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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북적'.. 부유층 전유물서 일반인 재테크 수단으로 [이슈 속으로]

김준영 입력 2021. 12. 05. 11:31 수정 2021. 12. 0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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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달아오르는 미술시장
국내 3대 '아트페어' 모두 매출 역대 최대
미술품 대중 인식 변화.. 젊은층 관심 커져
공동구매 플랫폼 활성화로 소비층 확산
공동구매 시장 급성장.. 올 1조 돌파 예상
세금도 다른 자산보다 유리해 투자 매력
소액투자 가능.. MZ세대 대거 유입 요인
고가 작품 공동구매 후 되팔아 차익 남겨
"미술시장 유망".. 유통업계 투자 경쟁 불꽃
홈쇼핑 등 온라인 통한 판매 확대도 치열
무한 복제 가능한 NFT 기술 등장 '날개'
10월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iaf SEOUL 2021'(제20회 한국국제아트페어) 표갤러리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전시 및 판매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미술시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전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어요. 이쪽도 공부를 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갤러리를 찾은 이모(27)씨는 북적이는 관람 인파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1년에 한두 번 취미 삼아 미술 관람을 하던 이씨가 올해 초나 지난해에 방문했던 갤러리들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코로나19로 방역이 강화되던 것과 맞물리며 전시행사를 찾기도 쉽지 않았지만, 전시회가 열리더라도 북적이는 곳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번 전시에는 전시 첫날부터 반 이상의 작품에 빨간 딱지(판매 표시)가 붙어있는 걸 보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미술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이나 주식, 가상자산 등을 거쳐 미술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며 주목하고 있다. 자산 관리의 패러다임이 과거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한 만큼 미술작품도 투자상품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 즉, ‘아트 테크(아트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직접 뛰어드는 MZ세대가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이전처럼 단순한 유행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딛고 급성장하는 미술시장

우선 올해 10월 개최된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 서울 2021’은 여러 기록을 새로 썼다. KIAF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아트페어가 진행된 닷새 동안 8만8000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매출은 650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기존 최다 기록인 2019년 31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고, 방문객 또한 코로나19 상황에도 같은 기간 7% 이상 증가했다.

KIAF와 함께 국내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아트부산과 대구아트페어 또한 마찬가지였다. 올해 5월 열린 아트부산에는 8만여명이 몰리며 역대 최다 매출인 3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열린 대구아트페어에서도 나흘간 1만4000여명이 방문해 98억원의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이 또한 최대 실적이다.
대구아트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VIP 프리뷰가 열린 11월4일 엑스코 행사장 입구에서 긴 줄을 서고 있다. 대구=김예진 기자
올해 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로는 ‘젊은 세대의 유입’이 꼽힌다. 선진국에 비하면 작은 시장이지만, 국내에서도 미술품에 대한 대중 인식이 변화했고 젊은 세대의 관심이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들이 이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KIAF 현장에서는 일부 ‘오픈 런’ 풍경까지 연출됐던 것으로 전해지며, 사재기 우려 등 과열에 대한 염려가 나올 정도였다. 한국화랑협회는 “코로나19의 장기화 속에서 미술 애호가들의 갈망이 컸고, 작품으로 힐링하려는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며 “MZ세대 컬렉터들의 미술품 투자, 해외 갤러리 대표들의 방문을 통해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이투자증권의 이상헌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로 실물자산 투자가 확대되는 환경 하에서 미술품이 일반인의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며 “과거에는 미술품 가격이 비싸 소수의 수집가나 자산가의 주요 소비층이었다면, 최근에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등이 활성화되면서 소비층이 다양해짐에 따라 국내 미술 시장도 성장기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공동구매액은 11월 기준 155억원으로 지난 3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국내 미술품 공동구매 시장 규모는 올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 국내 주요 온라인 미술품 경매 업체의 낙찰률도 90%를 웃돈다.
세금 측면에서 다른 자산보다 유리하다는 점도 투자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미술품은 양도가액이 6000만원 미만이면 비과세이고, 이상일 경우에도 필요경비율(경비를 공제해주는 비율)이 80%로 높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크지 않다. 양도가액이 1억원 이하거나 미술품을 보유한 기간이 10년을 넘어서면 필요경비율은 90%로 올라간다.
◆MZ세대의 본격 유입 ‘활력소’

미술품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비싸다 보니 기존에는 부호층의 전유물로 인식됐지만, 소액투자가 가능해진 부분도 MZ세대를 대거 끌어들인 요인이 됐다. 최근에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이 활성화된 것도 소비층 다양화를 부채질했다. 고가의 미술품을 다수의 투자자가 공동구매한 뒤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가능해진 셈이다.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소수점 거래가 도입되며 MZ세대 등 젊은 세대의 관심이 급격히 증가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옥션의 한 관계자는 신진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0원부터 시작하는 제로베이스 경매의 경우 1주일 정도를 앞두고 프리뷰 전시회를 진행하는데, 기존에 비해 젊은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판매도 활발하다. 미술투자 플랫폼 테사는 롯데멤버스와 함께 지난달 조각투자 공모를 통해 뱅크시의 작품 ‘잭앤질’을 이틀 만에 판매 완료했다. 잭앤질 공모에서는 총 1억2500만원 상당의 분할소유권을 480명이 나눠가졌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뱅크시의 또 다른 작품인 ‘풍선과 소녀’에 대해 조각 투자가 열려 953명에게 총 2억2260만원 상당의 분할 소유권이 팔렸다.
2020년 개최된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모습. 바마 운영위 제공
이에 따라 미술시장을 유망 사업으로 인식한 유통업계의 투자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잠실점과 본점 에비뉴엘에 미술품 전시 및 상시 판매 공간을 꾸며 ‘제1회 아트 롯데’를 개최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 행사를 정례화해 아트 비즈니스를 유통사업과 접목해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서울신라호텔은 아트테크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와 손잡고 ‘폴 인 아트’ 패키지를 선보인다. 호텔을 즐기는 동시에 글로벌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감상·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된 패키지다. 서울신라호텔과 아트앤가이드는 박서보 화백의 ‘묘법’을 폴 인 아트 패키지의 첫 작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 채널을 통한 확대도 주목할 만하다. 유명백화점들은 오프라인 갤러리를 운영함과 동시에 온라인을 통한 판매 확장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아트 롯데는 오프라인과 디지털 갤러리를 함께 구축해 전시와 판매를 진행한다. 지난 10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는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 작가의 회화작품 ‘회귀 2016’이 공개된 지 1시간도 안 돼 5500만원에 판매됐다. 에스아이빌리지에서 판매한 작품 중 최고가였다.

미술품 매매는 홈쇼핑 채널에도 진출했다. 지난 9월 현대홈쇼핑이 미술 대중화 브랜드 ‘프린트 베이커리’와 협업해 진행한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1800만원 상당의 ‘자문밖 판화집’ 175개 한정판 제품이 판매됐다.

KB증권 이수경 연구원은 “젊은 연령층의 시장 유입, 미술품 투자 관심도 증가, 관련 플랫폼 등 시장에 긍정적인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에도 전화 입찰 등이 가능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서면, 전화 등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들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NFT 날개 더하며 더욱 ‘비상’

하반기로 넘어오며 미술시장은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NFT는 특정한 자산을 블록체인상에 나타내는 디지털 파일이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파일의 특성상 원본이나 소유권 등이 무의미했지만, NFT 기술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난달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NFT 부산 2021’ 옥션 경매에서는 싸이클럽을 통해 출품된 배우 겸 화가 윤송아의 ‘낙타와 달’, ‘낙타와 해’ 작품이 각각 1억원과 2000만원에 판매됐다. 기존 국내 연예인 아티스트 중 최고가는 물론, NFT 부산의 역대 최고가를 동시에 경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등 업계와 함께 미술시장 또한 NFT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기대감이 그대로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미술시장 관련 대표종목으로 꼽히는 서울옥션의 올해 주가를 이러한 트렌드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7110원(종가 기준)으로 시작한 서울옥션 주가는 4월 들어 1만8200원을 찍은 뒤 7월에는 2만1200원 등 완연한 증가 곡선을 그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10월 무렵부터 또다시 급등해 11월17일에는 3만6700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가 지난 5월 두나무와 NFT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던 것이 알려지며 기대주로 급부상한 덕분이었다.

이상헌 연구원은 “아티스트들이 작품에 NFT 기술을 적용해 플랫폼에서 기회를 얻고, 구매자들은 온라인 쇼핑을 하듯 플랫폼에서 예술품을 구매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서울옥션블루 등 아트 등 분야에서의 NFT 비즈니스 확대로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장분석업체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세계 NFT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3803만달러를 돌파했다. NFT 시장의 자산을 종류별로 보면 △수집품(48%) △예술품(43%) △메타버스(3%) △게임(2%) 등이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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