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북적'.. 부유층 전유물서 일반인 재테크 수단으로 [이슈 속으로]
국내 3대 '아트페어' 모두 매출 역대 최대
미술품 대중 인식 변화.. 젊은층 관심 커져
공동구매 플랫폼 활성화로 소비층 확산
공동구매 시장 급성장.. 올 1조 돌파 예상
세금도 다른 자산보다 유리해 투자 매력
소액투자 가능.. MZ세대 대거 유입 요인
고가 작품 공동구매 후 되팔아 차익 남겨
"미술시장 유망".. 유통업계 투자 경쟁 불꽃
홈쇼핑 등 온라인 통한 판매 확대도 치열
무한 복제 가능한 NFT 기술 등장 '날개'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갤러리를 찾은 이모(27)씨는 북적이는 관람 인파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1년에 한두 번 취미 삼아 미술 관람을 하던 이씨가 올해 초나 지난해에 방문했던 갤러리들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코로나19로 방역이 강화되던 것과 맞물리며 전시행사를 찾기도 쉽지 않았지만, 전시회가 열리더라도 북적이는 곳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번 전시에는 전시 첫날부터 반 이상의 작품에 빨간 딱지(판매 표시)가 붙어있는 걸 보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미술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이나 주식, 가상자산 등을 거쳐 미술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며 주목하고 있다. 자산 관리의 패러다임이 과거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한 만큼 미술작품도 투자상품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 즉, ‘아트 테크(아트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직접 뛰어드는 MZ세대가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이전처럼 단순한 유행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딛고 급성장하는 미술시장
우선 올해 10월 개최된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 서울 2021’은 여러 기록을 새로 썼다. KIAF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아트페어가 진행된 닷새 동안 8만8000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매출은 650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기존 최다 기록인 2019년 31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고, 방문객 또한 코로나19 상황에도 같은 기간 7% 이상 증가했다.
미술품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비싸다 보니 기존에는 부호층의 전유물로 인식됐지만, 소액투자가 가능해진 부분도 MZ세대를 대거 끌어들인 요인이 됐다. 최근에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이 활성화된 것도 소비층 다양화를 부채질했다. 고가의 미술품을 다수의 투자자가 공동구매한 뒤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가능해진 셈이다.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소수점 거래가 도입되며 MZ세대 등 젊은 세대의 관심이 급격히 증가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옥션의 한 관계자는 신진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0원부터 시작하는 제로베이스 경매의 경우 1주일 정도를 앞두고 프리뷰 전시회를 진행하는데, 기존에 비해 젊은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서울신라호텔은 아트테크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와 손잡고 ‘폴 인 아트’ 패키지를 선보인다. 호텔을 즐기는 동시에 글로벌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감상·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된 패키지다. 서울신라호텔과 아트앤가이드는 박서보 화백의 ‘묘법’을 폴 인 아트 패키지의 첫 작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 채널을 통한 확대도 주목할 만하다. 유명백화점들은 오프라인 갤러리를 운영함과 동시에 온라인을 통한 판매 확장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아트 롯데는 오프라인과 디지털 갤러리를 함께 구축해 전시와 판매를 진행한다. 지난 10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는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 작가의 회화작품 ‘회귀 2016’이 공개된 지 1시간도 안 돼 5500만원에 판매됐다. 에스아이빌리지에서 판매한 작품 중 최고가였다.
미술품 매매는 홈쇼핑 채널에도 진출했다. 지난 9월 현대홈쇼핑이 미술 대중화 브랜드 ‘프린트 베이커리’와 협업해 진행한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1800만원 상당의 ‘자문밖 판화집’ 175개 한정판 제품이 판매됐다.
KB증권 이수경 연구원은 “젊은 연령층의 시장 유입, 미술품 투자 관심도 증가, 관련 플랫폼 등 시장에 긍정적인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에도 전화 입찰 등이 가능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서면, 전화 등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들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NFT 날개 더하며 더욱 ‘비상’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7110원(종가 기준)으로 시작한 서울옥션 주가는 4월 들어 1만8200원을 찍은 뒤 7월에는 2만1200원 등 완연한 증가 곡선을 그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10월 무렵부터 또다시 급등해 11월17일에는 3만6700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가 지난 5월 두나무와 NFT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던 것이 알려지며 기대주로 급부상한 덕분이었다.
이상헌 연구원은 “아티스트들이 작품에 NFT 기술을 적용해 플랫폼에서 기회를 얻고, 구매자들은 온라인 쇼핑을 하듯 플랫폼에서 예술품을 구매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서울옥션블루 등 아트 등 분야에서의 NFT 비즈니스 확대로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장분석업체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세계 NFT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3803만달러를 돌파했다. NFT 시장의 자산을 종류별로 보면 △수집품(48%) △예술품(43%) △메타버스(3%) △게임(2%) 등이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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