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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서 치킨시킬 때..내 위치 알리려면 '단어 3개'만 말하세요

배정원 입력 2021. 12. 05. 09:00 수정 2021. 12. 0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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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셸드릭 왓쓰리워즈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 왓쓰리워즈

“여기가 어디냐면 말이지…” 한강에서 치킨을 주문할 때, 산속 캠핑 장소를 알려줄 때, 콘서트장 입구를 찾을 때, 공원에서 중고 거래를 할 때 등 기존 주소만으로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핸드폰 속 지도에는 분명 이 근처라고 나오는데 주변만 빙빙 돌거나, 바로 옆 다른 건물 입구에서 서로 길이 엇갈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영국의 스타트업 ‘왓쓰리워즈(what3words)’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한국에선 카카오와 제휴해 카카오맵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W3W’ 기술은 지구상의 모든 위치를 가로 3m, 세로 3m의 정사각형으로 잘게 나눠, 단어 세 개로 이뤄진 주소를 제공한다.

'카카오맵'에서 중앙일보를 검색해 '///(W3W)' 메뉴를 선택하면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48-6 이란 주소 대신 '///고마움.소중.계산된' 이란 3단어 조합의 주소가 나온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맵의 지도 화면에서 원하는 위치를 길게 누르면 메뉴들이 나타나는데, 이 중 ‘///W3W’ 를 선택하면 된다. 이걸 누르면 3개의 단어로 만들어진 주소가 나타나고, 이를 카카오톡이나 SNS로 공유하거나 게시할 수 있다. 지오다노 서울 강남역점은 ‘손길.흐뭇한.청취’, 세종문화회관은 ‘발끝.이유.당부’ 등의 식이다. 단어들은 별 뜻 없이 그때그때 무작위로 주어진다.

왓쓰리워즈는 지도상의 모든 위치를 3mx3m 격자 단위로 나눠, 단어 세 개를 조합해 만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왓쓰리워즈

이 기능을 사용하면 산속이나 바닷가에서 유난히 경치가 좋은 지점이나, 좁은 골목 구석구석에서 멋진 장소를 발견했을 경우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정확한 위치를 남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 해외에선 의료·구난·여행·물류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실제로 ‘W3W’ 기술은 창업자의 불편함에서 비롯됐다. 크리스 셸드릭 왓쓰리워즈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중앙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과거 주소 체계 때문에 애먹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런던(KCL)과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RAM)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고, 2013년 왓쓰리워즈를 창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 단어 주소’ 음성 인식을 도입했다. 국내에서 왓쓰리워즈 주소 시스템을 적용한 최신 모델은 EQS 이다. 사진 왓쓰리워즈

Q : 공연 산업에 종사하다 주소찾기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는.
A : “10여년간 공연 일정을 관리하며, 콘서트장의 출연진 전용 뒷문을 찾지 못해 애가 탄 일이 많았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의 결혼식에서 리허설을 마친 적도 있다. 이후 런던에 있는 동종 업계 종사자들에게 위도·경도로 구성된 좌표를 써보자고 제안했지만, 검색창에 써넣기엔 숫자가 너무 길어 포기했다. 좀 더 쉬운 방법이 없을까 고민 끝에 수학자 친구와 함께 세 단어를 조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Q : 단어 세 개로 만든 주소 방식이 다소 낯설다.
A : “처음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정말 간단하고 외우기 쉽고, 편리한 방법이다. 숫자로 표기할 경우 14~15 자릿수의 복잡한 주소를 세 단어만으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긴 숫자보다 ‘책상.의자.숟가락’이라는 세 단어로 기억하는 게 훨씬 직관적이지 않나. 왓쓰리워즈는 전 세계 주소를 한국어로 구성된 57조개의 조합으로 나타낼 수 있고, 한국 내에는 110억개의 주소가 검색된다.”

등산을 하거나 낚시를 할 때, 공원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도심이나 큰 건물 내에서 위치를 설명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왓쓰리워즈를 유용하게 이용 할 수 있다. 사진 왓쓰리워즈

Q : 최근엔 위치확인시스템(GPS)이 발달해 모바일 지도에 위치를 찍어 보내는 것도 가능한데, 뭐가 다른가.
A : “W3W는 단순히 현재 위치를 표기하는 것을 넘어 목적지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장소를 입력할 때 GPS 화면을 이용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에게 만남의 위치를 알릴 때도 마찬가지다. 왓쓰리워즈는 장소를 설명할 때 ‘건물 앞’ ‘공원 입구’ 같이 모호한 표현 대신 정확한 위치를 쉽게 공유하도록 한다.”

Q : 서울은 주소 체계가 꽤 정확한 편인데, 굳이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A : “사실 서울에서 길을 헤맨 적이 몇 번 있다. 특히 고객사 사무실을 방문할 때 건물의 입구를 찾느라 주변을 한 바퀴 돌기도 했다. 런던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이 입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길을 잘 알거나 자주 갔던 장소는 괜찮겠지만, 초행길은 도시 어디에서든 길을 잃게 되기 마련이다.”

왓쓰리워즈 서비스는 문자와 숫자의 조합보다는 세 개의 단어가 사람이 인지하고 기억하기 쉽다는 심리학 연구에 착안한 것으로, 전세계를 통틀어 57조개의 단어조합이 주소로 이미 지정돼있다. 사진 왓쓰리워즈

Q : 최근엔 간판이 없는 매장, 숨겨진 맛집을 찾아가는 젊은 세대가 많다.
A : “럭셔리의 정의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 호텔이 아니라 나만 알고 있는 아름다운 캠핑지가 더 가치 있는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숨겨진 보석’을 좋아한다. 이러한 트렌드에 왓쓰리워즈가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 주소 체계는 보수적인 분야라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클 것 같은데.
A : “그렇지 않다. 영국에서는 오히려 기성세대의 사용률이 굉장히 높다. 처음에는 낯설어도 막상 사용해보면 편리하기 때문이다. 몇십년 전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도 모두 사용 방법을 생소하게 여겼지만, 이제 모두가 쓰고 있지 않나. 왓쓰리워즈도 머지않아 대중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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