미국에서 시작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GC녹십자웰빙이 암악액질 치료 후보 GCWB204에 대한 임상 2a상의 주 평가변수인 ‘계단 오르는 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고도 ‘암악액질 치료제 가능성 확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평가 결과 ‘삶의 질’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신풍제약은 자사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에서 피라맥스를 투여한 시험군의 ‘바이러스 음성 전환 비율’이 가짜약을 투여한 위약군보다 낮았는데도, 효능을 입증하겠다며 임상 3상에 진입했습니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 추진 잇따랐지만…

신풍제약처럼 이미 판매되는 의약품을 새로운 용도로 개발하는 걸 ‘약물 재창출’이라고 합니다. 약물 재창출은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신약으로 개발할 때보다 수월합니다. 이미 안전성 검증을 마쳤기 때문이죠.

금융투자업계에서 상당한 이력을 쌓은 뒤 막 자리를 옮긴 한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의 IR담당 임원은 해당 기업이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추진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날 기자와 만나 "이미 진행 중인 적응증(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진단) 개발만 해도 바쁘다"며 주가 부양을 위한 보도자료였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이 기업은 여전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당시 그 임원이 회사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회사에서 진행되는 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처음 만난 기자와의 긴장감을 없애기 위해 농담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는 태도가 어땠는지는 분명히 드러나죠. 

작년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번진 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추진 선언이 잇따랐습니다. 이 대열에는 연매출 1조원 내외의 상위 제약사 중 일부도 포함돼 있고요. 당연히 기대감에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작년까지는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1년 넘는 시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허가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인 렉키로나가 유일합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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