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그리스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 "당신이 이단" 비난 들어
그리스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현지시각) 한 정교회 사제로부터 ‘이단자’라는 비난을 들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교황이 정교회 지도자들을 만나기 위해 아테네 대교구청에 들어설 때 검은 옷과 흰 수염의 한 사제가 교황을 향해 “당신이 이단”이라고 외쳤다. 그는 현장의 경찰에 제지당한 뒤 연행됐고, 교황은 못 들은 척했다.
통신은 이번 일이 기독교 두 세계가 여전히 반목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서구 기독교가 로마가톨릭과 동방정교로 갈라선 것은 1054년이다. 그 뒤 오랜 세월 반목과 대립을 거듭했다.
교황은 이날 그리스정교회 수장이자 아테네 대교구장인 예로니모스 2세에게 로마가톨릭 교회가 기독교를 분열에 이르게 한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교황은 “비극적이게도 그 뒤로 우리는 더 멀어졌다. 의심의 씨앗이 우리의 거리를 멀리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아테네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 때인 2001년 이후 20년 만에 로마가톨릭 수장이 동방정교회의 중심지를 찾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교황은 그리스 대통령궁에서 행한 연설에서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민주주의 퇴조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곳에서 민주주의가 탄생했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는 것처럼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이주민·난민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당부도 했다. 교황은 “이주민 문제의 국제적이고 공동체적 해결책 모색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2박 3일간의 키프로스 방문을 마치고 4일 오전 그리스에 도착해 6일까지 머무른다. 5일에는 유럽으로 향하는 중동·아프리카 이주민·난민의 집결지인 레스보스 섬을 찾아 체류자들을 만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에도 레스보스섬의 난민 캠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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