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아이언맨 박철우의 심장은 힘차게 뛴다

김효경 입력 2021. 12. 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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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박철우. [사진 한국배구연맹]

'아이언맨' 박철우(36·한국전력)의 심장은 힘차게 뛴다. 여전히 코트 위에서 힘차게 뛰어오른다.

프로배구 한국전력은 창단 후 처음으로 1라운드를 1위로 마쳤다. 이어 3일 열린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도 현대캐피탈을 3-2로 꺾어 1위를 지켰다. 박철우의 활약이 눈부셨다.

다우디와 교체 투입된 박철우는 60%가 넘는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16점을 올렸다. 지난달 30일 대한항공전(10득점)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박철우는 "인터뷰를 했는데, 다시는 못할 줄 알았다. 오랜만에 밥값을 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철우는 지난 3월 훈련 도중 발목을 다쳤다. 인대 부분 파열. 시즌을 마친 뒤 수술을 받기로 했고,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심장 판막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었다.

박철우는 "전혀 몰랐다. 대동맥 판막은 세 겹인데 나는 막이 둘 뿐이었다. 보통 50대 이후에 발견이 되는데, 과부하 때문에 대동맥이 부풀어 올라 박리되거나 파열될 수도 있다. 운동선수다 보니 빨리 온 것 같다"고 했다. 박철우는 10대 때부터 기흉 때문에 수술만 여러 차례 받은 경험이 있다. 30대 중반인 박철우에겐 선수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의료진은 예방 차원에서 수술을 권했고, 지난 6월 판막성형술을 받았다. 부풀어오른 대동맥을 잘라내고, 인공 소재를 삽입했다. 박철우는 "가족들 모두 '수술이 잘못되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많이 하면서도 '잘 될 거야'라는 믿음으로 이겨냈다"고 회상했다. 갈비뼈 사이를 드러내고 수술을 받는 바람에 겨드랑이엔 손바닥만한 흉터가 남았다.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사고로 심장에 미사일 파편이 박힌다. 이를 막기 위해 소형 원자로를 가슴에 박고, 강해진 뒤 아이언맨이 되어 악당들과 싸운다. 아이언맨처럼 원자로를 단 건 아니지만, 박철우도 고어텍스 소재를 삽입해 심장을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수술 결과는 좋았다. 발목 수술도 잘 됐다. 박철우는 "어찌 보면 발목 덕분에 심장 이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놀랍게도 회복 속도는 빨랐다. 수술 전과 똑같은 양의 훈련을 할 순 없었지만,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덕분에 개막전부터 무사히 뛸 수 있었다.

박철우는 "수술을 해준 의사도 회복이 너무 빨라 놀랐다. 운동을 해도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엔 너무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언제 그랬나 싶다. 발목을 다쳐서 발견됐으니 운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발목도 좋아지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 진통제를 먹고, 단단하게 테이핑을 해야 하지만 경기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박철우는 "완전하게 좋아지려면 1년은 걸릴 것 같다. 올해 안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는데 생각보다 좋다"고 했다.

최고참 박철우는 코트 밖에선 응원단장 역할을 한다.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친다. 방송사 수훈 선수로 인터뷰중인 후배 서재덕에게도 큰 소리로 칭찬을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최선참이 묵묵히 팀을 받쳐주니 분위기가 좋지 않을 수 없다. 박철우는 "나도 백업이지만 (김)광국이, (김)동영이 등 벤치에 있다 나가는 선수들도 너무 잘 해주고 있다. 뎁스가 좋으니 성적도 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철우는 "재덕이가 오면서 많이 달라졌다. 워낙 에너지가 밝은 선수다. (신)영석이도 있고, 리그 MVP급 선수들이 여러 명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강해졌다. 박찬웅, 임성진 등 후배들도 많이 성장했다"며 봄 배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철우의 목표는 무사히 시즌 마지막까지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그는 "(그전보다)숨이 차는 건 사실이다. 아직 연습 경기 때도 풀세트를 해보지 못했다. 체력 소모가 더 커지다 보니까 힘들다. 그래도 경기를 뛸수록 체력이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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