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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모로 잡힌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

입력 2021. 12. 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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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9월 장례이야기

[그루잠 <나눔과나눔> 활동가]
무연고를 권하는 사회

고인의 가족들은 경찰로부터 고인을 무연고로 보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장례를 치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30여만원을 부담해 검안서까지 발급 받았지만 끝내 시신위임서를 작성하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장례가 있던 날 서울시립승화원에 찾아온 가족들이 이야기한 자초지종은 이랬습니다.

고인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주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되기 일쑤였고, 늘 직업 없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 탓에 가족들의 걱정이 컸지만, 워낙 그런 생활이 오래 반복되다 보니 결국엔 어디선가 잘 살아 있겠거니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완전히 연이 끊어진 것은 아니어서 이따금씩 고인이 먼저 연락해올 때면 가족들은 서로 안부를 묻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고인이 죽었다는 연락을 구청을 통해 들은 것은, 고인이 사망한지 10일만이었습니다. 가족들은 고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30여만원을 부담해 검안서 원본을 발급 받았고, 고인이 안치되어 있는 장례식장에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였습니다. 장례식장이 장례비용을 터무니없이 높게 부른 것 입니다. 안치료와 빈소 임대료, 수의, 꽃장식 등 모든 것을 포함해 수백 만원을 요구한 것 입니다. 비용이 너무 비싸니 가격을 좀 낮춰줄 수 없냐는 가족들의 요청에 장례식장의 담당자는 “장례 치르는 데 싼 게 어딨습니까?” 라며 코웃음 쳤다고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비용에 가족들은 당황했고, 이어서 찾아간 경찰서에서 들은 말에 결국 장례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 고인의 유골을 뿌리기 전, 마지막으로 기도하는 가족들 ⓒ그루잠

"안 나타나실 줄 알고 무연고로 처리하려고 서류 준비 다 해놨는데, 지금 와서 시신인수 하겠다고 하시면 어떡해요? 무연고로 하면 국가에서 다 알아서 해주고 편하니까 그 쪽으로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경찰은 행정편의를 위해 무연고로 보내길 권했습니다. 가족들은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시신 위임서를 작성하고 말았습니다. 터무니없는 장례 비용과 경찰의 권유에 의지가 꺾인 것 입니다. 고인의 시신 위임서의 위임사유에는 ‘가족관계 단절’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지만, 실제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고인이 연락할 때 뿐이었지만 드문드문 가족이라는 연은 끊어지지 않았고, 가족들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본인들이 지키고자 했습니다. 장례가 치러지던 날, 가족들은 직접 고인의 유골을 뿌리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고생했어. 잘 가."

종종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서울시가 정말 잘 치러주니 비용이 걱정되면 시신 위임서를 작성하라는 공무원의 권유나 위의 경찰처럼 행정편의를 위해 위임서 작성을 권하는 경우들이 생기곤 합니다. 하지만 ‘공영장례’는 무연고를 장려하는 것이 아닌 줄이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입니다. 서울시는 공영장례의 대상자를 무연고 사망자 뿐 아니라 저소득 시민까지 포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만을 위한 장례가 아니라는 것 입니다. 첫번째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인의 가족들을 지원하고, 두번째로는 가족 외의 관계가 장례를 치르기 원한다면 그들을 지원하고, 마지막으로 가족이나 그 외의 관계가 없다면 시민과 공공이 함께 애도하는 것. 그것이 ‘공영장례’의 의미와 원칙입니다. 고인의 가족들이 ‘저소득 시민을 위한 공영장례’ 제도를 안내 받았다면 고인은 무연고 사망자로 세상을 떠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행정편의를 위해 무연고를 권하는 사회, 오롯이 시장에 맡겨져 1,300만원에 달하는 터무니 없는 장례비용을 방치하는 사회가 해마다 증가하는 무연고 사망자의 수를 늘리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 조사를 낭독하고 있는 고인의 친구 ⓒ그루잠

볼모로 잡힌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

6월의 어느 날.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에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친구가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했는데,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 입니다. 저를 비롯해서 20년 지기 친구들이 장례를 치르고 싶어요. 하지만 장례식장에선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만 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해보다 상담센터를 알게 되어 전화했어요. 정말로 방법이 없을까요?” 내담자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가족이 아닌 이의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문의였습니다. 2020년 부터 시행된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통해 서울시는 ‘가족대신장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일은 조금 걸리지만 이 제도를 통해 친구분들이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안내한 뒤 통화를 마쳤습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몇주가 지나도 구청에서 공문이 넘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니 고인이 임종을 맞이한 병원에서 구청으로 장례의뢰 공문을 보내지 않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공문이 오지 않으니 구청 담당자는 당연히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망자의 가족이 나타나 시신인수를 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경우 병원은 구청에 가족을 찾아 달라는 공문을 보내게 됩니다. 병원은 사망자의 가족관계를 알 방법이 없고, 연락을 취할 방법은 더더욱 없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병원의 모습에 왜 공문을 보내지 않았는지 알아보니 상황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병원은 무연고자인 고인의 병원비를 가족에게 정산 받을 수 없음을 알고 그 시신을 볼모로 잡아 고인의 친구들을 협박하고 있었습니다. “친구인 당신들이 병원비를 정산하지 않으면 10년이고 안치실에 고인을 방치할 겁니다. 이미 그렇게 3년 동안 안치되어 있는 고인도 있어요. 그게 싫다면 병원비를 정산하세요.” 병원의 요구에 친구들은 물었습니다. “우리가 병원비를 정산한다면,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줄 건가요?” 들려오는 병원의 답변에 친구들은 화가 나 할 말을 잃었다고 합니다. “아니요.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사망진단서는 줄 수 없습니다. 병원비가 정산되면 고인은 무연고로 처리될 겁니다.”

▲ 장지로 떠나기 전, 지방을 태우기 위해 잠시 유택동산에 모셔진 고인의 유골함 ⓒ그루잠

현행법상 그런 병원의 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많은 부분은 이렇듯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친구들은 병원비 정산이야 가능했지만, 고인이 무연고로 죽은 것도 서러운데 그 시신을 볼모로 잡아 협박하는 병원에게 도저히 돈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병원비를 내더라도 본인들이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를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억울함은 더 컸습니다. 그렇게 또 다시 몇주의 시간이 흘렀고, 결국은 친구들이 병원비를 정산하며 모든 일이 일단락 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고인은 무연고자가 아니었습니다. 고인의 가족관계에 대한 서류를 떼어보니 친구들도 몰랐던 가족들이 있었던 겁니다. 구청의 담당 공무원은 원칙상 가족들에게 시신 인수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내야 했고, 그렇게 시간은 또 다시 흘러갔습니다. 병원은 가족이 있는 시신을 안치실에 방치해 둔 것 입니다. 만약 그 가족들이 장례를 치르고자 했다면 병원 탓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안치료를 부담해야 했을 것 입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 고인의 장례가 치러지던 날, 친구들은 후련하면서도 동시에 많이 지친듯한 모습이었습니다. 3개월의 시간동안 유예되었던 고인과의 이별은 조용히 이루어졌습니다. 고인의 유골은 친구들이 직접 준비한 함에 모셔졌고, 그 유골함은 서울 시내의 봉안당에 안치 되었습니다.

고인의 시신을 볼모로 잡았던 병원은 위와 같은 이유로 3년간 고인을 안치실에 방치했던 전적이 두 번이나 있습니다. 병원의 입장은 한결 같습니다. "고인이 무연고자라도 병원비 정산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안치실에 시신을 방치해 둘 겁니다. 설령 손해가 발생하더라도요." 병원비를 납부할 의무가 없는 이에게도 끝끝내 돈을 받아낸 병원의 모습을 보니 무연고 사망자가 그 병원에 안치된다면, 고인의 존엄함을 지키는 일은 다른 때 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루잠 <나눔과나눔>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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